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가압류 건강에 악영향
손배·가압류는 노동자의 노동권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
박주영 제주공공보건의료지원단 책임연구원(보건학 박사)은 지난달 30일 시민단체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이 공동 주최한 '헌법, 노조법과 손해배상·가압류' 토론회에서 '손배가압류 노동자와 건강'을 주제로 발제했다.
박 책임연구원은 2021년 손배가압류 소송을 당한 노동자 12명을 심층인터뷰를 통해 해 개인 가족 직장·일터 국가·사법체계 수준에서 나타나는 건강영향을 분석했다.
쟁의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회사측과 충돌에서 물리적 폭력으로 트라우마를 겪지만 적절한 치료받지 못했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A씨는 "회사와 싸우는 현장에서 단 한번도 벗어나 본 적 없다. 트라우마로 남았다"며 "회사랑 싸우는 꿈을 꾸다가 아내를 때려 아내가 일어나 운 적도 있다"고 말했다.
동료들끼리 서로의 상처나 아픔을 돌봐주기 어렵다고 했다.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비정규직지회 B씨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도 어렵고 이야기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 위로받을 수 없다"며 "골치 아프고 돈 없고 서로 피차일반"이라고 말했다.
개인적인 삶보다 노조를 일상생활의 우선순위에 두고 건강관리에 덜 신경쓰게 되면서 건강상태가 나빠졌다.
무엇보다 가정을 안정시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손해배상 청구과정에서 배우자에게 경제생활을 의존하거나 자녀들에 대한 정서적 지원을 못한 경우 미안함은 배가되는 것으로 보인다. B씨는 "노조 일이 훨씬 더 중요해 아이들에게 안정감을 주지 못했다"며 "투쟁이 장기화되면 비정규직의 열악한 삶의 조건이 아이들에게 전가된다"며 "아이들도 똑같이 스트레스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손배가압류가 주는 중압감도 컸다. 손해배상 금액의 규모와 나중에 받을 영향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었다. B씨는 "일단 회사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았다는 자체가 굉장히 중압감으로 오는 것 같다"며 "가족이나 주위에서 이렇게까지 피해를 보면서 (쟁의행위를) 해야 하냐고 이야기할 때 굉장히 힘들다"고 말했다.
배신한 동료에 대한 감정이 가장 큰 비극으로 느꼈다. 동료가 어용노조로 갔을 때 자신의 노조가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A씨는 "어용노조 조합원들이 밥먹고 있는 것을 보면 죽을 것 같이 분노가 일어난다"면서 "트라우마로 남아 옛날처럼 웃으면서 대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박 책임연구원은 "손배가압류가 초래하는 두려움이나 불안함을 인정하면서도 노조활동을 통해 불안함을 불식시키려 애쓰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법부와 현행 법에 대한 불신감도 드러냈다. 유성기업 영동지회 D씨는 "사람 다 죽여 놓고 나중에 미안하다고 하는 꼴"이라며 "사업주에게 노동3권에 대응할 수 있는 손배가압류라는 무기를 줘 놓고 노동자들이 대등하게 행동할 수 있느냐.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박 책임연구원은 "국가·사법체계에서 법률적 문제 발생시 노동권에 대한 우선적 고려가 필요하다"며 "노조에 참여하는 노동자, 조합원을 향한 '직장내 폭력'이 구조적으로 용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활동에 참여한다는 이유로 차별하거나 배제하는 등 노조에 적대적인 조직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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