내일시론

금융기강부터 바로세울 때

2022-06-10 12:02:00 게재
금융위원장에 지명된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규제 혁신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금융산업도 역동적 경제의 한축을 이루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금산분리 원칙도 재검토할 것임을 예고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윤석열정부 고위 경제정책 당국자들이 '규제완화' 방침을 연이어 천명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달 27일 5대 금융지주 회장단과의 취임 후 첫 간담회에서 "불필요하고 과도한 금융규제는 과감히 정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도 "낡은 규제와 감독, 검사관행을 쇄신하고 금리·배당 등 가격변수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했다.

규제완화 검토할 만큼 금융사들이 모범적이었는지 의문

이들의 언행을 보고 사실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이 금융규제 완화를 거론할 만큼 금융사들이 모범적인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이미 널리 알려졌듯이 최근 한국에서는 금융사의 횡포와 소비자 갈취행위가 끊임없이 일어났다.

이를테면 은행들은 코로나19로 온국민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서도 사상최대의 예대마진을 챙겼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금융위원회의 대출규제 압박을 틈타 우대금리와 가산금리 등을 조정해 예대마진폭을 더 확대했다. 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때마다 예금금리는 찔끔 올리고 대출금리는 큰폭으로 올렸다. 반면 소비자 원성은 높아졌다. 그러자 정부는 은행의 예대마진 공시강화를 추진하고 금융사의 금리인하 요구권 이행실적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부산을 떨었다.

게다가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와 라임펀드와 옵티머스펀드, 디스커버리펀드 등 금융소비자를 기만한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그렇지만 어느 하나 시원하게 마무리되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온전히 보상받지 못했고, 책임자 징계와 처벌은 부지하세월이다.

금융감독원이 불완전판매 사건 관련자에 대한 중징계를 2020년 11월 의결했지만, 금융위원회가 1년 6개월 넘도록 묵살해왔다. 이에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정감사장에서 금융위원장을 상대로 따져묻기도 했다.

하다못해 최근에는 우리은행에서 거액의 횡령사건이 발생하는 등 고객예금 관리의 신뢰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금융사들의 기강을 다잡고 잘못된 영업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때보다 높다. 그런데도 금융규제를 풀어줄 궁리부터 하는 고위당국자들의 모습을 보면 마치 다른 나라 당국자들 같다.

무엇보다 지금 금융계를 상대로 규제완화를 예고하는 것은 잘못된 신호를 줄 우려가 크다. 그간의 잘못된 영업행태나 소비자기만 행위에 대한 면죄부를 주고, 앞으로도 적당히 해도 된다는 '안도감'을 줄 수도 있다. 한마디로 부적절한 시점에 부적절한 메시지를 함부로 쏟아냈다는 얘기다.

설사 규제완화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해도 지금은 아니다. 금융사들의 소비자기만 행위와 불완전판매 사건에 대한 책임소재 규명과 완벽한 재발방지 대책이 먼저 제시되고 실행돼야 한다. 사실 규제를 지금 풀어준다고 한국의 금융사들이 더 발전한다는 보장도 없다. 어쩌면 그런 생각은 미신일지도 모른다. 오히려 규제완화에 편승해 소비자를 더 힘들게 하고 더 큰 폭리를 취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금산분리 문제도 마찬가지다. 문재인정부 때 인터넷전문은행 등에 대해 금산분리가 풀렸다. 재벌의 벤처기업 투자도 새롭게 허용됐다. 그 효과를 검토하고 평가하는 것이 먼저다. 과연 금융소비자나 금융산업 발전에 유익한 역할을 했는지 짚어봐야 한다.

정부 의도 이해하지만 시기와 대상 살펴 신중히 접근해야

지금 한국 금융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기강을 바로세우고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따라서 엄격한 규제가 오히려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래야 금융사들이 스스로 교육과 훈련에 힘쓰고 더 큰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전직 부장검사가 금융감독원장으로 기용된 것에 기대를 걸고 싶기도 하다.

새정부가 민간주도에 의한 경제성장을 추진하겠다는 뜻은 이해된다. 그렇지만 금융사에 대한 규제를 풀어줄 생각부터 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나중에 또다른 재앙의 씨앗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규제완화를 서둘러서는 안되고 시기와 대상을 살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차기태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