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신냉전과 외국인 직접투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신냉전이 우려되고 있다. 미국은 1991년 소련의 붕괴로 미국이 냉전에서 승리했음에도 러시아가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이의를 제기한다고 본다. 경제력은 군사력인데 급성장한 중국 경제는 대만 문제와 함께 미국에게 안보 위협이다. 러시아와 중국의 도전이 신냉전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미국·유럽 대 러시아·중국의 신냉전은 경제적 대립을 유발하고, 외국인직접투자(FDI)에도 큰 영향을 준다. 현재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대응도 러시아의 국제금융시스템 배제, 무역 제한·금지, 해외자산동결 등 경제적인 내용이 많다. 러시아가 국제금융시스템에서 배제되면 FDI를 위한 자본이동에 제약을 받는다. 무역의 제한·금지는 글로벌기업의 본·지사 무역이 전세계 무역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자동으로 러시아의 FDI를 감소시킨다. 해외자산동결로 투자이익을 회수할 수 없다.
신냉전은 FDI의 감소를 초래
세계은행(World Bank)도 '우크라이나전쟁의 전세계 무역과 FDI 영향 분석'을 통해 서방의 제재가 러시아의 FDI 등에 미치는 직간접 영향을 분석했다. 러시아의 FDI 유출입액은 전세계 비중이 1% 미만으로 낮아서 직접적인 영향은 작지만 에너지 분야에서 만큼은 크다.
특히 유럽은 러시아산 원유 고체연료 천연가스의 의존도가 높고 대 러시아 FDI도 많다. 엔지(프랑스) 에니(이탈리아) 에퀴노르(노르웨이) 네스테(핀란드) OMV(오스트리아) 쉘(영국·네덜란드) 토탈에너지(프랑스) 우니퍼(독일) 등은 러시아 유전에 지배지분을 갖고 있거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노드스트림2에 재무적으로 관련이 있다. 반 러시아 국제여론이나 경제제재는 러시아에 진출한 글로벌기업들에 대한 철수 압박으로 작용한다. 브리티시페트롤리엄의 러시아 사업 철수에 따른 손실은 250억달러로 알려졌다.
간접적으로는 국제경제의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를 높여 전세계 FDI에 영향을 준다. 글로벌기업은 투자결정 과정에서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이미 투자한 상태라면 검토결과에 따라 철수 또는 이전할 수도 있다. 러시아 투자에 노출된 금융기관들이 손실처리를 위해 해외 투자자금을 회수한다면 국제금융시장은 위축되고, 대 개도국의 투자 감소가 예상된다. 원자재가격 상승과 이에 따른 물가상승에 대처하기 위한 선진국이 금리인상은 전세계 경제성장률과 FDI를 둔화시킬 수 있다.
만약 신냉전이 중국으로 확대된다면 그 영향력은 러시아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클 것이다. 2021년 기준으로 중국은 해외투자(outward FDI)와 투자유치(inward FDI)에서 각각 미국 다음의 2위이기 때문이다. 대 중국 제재에 대한 서방국가들의 단합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신냉전은 점진적이고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미국은 2018년부터 '외국인투자위험심사현대화법'으로 중국의 미국 첨단기술기업 M&A를 규제하고 있다.
신냉전, 오래 지속될 가능성
글로벌화는 1990년대부터 본격화되었다. 1990년대 신자유주의의 워싱턴 컨센서스, 중국의 개혁·개방정책,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유럽연합(EU) 출범, 우루과이 라운드 타결,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등은 국제 및 역내의 개방과 자유화를 촉진시켰고 전세계적으로 FDI도 급증했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에는 공산권 국가들도 시장경제로 전환하면서 국영기업 민영화 등으로 FDI 유치에 적극 나서는 등 글로벌화에 동참했다.
신냉전은 글로벌화의 후퇴이고 FDI의 감소요인이다. 러시아와 중국의 독자적인 금융망이나 생산망 구축으로 글로벌 가치사슬이 분절화될 수 있다. 그리고 미국의 한 전문가의 말처럼 미국이 과거만큼 전세계를 쉽게 주도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신냉전은 구냉전처럼 오래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