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으로 새길 여는 중소·벤처기업│⑧ 지앤지커머스

두번의 실패 딛고 국내 최대 B2B 오픈마켓(도매꾹, 도매매)으로 성장

2022-07-01 10:30:11 게재

260만명 회원이 일일 70만개 상품 거래

5년간 전문셀러 1만1038명 창업 지원

올해부터 세계 이커머스시장 진출 본격

기업은 사람처럼 생로병사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닥친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야 지속가능성을 높인다. 한국경제는 미래를 예측하는 통찰력과 새로운 것에 과감히 도전하는 정신으로 무장된 기업인들이 있었기에 성장해 왔다. 내일신문은 (사)밥일꿈과 함께 기업가정신으로 새 길을 여는 중소·벤처기업 20곳을 발굴해 연재한다. 산업의 대전환 시기를 헤쳐 나가는 용기와 지혜를 얻기 위해서다.


온라인유통이 대세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난해 거래액은 무려 193조원에 이르렀다. 기존 기업들은 물론 창업도 온라인플랫폼을 중요시하는 흐름이다.

20년전 삼성맨 옷을 벗고 온라인쇼핑몰을 열었다. 온라인 상거래에 관심이 없던 시절이다. 시장보다 너무 앞선 탓에 사업은 실패했다. 그래도 온라인시대 도래를 믿고 버텼다. 그 고집 덕에 지금은 120명이 근무하는 국내 최대 기업간거래(B2B) 온라인유통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달 20일 모영일 지앤지커머스 책임 대표가 회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지앤지커머스 제공

 

세계 이커머스시장 진출 채비도 갖췄다. 새로운 사업 관련 미국특허를 등록했다. '세계를 연결하는 기업'을 회사 미래전략으로 삼았다. 오랜 준비를 마치고 올해부터 발걸음은 세계시장으로 향했다. 지앤지커머스와 창업자 모영일 책임대표 이야기다.

◆입점 상품 1000만가지 = 지앤지커머스는 일반인들에게 생소하다. 지앤지커머스가 운영하는 B2B 온라인유통망 '도매꾹'이 더 유명하다. 지앤지커머스는 도매꾹을 비롯해 B2B 배송대행플랫폼 '도매매', 물품구매 앱 '캔버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에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

현재 도매꾹과 도매매에 입점한 상품은 1000만가지다. 가입한 회원은 260만명이다. 거래되는 상품은 일주일에 평균 500만개에 이른다. 하루에 상품 70만개 이상이 거래되는 셈이다. 이는 국내 온라인 도매시장 트래픽의 70% 수준이다. 지난해 총 거래액은 3000억원 가량이다.

도매꾹은 온라인 국내 최대 B2B 오픈마켓이다. 오픈마켓은 개인과 소규모 판매업체 등이 온라인상에서 자유롭게 상품을 거래하는 유통종합포털이다. 도매꾹은 타 쇼핑몰과 달리 대량거래로 특화돼 있다. 특히 수수료는 동종 업계에서 가장 낮다.

도매매는 전문셀러(사업자회원)를 위한 B2B 배송대행플랫폼이다. 일반적인 도·소매시장에서는 먼저 물건을 매입한 후 판매한다. 반면 도매매는 무재고 무점포 소자본을 특징으로 한다. 전문셀러는 상품을 미리 확보하지 않고도 상품 이미지와 정보만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전문셀러가 도매매에서 상품 이미지와 정보를 가져와 본인 쇼핑몰이나 오픈마켓 등에 등록할 수 있기에 가능하다.

지앤지커머스는 전문셀러를 위해 도매매 상품을 무료로 오픈마켓에 등록, 관리 해주는 온라인통합솔루션 '스피드고전송기'를 제공한다. 샵플링과 같은 다양한 쇼핑몰통합솔루션에도 도매매 상품을 연동할 수 있다.

