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권성동 "청년에 사과드린다"
'9급이라 미안' 발언 전격 사과 … "초심으로 경청"
'브라더 갈등'에 당내 견제구 등 원톱체제 흔들려
'가벼운 입'으로 스스로 위기 자초 비판도
권 직무대행은 20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근 대통령실 채용과 관련한 저의 발언에 대해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소위 '사적 채용' 논란에 대해 국민께 제대로 설명드리는 것이 우선이었음에도, 저의 표현으로 논란이 커진 것은 전적으로 저의 불찰"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권 직무대행은 "선출직 공직자 비서실의 별정직 채용은 일반 공무원 채용과는 본질이 완전히 다르다"며 "이들은 선출된 공직자와 함께 운명을 같이 하고 임기가 보장되지 않는다. 대통령실뿐 아니라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장, 국회의원실의 별정직에게 모두 해당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선거를 도우면서, 캠프 곳곳에서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하는 청년들을 많이 봤다. 주말은커녕 밤낮없이 쉬지도 못하며 후보의 일정과 메시지, 정책, 홍보 등 모든 분야에서 헌신했다"며 "청년들의 생각을 잘 이해 못했던 기성세대들을 내부에서 끊임없이 설득한 것도, 선거캠페인을 변화시켜 젊은 세대의 지지를 얻게 한 것도, 이름 없는 청년 실무자들의 노력 덕분이었다"고 강조했다. 권 직무대행은 또 "초심으로 경청하겠다"며 "설명이 부족했던 부분은 끊임없이 말씀드리겠다. 앞으로 국민의 우려가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앞서 권 직무대행은 강릉시 선거관리위원의 아들 우 모씨가 대통령실에 채용된 데 대해 "내가 추천했다. 7급에 넣어줄 줄 알았더니 9급에 넣었더라. 강릉 촌놈이 최저임금 받고 서울에서 어떻게 사느냐"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애초 의도는 우씨 채용과 윤석열 대통령은 관계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해명 과정에서 '9급 비하' 등의 논란으로 퍼지며 오히려 더 많은 비판을 받았다.
청년층 사이에서 '공무원 시험 합격은 권성동' 등의 문구를 넣은 짤이 도는 등 윤석열정부의 '공정' 이미지가 훼손됐다는 위기의식이 높아지자 권 직무대행이 전격 사과로 상황수습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사과로 민심을 다독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겠지만 권 대행은 이 외에도 이른바 '브라더 갈등' 등으로 직무대행 체제 2주일도 되지 않아 위기에 처했다는 점에서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난 11일 권 직무대행이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추인받았을 때만 해도 그는 당 혼란을 빠르게 수습했다는 점에서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준석 대표 중징계 후 조기 전당대회 흐름으로 갈 경우 당권주자들 간의 경쟁이 격화되는 등 당 혼란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는데 총대를 메고 적극적으로 봉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은 일주일 만에 반전됐다.
장제원 의원과의 불화설이 첫 불씨였다. 장 의원이 지역구 일정을 이유로 윤 대통령과 권 직무대행 등의 만남 등에 불참하면서 불화설은 확산되기만 했다.
장 의원과 권 직무대행 두 사람은 여의도 모처에서 공개 점심회동까지 하면서 여전히 '영원한 브라더'임을 과시했지만 회동의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과 관련한 권 직무대행의 발언에 대해 장 의원이 지난 18일 "말이 거칠다"고 직격탄을 날렸기 때문이다.
공격은 이어졌다. 차기 당권 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정우택 의원이 "당을 대표하는 사람은 품격에 맞는 발언을 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고, 역시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김기현 의원도 "대통령 지지율도 떨어지고 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마당에 임시 체제로 가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이냐 하는 위기감이 필요하다"며 거듭 지적했다. 다만 김 의원은 20일 오전 공부모임 직후 자신의 발언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데 대해 "당내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는데 과도하게 부풀려서 보는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권 직무대행과 장 의원의 갈등 자체를 비판했다. 원 장관은 "두 분 다 막중한 책임과 실제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방법론의 차이 같은 것은 가급적이면 내부 토론으로 해 달라"고 했다. 김태호 의원은 SNS에 "내심 대선 승리의 일등 공신이 자신이라는 생각들부터 버려야 한다"고 했다.
당내에선 권 직무대행이 맞이한 위기는 스스로 가벼운 입 때문에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당 원톱으로서 무게감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인식이 당내에 깔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