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의 중성자만으로 이루어진 원자핵 관측

2022-07-06 08:49:02 게재

IBS 등 국제 공동 연구진, ‘원자번호 0번’세계 열어

독일 다름슈타트 공과대학, 일본 이화학연구소, 기초과학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국제 공동 연구팀은 '테트라 중성자'로 불리는 4개의 중성자만으로 만들어진 핵의 증거를 확인했다고 6일 밝혔다. 이로써 '원자번호 0번' 세계의 길을 열었다.

이번 연구에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희귀 핵 연구단 한인식 단장(이화여자대학교 초빙 석좌교수) 등 연구진 5명은 실험에서 핵심 요소였던 고순도 헬륨-8(8He) 빔 생성과 실험 전과정 동안 다중입자 측정 장치 성능평가 및 온라인 데이터 분석 등에 기여했다. 

물질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원자는 중성자와 양성자로 이루어진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 지금까지는 중성자만으로 이루어진 원자핵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중성자로만 구성된 결합 시스템으로 알려진 자연 현상은 중성자별이 유일하다. 

양성자가 없는 원자핵의 존재는 이론적으로 제시되었으나 실험적으로 명확히 관측된 적이 없어 60년 동안 핵물리 연구 분야의 풀리지 않는 난제였다.

국제 공동 연구진은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의 중이온 가속기 RIBF의 다중입자 측정 실험 장치(SAMURAI 스펙트로미터)로 4개의 중성자만으로 만들어진 원자핵을 관측하며 '테트라 중성자 핵'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새로운 증거를 확보했다. 

연구진은 가속기를 통해 생성된 무거운 빔을 상대적으로 가벼운 표적에 충돌시켜 무거운 원자핵으로부터 일부 핵만 제거하는 방식으로 중성자 핵을 생성했다.  

양성자를 1개도 포함하지 않는 이른바 '원자번호 0'의 기묘한 원자핵을 관측한 것으로, 원자핵 나아가서는 원소의 안정성을 결정짓는 핵력의 모델을 크게 바꿀 가능성도 있다.

빔 생성 과정의 핵심멤버였던 안득순 박사는 "중성자 사이의 상호 작용과 이에 따른 핵력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인식 단장은 "연구단 출범 2년여만에 얻은 의미 있는 연구성과이며, 세계적인 프로젝트에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IBS 연구진만이 참여해 교과서를 바꿀만한 발견에 힘을 보탰다"며 "향후 한국에서도 국내 우수한 연구진이 IBS 중이온 가속기 연구시설을 활용하여 우주의 미지 영역 탐구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Nature, IF 69.504)에 6월 23일 게재됐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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