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바꿨을 뿐인데 "대접받는 느낌"
서울시 '스트레스 해소' 노인복지관
'해소당'에서 코로나 우울증·외로움↓
서울 마포구 주민 송인순(75·공덕동)씨와 한순덕(67·노고산동)씨가 주거니 받거니 얘기를 한다. 최근 확 달라진 우리마포복지관에 관해서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노인복지관이 새롭게 변신, 주민들 호응이 크다. 스트레스 해소 디자인을 개발해 우리마포와 도봉구 쌍문동 도봉노인종합복지관에 적용했다.
스트레스 해소 디자인은 시민 정신건강 문제에 주목한 디자인 정책 일환이다. 생애주기별로 상황별로 직면하는 스트레스 현황과 요인을 분석, 디자인을 통해 개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016년 청소년을 시작으로 2017년 지하철 이용자에 주목했고 2019년과 2020년에는 노년층과 청년 맞춤형 디자인을 개발했다.
올해는 길고 긴 코로나19 영향으로 가족·친구 모임이나 사회적 교류가 줄어들면서 외로움을 넘어 두려움까지 느끼는 노년층에 다시 눈길을 돌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노년층 절반 이상이 코로나19로 인한 두려움과 불안으로 답답함 외로움 우울감 등 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복지관에 새 옷을 입힌 디자인 모델은 '해소당(偕笑堂' 즉 '함께 모여 웃는 집'이다. 비좁고 삭막한 노인복지관에서 빈 공간을 찾아내 노년층이 서로 관계를 맺고 사회적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개선한 게 핵심이다.
복지관 이용과 관련된 모든 내용을 알려주는 '웰컴 데스크'부터 눈길을 끈다. 처음 방문하는 주민이라도 망설임 없이 다가갈 수 있도록 환영과 존중의 의미를 담았다. 우리마포복지관에서는 특히 송인순씨와 한순덕씨처럼 시설을 이용하는 주민 자원봉사자가 이웃을 맞는다.
방문객들이 서로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교류하도록 공동체 공간도 마련했다. 때로는 물결 모양으로 때로는 원형으로 바꿀 수 있는 탁자 '마음껏 테이블'을 배치해 혼자서든 두셋이든 예닐곱이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탁자건 의자건 모서리는 각지지 않고 둥글게 안전을 고려했다.
공동체 공간을 장식하는 해소당 가든은 규모는 작지만 복지관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식물을 키우며 마음을 달래는 실내 정원이다. 텃밭을 분양하듯 이용자들이 요일별로 물을 주며 가꾸도록 했다.
여럿이 함께보다 혼자 있기를 택한 방문자들은 창가에 놓인 의자에 앉으면 된다. 창밖을 바라보도록 배치한데다 등받이가 어지간한 성인 어깨 높이에 달해 누가 의자에 앉았고 무엇을 하는지 보이지 않는다. 색감이 뚜렷한 소파는 자유롭게 이동하거나 재배치가 가능하다. 복지관 관계자는 "디자인을 바꾼 뒤 같은 복지관에 있기만 해도 대접받는 느낌이라고들 하신다"며 "냄새나고 칙칙하게 여겨지는 노인복지관 이미지를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여기에 '마음보기 진단' 서비스를 더했다. 스트레스 정도를 측정하고 '10초 호흡법' '5분 손 지압법' '하하하 웃는 법' 등 간단하지만 즉각 효과를 볼 수 있는 스트레스 관리법을 안내한다. 복지관은 물론 보건소와 치매안심센터 등에서 진행하는 각종 프로그램과 서비스도 연계한다.
주용태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단순히 공간 개선에만 그치지 않도록 복지관과 어르신들 평가를 통해 후속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며 "디자인을 통해 시민들이 느끼는 다양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