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명(반이재명계)'이 띄우는 '민주당 세대교체론' … 돌풍? 미풍?

2022-06-14 11:44:34 게재

전당대회 앞두고 '97그룹' 전면배치 주장

새로운 리더십 명분 … "세대교체·쇄신 상징"

"이재명 체제에 대한 저항" 현실화 미지수

더불어민주당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세대교체론'이 부상하고 있다.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은 2선으로 물러나고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을 당의 전면에 세우자는 것이다. 잇단 선거패배에 대한 책임과 반성, 변화와 혁신의 모습을 보이자는 취지다. 민주당 안에서 상당기간 86 용퇴론이 거론된 상황이고, 선거 3연패의 위기 국면에서 떠오른 카드여서 관심이 쏠린다. 이재명 전해철 홍영표 등 유력 당권주자의 불출마 여부, 97그룹 인사들의 대표성 등이 변수로 남아 실제 세대교체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대위원장 발언 |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이광재 전 의원이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이재명, 전해철, 홍영표 의원의 전당대회 불출마와 70~80년대생 신진세력에 기회를 주자는 주장에 당내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 조응천 의원은 13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이재명 전해철 홍영표) 세 분은 문재인정부 5년과 대선, 지방선거 결과에 책임이 있다"며 "세대교체와 이미지 쇄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욱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70년대생 의원으로 재편해야 당의 혁신과 쇄신이 가능하다"며 "민주당에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9일 열린 재선의원 간담회에서도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86그룹'은 2선으로 물러나고 '97그룹'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안에선 재선 의원들 중에선 강병원 강훈식 박용진 박주민 전재수 의원 등 '97(90년대 학번·70년대생) 그룹'이 당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의견이 나온다. 세대교체론은 선거 패배 책임론과 쇄신론 등을 포함한 이미지 변화의 상징적 조치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기대도 담겨 있다.

물론 이 같은 주장이 실제 현실적 힘을 발휘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권에 뜻을 두고 있는 이재명 전해철 홍영표 의원 등 당권주자들이 출마의사를 접고 동참해야 가능한 일이다. 전해철 의원 등이 세대교체론 주장에 동의 입장을 냈지만 친이재명계에선 '이재명 반대 카드'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재명 의원과 가까운 한 재선의원은 "당을 어떻게 바꾸고 혁신할 것인가는 말하지 않고 (이 의원의 출마는) 안 된다는 식의 주장은 동의할 수 없다"면서 "신진세력 등장을 조건부로 제기하는 것도 현 상황을 개선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전면에 나선 이재명 의원이 당 대표 출마를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 의원이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것 자체가 전당대회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면서 "지금 중단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명분이 훼손된 상황에서 대표 출마를 포기하는 것은 실리도 잃는다는 것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연구소장도 "민주당 지지층 안에서 이재명 의원이 나서 당을 이끌라는 여론이 다수"라며 "이 의원 입장에선 추상적인 미래보다는 현실에서 잡을 수 있는 선택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 소장은 "(이재명 의원이) 대표성을 갖고 있으면서 전면에 나서지 않는 상황이 오히려 분열과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전면에 나서서 혁신을 주도하고 평가 받는 것이 정공법이라고 판단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 의원이 불출마를 선택할 경우 민주당내 세대교체론은 돌풍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한편, 민주당 비대위는 13일 전당대회준비위원장에 4선 안규백 의원을 당 선거관리위원장에 3선 도종환 의원을 위촉했다. 또 대의원의 반영 비중은 낮추고 민심의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당원 의사 반영률이 너무 낮다는 불만이 생길 수 있다"며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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