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조계종과 손잡고 인재양성 위한 새로운 실험

등록금, 졸업생 취업 걱정 없는 대학 만든다

2022-08-22 11:03:34 게재

건학위원회, 지역사찰·재학생 연결해 장학금 지원 … 300여개 기업 참여 취업박람회 추진

불교 종립대학인 동국대가 설립 주체인 조계종과 함께 인재양성을 위한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조계종은 대학 발전을 위해 전폭적인 후원에 나서고, 대학은 인재양성을 통해 불교 발전에 힘을 싣는다는 것이다. 실험의 중심에는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건학위원회(위원장 돈관 스님·건학위원회)가 있다. 동국대에 따르면 건학위원회는 개교 115주년이었던 지난해 '불교정신을 바탕으로 학술과 인격을 연마하고 민족과 인류사회 및 자연에 이르기까지 지혜와 자비를 충만케 하여 서로 신뢰하고 공경하는 이상 세계의 구현'이라는 건학이념 구현을 통한 제2건학의 초석 마련을 위해 출범했다. <편집자주>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건학위원회는 지난 6월 14일 동국대 본관 건학위원회 회의실에서 '북한출신학생 지역 미래불자 육성장학 장학증서 수여식'을 개최했다. 사진은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왼쪽 첫줄부터) 윤성이 총장, 국민의 힘 태영호 의원, 건학위원장 돈관 스님, 원법사 주지 해운 스님, 동국대 정각원장 진명 스님, 국민의 힘 지성호 국회의원 및 장학생, 학교 관계자들. 사진 동국대 제공

 


#1. 동국대에 재학 중인 전북 부안군 출신 김혜진(북한학전공 4학년)씨는 최근 학교로부터 장학생에 선발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수여식에 참석한 김씨는 자신 외에도 출신지가 비슷한 9명의 학생이 장학생으로 선발된 것을 알았다. 이날 학생들에게 전달된 장학금은 부안군에 있는 사찰인 성황사가 동국대 건학위원회에 기부한 것으로 동국대에 재학 중인 지역 학생들에게 전달됐다. 김씨는 "성황사는 부안군민에게 좋은 안식처가 되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역공동체에 기여하는 소중한 사찰"이라며 "스님들의 마음을 잊지 않고 열심히 성장해 작게나마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장학금을 전달한 시견 스님(성황사 주지)은 "언론 보도를 보고 '지역 미래불자 육성장학'을 알게 됐고, 취지에 감명 받아 후원을 결심하게 됐다"면서 "이번 장학금이 학생들에게 밑거름이 되는 좋은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2. 탈북민 출신으로 동국대 영어영문학과 재학 중인 최 모씨도 학교로부터 연락을 받고 수여식에 참석해 재단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았다. 스튜어디스가 장래 희망인 그는 부족한 영어 공부에 장학금을 사용하고 있다. 장학금 수여식에서는 최씨 외에 19명의 탈북민출신 동국대생들도 조계종 소속 승려들이 기부한 장학금을 받았다. 최씨는 "장학금으로 방학 때 공부를 열심히 해 향상된 토익 성적을 들고 스님들을 찾아뵙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출범한 건학위원회는 동국대를 '등록금 걱정 없는 대학'으로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기존 장학 외에 '동국건학장학'을 신설해 불교 소양을 갖춘 0.1% 우수 인재를 대상으로 지원한다. 또 지역 미래불자 육성장학을 통해 지역사찰의 장학금 기부를 독려하고 있다.

특히 건학위원회와 동국대는 '내리사랑 장학'을 통해 학생들을 후원하고, 이들이 사회진출 후 후배들을 지원하는 선순환 장학 실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역 미래불자 육성장학이다.

이 사업은 지역사찰과 동국대에 재학 중인 해당지역 출신 학생을 연결해 장학금을 지원한다. 대신 학생들은 사찰의 템플스테이와 법회 참석, 재능기부 등에 참여한다.

건학위원회는 동국대와 함께 전국 모든 사찰이 장학금 기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포항 원법사를 시작으로 지난 8월 8일 하동 칠불사까지 18개 지역사찰에서 10명씩 총 180명의 재학생과 인연을 맺고 장학금을 지원했다. 현재까지 지급된 장학금 규모는 총 1억8000만원이다.

