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오존주의

"LA와 다른 한국 오존 … 기초 통계 보완 필요"

2022-06-20 11:03:48 게재

동북아지역 고농도 현상 심화 등 어려워지는 대기질 관리 … 고도별 물질 특성 자료 부족, 3차원적 접근 중요

"서울 등 우리나라의 고농도 오존(O₃) 현상을 미국 캘리포니아를 분석했던 방식으로 해석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여름철 오존의 화학적 성질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캘리포니아, 특히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특성을 기반으로 축적됐다는 점이죠. 미세먼지보다 더 시급하게 한국형에 맞는 분석이 필요한 상황이 됐어요."

13일 민경은 광주과학기술원 지구·환경공학부 조교수는 최근 심화되는 고농도 오존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지난 5월 전국 평균 오존 농도는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농도 미세먼지 문제가 조금 완화되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수면 밑에 놓여있던 오존 문제가 급부상하는 분위기다.
한동안 기승을 부리던 미세먼지 대신 오존이 또다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오존의 경우 미세먼지보다 더 대응이 힘든 물질로 알려져 있어 정교한 정책 집행이 시급한 상황이다. 사진은 서울시 전역에 올해 첫 오존주의보가 발령된 5월 23일 오후 서울시청 인근 전광판의 모습. 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민 조교수는 "기존의 오존 지식은 태평양 풍상(바람이 불어 들어오는 쪽)에 있는 환경에서 연구가 된 결과이지만 우리나라는 중국이 풍상에 있기 때문에 동일하게 적용해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오존농도 관측 이래 최고치 = 17일 김순태 아주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는 "최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동북아 전체 오존 농도가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나라가 편서풍 지대이다 보니 장마철 이전에는 중국으로부터 오존 등 장거리이동물질이 넘어오는 영향까지 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존은 주로 대기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NOx)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이 자외선과 광화학 반응을 일으키면서 생성된다. 질병관리청의 '제1차 기후 보건영향평가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대기 중 오존 농도가 높아지면서 초과사망자수가 최근 10년간(2010~2019년) 2배 늘었다. 초과사망자수는 특정 요인으로 일정 기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망했는지 추산한 통계 지표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5월 전국의 평균 오존 농도는 0.051ppm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0.042ppm)에 비해 21% 증가했다. 이는 2001년 이후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월평균 농도다. 또한 5월 한달간 전국 오존주의보 발령일수는 18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8일)에 비해 10일 늘었다. 사실 오존은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면 평균농도보다는 고농도가 중요하다. 오존은 기온이 높고 일사량이 많을수록 농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여름철에 고농도가 자주 발생한다.

이처럼 고농도 오존 문제가 심화됨에 따라 환경부는 최근 '고농도 오존 집중관리 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 특별점검 △휘발성유기화합물 비산배출시설에 대한 기술지원 △오존 위해성과 행동요령 홍보강화 등이다. 비산배출시설이란 굴뚝 등 점배출원과 달리 배출구 없이 대기오염물질이 곧장 대기로 배출되는 경우를 말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러한 대책만으로는 당장 눈에 띌 만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존의 전구물질은 미세먼지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전문가들이 과거 미세먼지 중장기 대책을 세울 때부터 미세먼지와 오존을 함께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미세먼지 농도는 옅어졌지만 오존 농도는 도리어 상승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2015년 26.3㎍/㎥에서 2019년 22.4㎍/㎥로 줄었다. 반면 오존은 2010년 35.8ppb에서 2019년 45.0ppb로 증가했다.

왜 그럴까. 광주과학기술원의 '상시 측정망 자료를 활용한 광주지역 오존 오염 개선 정책 타당성 평가연구'에 따르면 광주 지역의 경우 질소산화물이 감소함에 따라 오존 농도가 옅어져야 하는 환경이다. 하지만 오히려 오존 농도는 높아지고 있다. 이는 휘발성유기화합물 반응도 증가에 따른 결과로 추정된다.

◆"배출량 통계, 해외와 최대 7배 차이" = 15일 심창섭 한국환경연구원 대기환경연구실장은 "오존 농도 저감을 위해서는 휘발성유기화합물 제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데 물질 특성상 쉽지 않다"며 "배출량부터 제대로 산정해야 어느 부분에 강하게 정책적 무게를 실을지 결정을 할 수 있는데 우리는 기초 통계부터 미흡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심 실장은 또 "한 예로 대산산업단지만 해도 미국 등 해외 오염물질 배출 통계치가 국내 자료보다 최대 7배나 높게 나온다"며 "그만큼 국내 오염물질 기여도가 저평가 되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위성 관측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배출총량에 대한 평가부터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 역시 "오존 등 대기질은 3차원적으로 봐야 하는 데 분석기술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대기 상층부에서 만들어진 오존이 내려오는 부분과 지표에서 생성된 건 분명히 다른데 이러한 부분이 반영되지 못하고 있고 휘발성유기화합물 역시 지표 부분 위주로 측정이 이뤄지고 있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 조교수는 "오존은 잠재적인 물질까지 함께 고려한 OX(오존+이산화질소(NO₂)) 개념으로 접근해야 제대로 된 분석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질소산화물 중에는 이산화질소가 있는데 오존이랑 반응하면서 마치 오존이 소모된 걸로 보이게 한다. 하지만 이산화질소가 빛과 만나 광분해되면 다시 오존을 생성한다. 상대적으로 대기질이 깨끗한 제주가 오히려 서울 지역보다 오존 농도가 높은 현상을 보이는 이유도 이런 부분이 작용해서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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