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정욱 2030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 사무총장

"정부·기업·국민 역량 하나로 모아 유치 총력전"

2022-06-16 11:13:13 게재

기업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 … 회원국 과반 득표 목표

60조 경제효과 … 명실상부 선도국가 도약 계기 기대

내년 말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도시 선정을 앞두고 유치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찌감치 부산 유치 신청서를 내고 본격적인 유치전을 대비해 왔다.

엑스포는 인류의 최신 과학기술과 산업, 문화 등이 총망라되고 전 지구적 도전과제에 대한 해법과 비전이 논의되는 자리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일하게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우리나라로서는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서 명실상부한 선도국가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다.

2030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 박정욱 사무총장을 2일 서울 종로에 위치한 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나 엑스포 유치 성공을 위한 전략과 계획을 들었다.

사진 이의종


■아직 2030엑스포 유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높지 않아 보인다. 우선 2030엑스포에 대한 설명 부탁드린다.

국제박람회기구(BIE)가 공인하는 엑스포는 세계(등록)박람회와 전문(인정)박람회로 나뉜다. 전문박람회는 3개월만 열리며 주제와 면적이 제한돼 있다. 과거 대전과 여수에서 개최한 것은 전문박람회다.

반면 이번에 부산에 유치하려는 등록박람회는 주제, 면적 제한이 없고 기한도 6개월이나 돼 경제적 효과가 크다. 그래서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3대 국제행사로 꼽힌다. 이번에 2030부산엑스포를 유치하면 3대 국제행사를 개최하는 7번째 국가가 된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국가적 위상을 높이고 부산이 글로벌 도시로 발돋움하는 시작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거 엑스포는 새로운 기술과 발명품들을 소개하는 장으로 활용됐지만 이제는 인류가 직면하는 도전과제에 대해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장으로서 의미가 커졌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우리나라가 그에 걸맞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다.

■부산이 제시한 2030엑스포 주제는 무엇인가.

코로나19 확산 및 지속, 기술격차, 기후변화 등 전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Transforming Our World, Navigating Toward a Better Future)를 제시했다.

부제는 '자연과의 지속가능한 삶', '인류를 위한 기술', '돌봄과 나눔의 장'으로 선정했다. 기후변화, 기술의 양면성, 지구촌 불평등 이슈를 다룸으로써 BIE가 지향하는 엑스포 가치를 반영하고자 했다. 특히 그동안 엑스포에서 직접 다룬 적이 없는 기후변화 문제를 포괄, 기존 엑스포 뿐 아니라 경쟁도시들과 차별화했다.

우리나라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일하게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성장한, '대전환'의 경험을 갖고 있는 나라다. 이런 점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의 이해를 포괄하는 해답을 제시할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국가간 격차와 경계를 넘고 대전환이라는 주제를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30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가 지난해 7월 출범했는데 그동안 활동을 소개해 달라.

유치활동은 프리젠테이션(PT)과 유치계획서 제출 등 BIE에서 요구하는 절차를 밟는 것과 170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하는 직접적인 득표활동, 또 전반적인 대내외 홍보와 우리나라의 인지도를 높이는 활동 등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6월 2030엑스포 유치를 공식 신청한 이후 다양한 유치활동을 펼쳐왔다. 우선 지난해 7월 민간 유치위원회, 11월 정부 유치지원위원회를 구성하고 1월에는 국회 유치특별위원회가 발족하는 등 범국가적 유치추진체계를 마련했다. 지난해 12월에는 BIE 회원국을 대상으로 첫 경쟁 PT를 실시했다. 당시는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으로 열렸는데 올해는 6월과 12월 대면 PT가 예정돼 있다. 우선 6월 PT와 9월초에 제출해야하는 유치계획서, 또 내년 1~3월로 예상되는 BIE 현장실사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BIE회원국을 대상으로도 두바이 엑스포 등 각종 계기를 활용해 교섭활동을 벌여왔다. 아울러 서울역과 무역센터 뿐 아니라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 런던 피카디리 광장 등에 부산엑스포 유치 동영상을 광고하는 등 국내외 홍보활동도 본격화하고 있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유치활동에 변화가 있나.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유세기간 중 "국가 명운을 걸고 2030부산엑스포를 유치하겠다"고 밝혔고, 지난 4월에는 '경제계 2030부산엑스포 유치기원 대회'에 참석해 "대통령이 직접 최선봉에 서서 열심히 뛰겠다"고 강조하는 등 강력한 유치 의지를 보여 왔다. 실제 인수위 내에 부산엑스포TF를 설치했고, 국정과제의 하나로 '2030세계박람회 유치'를 선정했다. 대통령실 내에도 이를 전담하는 미래전략비서관이 신설됐다.