올해 하반기까지 추가로 7곳의 사찰에서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사각지대 없도록 새터민 학생도 지원 = 이와 별도로 지난 6월 14일에는 조계종 소속 스님들이 십시일반 2000만원을 모금해 새터민 재학생 20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새터민 학생들의 경우 지역사찰이 모두 북한에 있어 역차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돈관 스님은 장학금 수여식에서 "'등록금 걱정 없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는 고문 자승 스님의 말씀으로 시작된 미래불자 육성장학이 16회를 맞이해 특별히 북한 출신 장학생을 선발했다"며 "북한 출신 학생들에게도 많은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만큼 오늘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앞으로 대한민국과 동국대를 대표해 많은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 새터민 학생까지 포함하면 장학금 수혜인원은 총 200명으로 늘어난다.

뿐만 아니라 최근 불국사(주지 종우 스님)가 동국대에 미래불자 육성장학 기부금으로 1억원을 기부했다. 학교와 건학위원회는 다문화 가정, 외국인 유학생, 울진·영덕·포항·경주 출신 학생을 선발해 장학금을 전달할 계획이다.

또한 건학위원회와 동국대는 최근 선발한 서울캠퍼스 30명, 경주캠퍼스 3명, 의료원 2명 총 35명에게 동국건학장학을 수여했다. 동국건학장학은 졸업까지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는 장학제도이다.

동국건학장학은 단순히 등록금을 지원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해외탐방 프로그램과 진로 지원, 졸업 커뮤니티 구성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장학금 대상 늘릴 것 = 건학위원회와 학교는 장학 혜택을 받는 학생 수를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재학 중에 최대 지원을 받고 학업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하고, 졸업 후에는 자신의 성공과 결실을 모교와 후배를 위해 지원하는 선순환 시스템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동국대는 장학생 모임을 활성화해 향후 졸업생 커뮤니티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윤성이 총장은 "이들 장학금에 기존 장학을 더 합해서 장학금 수혜 100%를 실현하고, 등록금 걱정 없는 대학으로 실현해서 동국대만의 장학 제도를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9월 1일부터 취업박람회 = 건학위원회와 동국대는 '등록금 걱정 없는 대학'에 그치지 않고 취업 걱정 없는 대학에도 도전하고 있다.

건학위원회와 동국대는 전국 각지에서 기업을 이끌어가는 동문들과 연계해 졸업생 취업박람회를 개최하는 등 입학부터 졸업 후 취업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동국대는 9월 1일부터 7일까지 서울캠퍼스 중앙도서관에서 취업박람회를 진행한다.

이번 취업박람회에는 삼성전자, 포스코, 신한은행, 기아, 현대건설, 테슬라코리아 등 주요 대기업과 한국도로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공기업 그리고 유망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참가한다.

동국대는 116년의 역사 동안 35만명에 이르는 인재를 배출했다. 이들은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 등 우리사회의 일꾼으로 활약했거나 활동하고 있다.

◆미래비전 2040 선포 = 동국대는 지난 국내 한 언론사 대학평가에서 역대 최고 순위인 9위를 기록했다. 평가에서 학생교육과 교수연구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부터 시작한 'Energize Dongguk' 프로젝트를 통해 연구중심 대학으로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것이 학교 측 설명이다.

동국대는 2021년 입금액 기준으로 830억7000여만의 연구비를 수주했는데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동국대는 또 지난해 서울·경주캠퍼스 모두 교육부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을 통과해 일반재정지원대학으로 선정됐다.

이번 선정으로 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교육부 대학혁신지원사업을 지원받게 된다. 동국대는 이를 활용해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동국대는 지난 5월 4일 '개교 116주년 기념식'과 '동국 미래비전 2040 선포식'을 개최했다.

동국대가 이날 2040년까지 '국내 톱3'와 '글로벌 톱50'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특성화 전략 추진으로 △불교&문화예술 △Safety&Security △Bio&Medi △D.N.A(Big Data, Network, AI)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래사회에 선도적으로 대응해 학생들의 성공적인 사회 진출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윤 총장은 "교육과 연구중심의 대학 본연의 가치에 집중하고, 4차 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하는 역량 있는 인재를 양성하며, 구성원들이 존중하고 소통하면 동국대는 세계 속의 명문사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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