◆1인 청년창업 양성소 = 도매꾹과 도매매에서 활동하는 전문셀러는 6월 현재 1만6027명이다. MZ세대로 불리는 20, 30대(37.1%) 각각 1419명, 4528명으로 가장 많다. 40대(5512명)가 34.4%로 두번째를 차지했다. 도매꾹은 20~40대의 창업공간인 셈이다.

지앤지커머스는 2017년 '도매꾹 평생교육원'을 설립해 온라인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창업교육은 올 5월까지 1만5000여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중 1만1038명이 사업자로 등록해 창업률이 73.6%다. 매년 2200여명을 1인 전문셀러 창업으로 이끈 것이다. 전문셀러 중에는 월 2억원 매출을 올리는 사례도 나왔다. 대학 재학 중에도 월매출 3000만~4000만원 매출을 올리기도 한다.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본사에서 만난 모영일 대표는 "도매꾹과 도매매는 재고관리가 필요없고 평생 상품을 직접 만질 일이 없이 사업할 수 있다"며 "교육만 받으면 청년들이 소자본으로 창업해 부수익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셀러 양성은 험난했던 창업과정을 겪은 모 대표가 미취업 청년들에게 큰 부담없이 사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위한 나눔활동이다.

모 대표는 고교시절부터 사업을 꿈꿨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며 사업방향을 무역업으로 정했다. 삼성그룹에 입사했지만 1년 만에 그만뒀다. 무작정 미국으로 떠나 영어공부에 매진했다. 귀국 후 무역을 하며 전세계를 돌아다녔다.

1997년말경 인터넷시장을 접했다. 눈이 번쩍 뜨였다. 첫 창업은 인터넷쇼핑몰 분양사업이다. 당시 인터넷쇼핑몰에 대한 이해가 없어 실패했다. 2000년 초에 직접 인터넷쇼핑몰을 운영했다. 두번째 창업이다.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물건이 팔렸다. 지속가능한 사업개발에 집중하려 지인에게 대표를 맡겼다. 지인이 회사 자금을 횡령해 회사는 망가졌다. 회사 빚을 갚으려 전세에서 단칸방 월세로 내려 앉았다.

세번째 창업에 도전했다. 옥션 등 오픈마켓이 본격화돼 틈새시장인 도매분야에 관심을 가졌다. 당시 상품과 거래처 정보가 개인수첩에 의존하는 상황에 주목했다. '나까마'(仲間)라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개설했다. 유통업자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이다. 모 대표의 판단은 적중했다. 정보공유하던 회원들이 상품을 올리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게시판에서 쇼핑몰이 형성된 것이다.

나까마 커뮤니티는 도매꾹으로 발전해 2002년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통상 30%가 관례였던 수수료를 도매꾹은 6%만 받았다. 회원이 급속도로 늘었다. 5년 후인 2007년부터 손익분기점에 들어섰다.

◆캔버시 해외 특허등록 = 지앤지커머스는 세계시장 진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미 해외법인을 구축하고 준비해 왔다.

중국 연길법인에서는 도매매 '스피드고전송기' 기술개발을 진행한다. 해외 직구와 해외직수입 지원플랫폼 '에그돔' 브랜드 사업도 하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법인에서는 '캔버시' 개발과 안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캔버시'는 세계시장 공략의 핵심선수다. 캔버시는 모바일 영상에 나오는 물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앱이다. 2017년에 한국 특허등록 마쳤다. 2020년에는 중국과 러시아에도 특허를 등록했다. 지난해 8월에는 미국특허 등록이 결정됐다. 유럽을 비롯해 5개국 특허 등록을 기다리고 있다.

지앤지커머스는 올해 사업목표를 '글로벌·물류안정화'로 정했다. 이를위해 고품질 상품을 확보하고 글로벌 제휴업체와 협업을 구축할 예정이다. 글로벌 셀러 양성에도 나선다. 국내 전문셀러들이 해외판매 채널을 보다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청년 전문셀러들과 상품공급사들이 세계 이커머스시장에서 어려움 없이 사업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

지앤지커머스는 '2022년 청년 친화 강소기업'에 선정됐다. 모영일 책임 대표는 청년창업을 지원하며 세계시장을 향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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