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능 코끼리 동물원에 가둬도 기본권 침해 안돼"
2022-06-16 11:18:34 게재
뉴욕주 대법원, 5대 3으로 NhRP 청구 기각
반대의견 "자율적인 코끼리로 살지 못해"
14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즈에 따르면, 뉴욕주 대법원은 동물보호단체인 'NhRP'(Nonhuman Rights Project)가 '브롱스 동물원'(Bronx Zoo)을 상대로 코끼리 '해피'(Happy)가 불법 감금됐다고 주장한 사건에서 재판관 5대 2 의견으로 NhRP 청구를 기각했다.
47세 코끼리인 해피는 브롱스 동물원에 갇혀 있다. 그는 다른 코끼리와 가까이 있지만 울타리로 분리된 별도의 좁은 영역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다. NhRP는 코끼리가 넓은 영역을 필요로 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브롱스 동물원이 불법감금을 멈추고 더 넓은 코끼리 보호구역으로 해피를 이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브롱스 동물원은 해피가 사육사 등에 의해 잘 관리되고 있으며, 인신보호권이 동물에게 인정될 수 없다며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의 신체적 자유와 불법적 구금 방지를 위한 인신보호절차가 동물에게도 인정될 수 있을지가 해당 재판의 핵심 쟁점이었다. 그러나 자넷(Janet DiFiore) 재판장은 "해피는 기본권이 부여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해피를 동물원에 감금한 것이 인신보호절차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거울로 자신을 알아보는 등 해피의 인상적인 능력은 인정했지만, 브롱스 동물원 밖의 넓은 곳으로 해피를 풀어달라는 NhRP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인신보호절차는 오직 인간의 자유권을 보호하기 위한 절차적 수단일 뿐이지 동물까지 고려한 규정이 아니라는 취지다.
그러나 제니(Jenny Rivera) 판사는 반대의견을 통해 "해피가 인공적인 환경에 갇혀 야생 환경에서 자율적인 코끼리의 삶을 살지 못했다"고 주장했고, 로완(Rowan D. Wilson) 판사는 "법원은 해피의 자유를 청원할 권리를 인정할 의무를 가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즈는 "이번 뉴욕주 대법원의 판결이 고도의 지능을 가진 동물이 물건과 재산과는 다르게 인식돼야 한다는 논란을 가라앉히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진수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15일 페이스북에서 "해피라는 이름의 코끼리는 법적으로 사람(person)이 아니므로, 인신보호(harbeas corpus) 대상이 없다고 판단해, 코끼리를 좀 더 자연적인 곳으로 보내야 한다는 동물보호단체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 유사한 판결로는 '도룡뇽 사건'이 있다. 경부고속선 연장 공사 중 지율 스님은 2003년 12월 "천성산 생태계에 위협이 된다"며 천성산터널 공사중지 가처분 소송을 냈는데, 소송 당자자엔 '도룡뇽'이 포함돼 있었다. 2006년 6월 대법원은 고속철도 공사가 천성산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자연물인 도룡뇽 또는 그를 포함한 자연 그 자체로서는 사건을 수행할 당사자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도룡뇽의 소송을 각하했다.
안성열 기자 son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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