지난달 31일에는 윤 대통령이 부산에서 열린 '2030부산엑스포 유치 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다시 한번 부산엑스포 유치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민간재단법인인 유치위원회가 국무총리 직속 위원회로 개편되고 한덕수 총리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공동위원장을 맡는 체제로 전환될 예정이다. 정부와 재계, 민간이 '원팀'이 되어 엑스포 유치 총력전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다.

특히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한 우리 기업들이 BIE 회원국별로 전담하는 '앵커기업'을 정해 유치활동을 지원키로 했다. 정부와 함께 협업한다면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2025년 엑스포가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데 2030부산엑스포를 유치하면 연이어 동북아시아에서 개최되는 셈이 된다. 유치활동에 부담되지는 않나.

그 부분을 우려하는 분들이 많은데 대륙별로 분담 개최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BIE 사무총장에게도 물어봤는데 전혀 고려요소가 아니라고 하더라. 실제 과거에도 미국 시애틀에 이어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연이어 엑스포가 개최됐고, 2005년과 2010년에도 일본 아이치와 중국 상하이에서 잇달아 엑스포가 열린 적이 있다. 물론 투표하는 회원국 입장에서 특정 대륙에 편중되는 것을 의식할 수 있겠지만 우리의 장점을 잘 전달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부산엑스포 개최에 따른 기대효과는.

2019년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부산엑스포 유치로 43조원의 생산 유발효과와 18조원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 50만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직접적 효과 외에 우리나라의 선진 ICT 제조업 기술력 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메타버스,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차세대 기술을 우리 기업이 선도해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국가브랜드 제고로 인한 우리 기업제품의 이미지 향상 등 부가적 효과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부산이 글로벌 도시로 부상하면서 우리나라의 심각한 수도권 집중문제 해결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균형발전 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외교적으로는 대한민국 발전상을 세계에 알리고 전 지구적 문제 해법을 세계인과 함께 모색, 인류의 새로운 미래상을 제시함으로써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명실상부한 세계 선도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부산엑스포 유치성공을 위한 전략과 계획은 무엇인가.

유치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게 정부와 기업 국민 등 모든 동력을 하나로 모으는 것인데 지난달 윤 대통령 주재 전략회의를 통해 우리 역량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기반이 갖춰졌다고 본다. 이제 계획대로 차근차근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유치위원회는 차별화된 PT와 유치계획서, 현장 실사 준비를 철저히 해나갈 예정이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 특사 파견도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전·현직 대사, 정부 고위급 인사 등을 적극 활용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기업과 협업해 유치교섭활동을 전개해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170개 회원국 중 절반 이상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엑스포 유치를 위해선 전 국민적인 관심과 열망이 필수적이다. 윤 대통령이 전략회의에서 "이번 기회에 모두 힘을 합쳐 한번 해보는 것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했는데 굉장히 중요한 말씀이라 생각한다. 어느 국가나 예기치 못한 어려움을 만날 때가 있지 않나. 정부와 국민들이 한 방향으로 힘을 합쳐 무엇인가 이뤄낸 경험이 쌓인다면 어떤 어려움도 헤쳐 나갈 수 있고 부산엑스포 유치가 그런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동기획

구본홍 곽재우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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