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소송, 쟁점은 불이익 정도와 대상조치 유무"

2022-06-24 10:55:30 게재

차별의 합리성 판단 달라 … 하급심 판결 대법원과 엇갈릴 가능성

합리적 이유없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 이후 하급심에서 대법원의 판단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하고도 "임금피크제는 유효"라는 엇갈린 판결이 나오면서 기업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불이익의 정도와, 대상조치 유무가 임금피크제 유·무효 판단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법무법인 바른은 지난 22일 '임금피크제 대법원 판결에 따른 향후 소송 전망'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는데, 변호사들은 일제히 대법원 판결과 향후 하급심 판결이 엇갈릴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원 민사합의48부(이기선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KT 전·현직 직원 1300여명이 '임금피크제로 깎인 임금을 배상하라'며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지난달 26일 대법원이 "합리적 이유없는 임금피크제가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린 가운데 '정년 연장형 임금피크제는 합법'이라고 본 것이다. 이는 대법원 판결 선고 이후 같은 기준을 적용한 최초의 하급심판결이었는데,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대해서도 대법원의 판결 기준을 참고할 수 있음을 명시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13부(홍기찬 부장판사)도 지난달 27일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인해 원고들이 어떠한 불이익을 입게 됐다고 볼 수 없다"며 한국전력거래소 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청구소송을 기각했다.

이응교 변호사는 "하급심 판결사례에서 보듯이 대법원 판례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의 임금삭감(불이익의 정도)이 용인된다고 볼 것인지, 어떤 조치를 임금삭감에 대한 대상조치로 볼 것인지(대상조치의 존재 및 적정성)에 대해 '동일 가치 노동=동일 임금'이라는 노동법상 대원칙에 관한 판단이 포함될 수 밖에 없다"며 "재판부마다 결론이 다를 수 있어 하급심 판결이 다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황서웅 변호사는 임금피크제의 유·무효가 반드시 정년연장형인지 정년보장형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대법원 판결이 밝힌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특히 불이익 정도가 얼마나 큰지, 적정한 대상조치가 도입됐는지 여부를 사안별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년보장형이더라도 차별의 합리적 이유가 있으면 임금피크제가 유효하다. 정년연장형의 경우 기존 정년 연령 전부터 임금을 감액한다면 원칙적으로 연령차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고, 역시 차별의 합리적 이유가 있어야 임금피크제가 유효하다.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위법하다고 판단한 사례에서는 '불이익의 정도'를 핵심 쟁점으로 판단했다는 것이 바른측 설명이다.

안성열 기자/변호사 sonan@naeil.com
안성열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