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년 독점 깰 제2 증권거래소│① 이번엔 출범 가능할까

높은 진입 장벽 낮춰야 많은 증권사 참여할 수 있어

2022-06-15 00:00:01 게재

자기자본금 요건 완화, 거래 종목·거래량 제한 등 수익성 한계 해결 '절실'

미국 64곳, 유럽 200곳 ATS 운영 … ETF·채권 등 다양한 상품 거래 활발

67년간 국내주식 매매 체결을 독점하고 있는 한국거래소와 경쟁할 대체거래소(다자간매매체결회사, ATS)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제2의 증권거래소가 생긴다면 수수료 인하와 거래시간 확대 등 투자자들의 편의가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ATS는 지난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 설립 근거가 마련된 이후 9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 곳도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자기자본금 등 높은 진입규제와 거래종목과 거래량 제한 등 시장간 형평성 등의 문제 때문으로 분석된다. 30여 곳의 증권사들의 참여의사를 밝히며 ATS준비설립위원회가 활발하게 움직이며 국내 최초의 ATS 설립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가운데 원활한 ATS 설립 및 향후 ATS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국내 최초 대체거래소(ATS) 설립 추진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제2 증권거래소가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최저자기자본 요건 등 높은 진입장벽을 낮추고 거래상품 허용 확대 및 거래량 규제 완화 등 수익성 한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시장간 공정성·형평성 제고를 위해 시장감시업무의 이해상충방지 방안 및 공개매수 제도, 시장조성 관련 증권거래세 면제 등의 주장도 제기됐다.
◆급물살 타고 있는 ATS 설립 =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체거래소(ATS) 설립준비위원회에 중소형 증권사까지 포함한 30여 곳의 증권사들이 출자의사를 밝히며 ATS 설립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체거래소 설립으로 67년간 이어져 온 한국거래소의 독점이 깨지고 시장질서 재편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ATS는 ALTERNATIVE TRADING SYSTEM의 약자로 대체거래소라 불리며 정규 증권거래소의 주식 매매 기능을 대체하는 다양한 형태의 거래소를 의미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수많은 대체거래소가 설립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해외 주요국들은 거래소 간 경쟁을 통해 주식매매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각각 60여곳, 200여곳의 ATS가 있을 정도로 대체거래소가 활성화돼 있다. 미국시장에서는 올해 1월말 현재 증권거래위원회(SEC)에 64개의 ATS가 등록·운영 중이다. 13개의 정규거래소 중 12개를 뉴욕증권거래소, 나스닥, 시카고옵션거래소가 소유하고 있다. 이들은 복수의 매매체결시설도 보유하고 있다. 유럽의 금융상품거래시장(MTF)은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발생되어 외환 및 파생상품 등 다양한 상품을 거래하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일본에서도 대체거래소를 통한 매매체결 시설 간 치열한 경쟁에 힘입어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ATS가 설립되면 거래소 간 경쟁을 통해 거래시간 연장·거래비용 감소·새로운 종류의 호가 방식 등 전반적인 거래 환경이 개선돼 투자자들의 편의가 높아질 전망이다.

다만 구체적인 ATS 설립까지는 해결해야할 문제가 많다. ATS 심사 기준이 먼저 정해져야 인가 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데 금융감독원의 가이드라인(심사 매뉴얼)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새로 출범할 ATS의 거래종목과 거래량, 증권거래세 등 제도적 조건이 주요 쟁점 사항으로 알려졌다. 67년간 주식거래를 독점해 온 한국거래소는 과거와 달리 ATS 설립에 긍정적인 분위기다. 이미 거래소 주식 매매 수수료가 0.0027%로 낮은 편이라 경쟁력이 있고, 경쟁 시장이 만들어지면 공공기관 지정 여론에 대한 부담도 줄어든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ATS 준비위에서 요구하고 있는 거래량과 종목 완화, 수수료 면제 혜택 등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며 동일 기능·동일 규제 원칙 적용을 주장하고 있다.

◆2013년 제도 도입 후 단 한 곳도 출범 못 해 = 한국에서는 지난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 및 거래소 허가제를 도입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단 한 곳의 대체거래소도 출범하지 못했다. 2016년 6월에는 법시행령 개정을 통해 ATS의 유동성 규제 완화를 한차례 시행한 바 있지만 아직까지도 ATS 설립은 실현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이연임 박사(금융투자협회 조사국제부)는 높은 진입규제 및 시장간 형평성 등의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발표한 '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 규제 현황 및 개선 방안' 보고서에서 "현재까지 ATS 설립이 전무한 상황에서 주요국의 사례와 비교해 높은 최저 자기자본금 규제는 ATS의 진입장벽으로 작동될 수 있다"며 "미국·유럽의 경우 ATS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브로커-딜러의 업무를 정의하고 있지만 별도의 자본금 요건은 없으며, 일본의 사설거래시스템인 PTS의 자본금은 3억엔(한화 약 31억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나라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최저 자기자본금 200억원(자기매매 시 300억원)은 너무 높아 ATS 설립자금 규모 및 시장에 미칠 위험도 등을 고려해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다양한 금융상품 거래 가능해야 = 거래상품 허용 범위 다양화도 제안했다. 자본시장법에서는 거래소와 ATS가 취급하는 거래상품에 대해 엄격히 구분하며, ATS에서 허용된 거래상품은 상장주권과 주권관련 증권예탁증권으로 한정하고 있다. 현재 금투협에서 운영하고 있는 자본시장혁신과제 태스크포스 TF에서는 증권외 여타 업종의 참여 의사 타진을 고려 중이다.

ATS에서 거래 가능한 상품군이 주식 외에도 상장지수펀드(ETF), 증권화 상품 혹은 가상자산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전통 증권 외 여타 업종을 두루 살피고 있다. 이는 수익성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향후 주요 쟁점 사항이 될 전망이다.

미국의 ATS와 유럽의 MTF에서는 주식, 비상장주식, ETF, 채권, 옵션, 증권화상품 등의 다양한 금융상품을 거래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증권형 토큰도 거래가 가능하다.

이연임 박사는 "미국은 거래소와 ATS의 거래상품을 구분하지 않고 '주식 옵션을 포함한 증권', 유럽은 '파생상품을 포함한 금융상품', 일본은 '유가증권'으로 명시하고 있어 다양한 금융상품을 거래할 수 있다"며 "자본시장법은 '상장주권과 주권관련 증권예탁증권'으로 한정하고 있어 이는 다양한 ATS 시장 출현의 주요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TS의 거래상품 허용 범위와 관련하여 '상장주식'으로만 한정하는 입법례는 없고, 거래상품의 범위에 '비상장주식, 채권, 실물상품, 외환, 파생상품' 등을 포함하는 ATS도 있다.

이 박사는 "다양한 시장의 수요에 부합하고 ATS의 경쟁력 및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상장지수펀드(ETF)거래로 성장한 미국 뱃츠(BATS)의 사례 등도 참조하면서 ATS의 거래상품 허용범위를 'ETF 및 채권 등' 다양한 금융투자상품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설립준비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ATS의 취급상품이 주식에만 한정된다면 시장의 발전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시장간 가격분할과 정보의 비대칭성 등에 대해서도 보완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맹주희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 또한 "정규거래소에서 거래하지 못하는 비상장주식, 거래비용이 높은 채권, 최근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ETF 등을 거래대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해외와 비교해 국내의 매매거래가 가능한 대상은 제한적이므로 거래대상을 다양화해 ATS 운영효율성을 높이고 수익 다각화를 가져와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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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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