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싸움으로 날새는 국민의힘 … "국민 배신" 자성까지

2022-06-14 11:39:02 게재

이준석-친윤, 공천 논의할 혁신위 놓고 잇따라 충돌

이 대표, 안철수와는 '최고위원 2명 추천' 놓고 갈등

홍준표 "대통령 돕지 못할망정 당권투쟁에 열 올려"

3.9 대선과 6.1 지방선거에서 연승한 국민의힘이 집안싸움으로 연일 몸살을 앓고 있다. 짧게는 당권, 길게는 2024년 총선 공천을 둘러싼 힘겨루기로 해석된다. 윤석열정권이 출범한지 한 달을 넘겼지만, 집권여당이 '보탬'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보인다.
악수하는 안철수 의원과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 | 안철수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13일 대구 동구 테크노파크 민선8기 대구광역시장직 인수위원회 당선인실에서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14일 국민의힘은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지난주에는 이준석 대표와 친윤 정진석 의원간 설전으로 당이 시끄러웠다. '개소리' 표현까지 등장하면서 갈등이 선을 넘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어 친윤 세력화로 해석된 민들레 모임이 당내 논쟁의 중심에 섰다. 이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 분열을 우려해 민들레 결성을 공개반대한 것. 친윤 의원들은 일단 민들레의 출범을 늦췄지만, 조만간 재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민들레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인 셈이다.

이준석-정진석 충돌과 민들레 논란에 이어 이번에는 혁신위 논쟁까지 벌어졌다. 친윤으로 분류되는 배현진 최고위원이 13일 이 대표가 주도하는 혁신위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나선 것. 배 최고위원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에서 혁신위를 겨냥해 "이 대표의 사조직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친윤의 민들레를 공격하자, 친윤쪽에서 이 대표가 주도하는 혁신위를 겨냥해 반격을 가한 셈이다. 역시 친윤으로 꼽히는 정희용 의원은 혁신위원 추천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윤은 이 대표가 혁신위를 통해 공천문제를 다루려고 하는 데 극도의 경계심을 품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혁신위 논쟁은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이 대표와 친윤간의 신경전인 셈이다.

이 대표는 이날 안철수 의원과도 충돌했다. 이 대표는 안 의원이 추천한 최고위원 2명(김윤 전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재고해달라"고 공개요청했다. 김 전 위원장에 대해선 "선거 과정에서 다소 강한 발언을 한 바 있다", 정 의원에 대해선 "추천 의도가 조금 왜곡되는 측면이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합당하는 국민의당 몫으로 추천을 받았는데, 국민의힘 의원을 추천하는 건 "의도 왜곡"이라는 주장이다. 이 대표가 정 의원 추천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한 것 역시 친윤계를 의식한 행보로 읽힌다. 정 의원은 친윤으로 분류된다. 이 대표가 친윤 성향의 최고위원이 늘어나는걸 부담스러워 한다는 해석이다.

반면 안 의원이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에 굳이 국민의힘 의원을 추천한 건 정 의원과 윤 대통령 관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둘은 검찰 선후배 사이다. 안 의원은 정 의원을 통해 윤 대통령과의 우호적인 소통을 지속하고 싶을 것이란 해석이다. 이 때문에 안 의원측은 이 대표의 요청에 대해 "재론의 여지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안 의원 측근인사는 14일 "두 달 전 합당의 약속과 조건으로 (추천 명단을) 전달한건데 이제와서 뒤늦게 문제 삼는 이유가 뭐냐. 우리와 싸우자는 것이냐"며 불쾌해했다.

국민의힘이 집안싸움으로 날새는 모습을 보이자, 당 대표를 역임한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까지 나서 쓴소리를 했다. 홍 당선인은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가까스로 정권교체를 이루고 국민의 도움으로 지방선거에도 선전했으면 당이 하나가 되어 정권의 기초를 다지는데 전념해야 하거늘 아직 정치물이 덜든 대통령을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당권투쟁에만 열을 올린다면 그건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며 "산적된 현안이 쌓인 국회는 내팽개치고 당권투쟁이라니 모두들 자중하라"고 촉구했다. 홍 당선인은 "지금은 힘을 모아 정권의 기반을 닦을 때"라고 덧붙였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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