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구로다 회담 … 급속한 엔저 우려 공감

2022-06-21 11:43:54 게재

엔화 140엔까지 추락·물가 3% 넘으면 일은 완화정책 전환 요구 여론 커질듯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20일 회담을 가졌다. 최근 급속한 엔저 상황에서 두 사람의 만남이 향후 일본은행의 금융정책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아사히신문 21일 "기시다 총리가 구로다 총재와 엔저 등을 둘러싼 최근 상황에 대해 대화를 가졌다"고 보도했다.

구로다 총재는 이날 회담이후 기자들과 만나 "최근 급속한 엔저는 기업의 경영계획에 불확실성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총리에게 전달했다"면서 "외환시장의 동향을 주목하면서 정부와 연계해서 적절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구로다 총재는 이와 관련 기시다 총리로부터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본 언론은 일본은행의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이 안팎에서 변경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1일 "급격한 엔저와 물가상승의 역풍이 불고 있다"면서 "일본은행이 대규모 완화정책을 견지하고 있지만 정책수정의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내 금융시장에서는 여전히 구로다 총재가 임기를 다하는 내년 4월까지는 지금의 완화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일본의 소비자물가가 미국과 유럽 등 다른 선진국과 달리 폭등하는 양상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한다. 일본의 지난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에 비해 2.1% 상승했다. 이는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이 내건 물가목표에 부합하는 것으로 당분간 물가 폭등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현재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는 등 금융긴축정책으로 전환할 경우 안그래도 침체된 경기를 죽일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구로다 총재는 지난 17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현재의 완화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현시점에서 금리인상은) 경제성장에 커다란 마이너스가 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초저금리 통화정책과 대규모 국채 매입 등 돈풀기 정책이 곳곳에서 흔들릴 조짐을 보이면서 일본은행의 정책전환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미 24년 만에 달러당 135엔대까지 치솟은 환율과 이에 따른 물가상승 등이 서민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금리가 꿈틀대고 있다. 최근 일본 채권시장에서는 10년물 국채가 일본은행이 상한으로 정한 0.25%를 일시적으로 넘어서기도 했다. 특히 만기 7~9년 남은 국채 이자율이 10년물을 상회하는 양상도 나오고 있다.

BNP파리바증권 고노 료타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내외 금리차의 확대로 환율이 달러당 140엔까지 오르고, 일시적으로 물가가 3%를 넘어설 수도 있다"면서 "일본은행이 연내에 정책을 수정하는 것은 메인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여론의 압력으로 수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바클레이즈증권 야마가와 테츠시 조사부장은 "단기간에 달러당 140엔을 돌파하면 일본은행이 단기금리 목표치를 일부 수정할 가능성도 있다"며 "국채시장의 기능저하 등 현행 금융정책에 반대하는 국민여론이 높아지는 정치적 요인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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