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누리호와 큐브위성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 사이에 벌어졌던 우주경쟁(Space Race)은 미사일을 얼마나 멀리 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단순한 군사적 자존심 대결에서 시작되었다. 쏘아 올린 미사일을 다른 나라에 떨어뜨릴 수 없기에 이를 우주로 보내 우주공간을 탐사하고 인간을 실어 보내기도 하고 달에도 착륙시켰다. 과학적 상업적 목적 없이 순전히 경쟁심에서 시작되어 천문학적 비용을 썼지만 반대급부로 과학기술 발전이 인류사에서 최고점에 이른 순간이었다.
당시에는 군사적 우위와 국가적 자존심 때문에 벌인 경쟁이었으나 이제는 위성을 통해 군사적 첩보 수집 외에 통신 기상관측 위치추적 등 초연결사회의 기반기술로 자리잡았다. 테슬라 소유주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는 지구 궤도에 약 4만2000개의 인공위성을 쏘아 초고속 무선인테넷 서비스를 하겠다는 사업이다. 이제는 우주 경쟁이 국가간 경쟁 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얼마 전 발사된 누리호는 우리나라의 인공위성 역사의 변곡점이 되었다. 대부분 우리나라 우주개발사를 논할 때 1992년 발사된 우리별 1호를 최초의 인공위성으로 떠올린다. 그리고 30년 후 발사된 누리호는 독자기술로 개발한 최초의 한국형 발사체였기에 우주독립선언의 원년으로 본다. 기술선진국인 우리가 유독 로켓과 우주기술에 등한시했던 것은 정치적 이유로 '한미미사일지침'이라는 각서를 썼기 때문이다. 박정희와 전두환은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로켓연구팀을 해체하면서 자체 로켓 개발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미중일 견제로 미사일 기술연구 엄두 못내
인공위성 발사체와 미사일은 목적상 구분될 뿐 기술적으로는 거의 구분되지 않는다.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발사체만 있다면 위성 대신 탄두를 실어 언제든지 무기로 사용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일본 등의 심한 견제로 미사일 기술에 대한 연구는 엄두를 내지 못했고 40여년이 지난 문재인정권에서야 '한미미사일지침'을 폐기시킬 수 있었다.
인공위성의 역사에서 우리별 1호가 최초로 우주궤도에 오른 것은 맞지만 설계와 제작 시도는 이미 1960년 전국과학전람회에 경기공고 과학반이 출품한 '유생물 인공위성'이다. 그 이유는 실제 로켓에 실려 우주궤도에 오르면 인공위성으로서 기능할 각종 장치들이 잘 동작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인공위성의 존재를 느끼지 못할 뿐 실생활에서 수시로 인공위성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간다. 이제 우주개발산업은 국가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을 정도로 중요해졌다.
누리호에 실린 인공위성에서 주목할 점은 별도로 4기의 큐브위성을 품고 궤도에 안착한 뒤 시간을 두고 1기씩 우주궤도에 내보냈다는 점이다. 초소형으로 분류되는 위성은 캔(CAN)위성과 큐브(CUBE)위성이 있는데, 큰 차이점은 발사방법인데 큐브위성은 우주궤도에 투입되는 반면 캔위성은 드론이나 소형 과학로켓으로 수백m 고도에 발사되어 낙하산을 타고 몇분 동안 지상으로 내려온다는 점이다.
캔위성은 음료수 캔 크기에 500g 내외로 만들어진 모사위성이며 위성과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제작되어 교육용으로 활용된다. 큐브위성은 가로x세로x높이가 10cm 내외이고 무게 1kg 정도인 정육면체 위성을 표준단위(U: Unit)로 해 2개가 붙어있으면 2U, 3개가 붙어있으면 3U로 칭한다. 큐브위성 역시 교육용으로 시작되었으나 전자기술 발전 덕분에 지금은 상업용 못잖은 성능을 지닌다. 큐브위성의 장점은 일반위성의 0.1%도 안되는 비용으로 발사가 가능해 2003년 처음 발사된 이래 약 1800기의 큐브위성이 발사되었다.
우주기술경쟁은 이제 시작일 뿐
결과적으로 1억~2억원을 투자하면 인공위성을 소유할 수 있으므로 수년 안에 지방자치단체 중소기업은 물론 개인도 위성을 소유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큐브위성을 활용한 우주탐사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우리나라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비롯 몇몇 대학에서 큐브위성을 개발하고 발사했다.
누리호를 빗대 우주강국들이 60여년전 쏘아올린 로켓을 이제 개발해 경쟁력을 갖추기는 불가능하다는 비관적 의견도 있으나 그것은 기우일 뿐 우주기술경쟁은 이제 시작이다. 아직 큐브위성과 같은 블루오션 시장이 남아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