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야디, 테슬라와 다른 방식으로 승부

2022-08-22 10:54:42 게재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중국 최대 전기차기업, 중저가 모델+자체 배터리·반도체로 시장공략"

테슬라는 전기차의 미래라는 비전을 보여주면서 전세계 투자자와 고객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반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중국시장에서 1위를 기록중인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는 테슬라와 다른 접근법을 취하면서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최신호는 "비야디의 창업자이자 CEO인 왕촨푸는 중저가 모델을 전면에 내세우고 배터리와 반도체를 자체 생산하면서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제패를 꿈꾸고 있다"며 "많은 방식에서 비야디의 전략은 '테슬라와 다르다'(Un-Tesla)"고 분석했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소비자가격이 10만달러를 넘어서는 럭셔리 세단 전기차를 판매하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비야디 왕 CEO는 처음부터 중국인 중산층 고객의 지갑이 허용하는 수준의 중저가 전기차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테슬라는 아직 전기버스를 출시하지 못한 상황인 데다 전기트럭 양산에도 고전하고 있다. 반면 비야디는 승용차는 물론 트럭과 지게차, 버스를 포함한 다양한 차종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로 판매하고 있다. 머스크가 노동조합에 적대적인 반면 왕 CEO는 미국 시장에 전기버스를 공급하는 캘리포니아주 랭커스터시 비야디 공장에 노조를 두고 있다.

노조·정부 관계에서 차이 드러나

자국 정부와의 관계도 다르다. 머스크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종종 가시 돋친 설전을 벌인다. 반면 비야디와 중국정부의 관계는 돈독하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 17일 비야디 본사를 찾아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리 총리는 "만약 비야디가 과학의 정신과 장인의 정신을 결합한다면 글로벌 시장의 으뜸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비야디의 수직통합 정책은 전기차 영역에 진입하고 있는 전통의 자동차 제조사들과 가장 큰 차이점이자 가장 큰 이점이다. 물론 테슬라도 수직통합 측면에선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다. 스위스 UBS은행이 올해 글로벌 주요 자동차 제조사를 상대로 공급망 통합도를 분석한 결과, 테슬라는 비야디 도요타와 함께 배터리와 반도체 접근성에서 최고점수인 별 5개를 획득했다(내일신문 2022년 6월 20일 21면 '테슬라처럼 … 수직통합 나선 차 업계' 참조).

하지만 수직통합 수준에서 비야디와 테슬라의 격차는 크다. 농가 출신으로 화학을 전공한 왕 CEO는 사업 초기부터 수직통합 전략을 적극 구사한 사업가다. 비야디는 자동차뿐 아니라 반도체와 배터리를 자체 생산한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글로벌시장 점유율이 14%로, 중국 닝더스다이(CATL)와 한국 LG에너지솔루션에 이은 3위 기업이다.

경쟁관계에 있는 테슬라와 도요타조차 비야디의 전기차 배터리 고객이다. 도요타는 이미 비야디 배터리를 공급 받고 있다. 비야디 부총재 롄위보는 지난 6월 "테슬라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기차 수요가 늘면서 배터리 필수광물인 리튬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비야디는 과거부터 리튬 생산기업들과 맺은 끈끈한 관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비야디 부회장 뤼샹양은 중국 리튬가공업체 '룽제주식'(Youngy Co)의 대표다. 그는 지난 6월 "룽제주식 계열사 중 한 곳이 비야디로부터 거액의 주문을 따냈다"고 밝혔다. 또 비야디는 올해 3월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중국 쓰촨성에서 리튬 채굴사업을 벌이는 업체 '청신리튬그룹'에 30억위안(4억4200만달러)을 투자한다고 공개했다.

녹색기술 투자에 중점을 둔 헤지펀드로, 비야디와 테슬라 모두에 지분을 갖고 있는 '스노우볼캐피털' CEO 테일러 오건은 "비야디는 내가 알고 있는 기업 중 수직통합도가 가장 높은 기업"이라며 "자동차뿐 아니라 광범위한 영역에 발을 들여놓았다. 비야디는 테슬라가 시도하고 있는 거의 모든 것을, 훨씬 더 많이 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구색을 잘 갖췄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차를 대중시장에 내놓겠다는 아이디어는 새로운 게 아니다. 테슬라의 머스크는 2018년 "3년 내 2만5000달러 보급형 전기차를 양산하겠다"고 공언하며 각종 언론의 1면을 장식했다. 하지만 아직 실현하지 못했다. 2020년엔 "2023년 중으로 대중을 위한 전기차를 출시할 것"이라고 비슷한 약속을 반복했다. 하지만 올해 1월 머스크는 투자자들에게 "다른 사업이 너무 바빠 현재로선 보급형 전기차 사업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실토했다.

최고 수준의 수직통합도

현재 테슬라의 가장 낮은 가격의 전기차는 미화로 4만6990달러다. 테슬라의 2대 시장인 중국에선 정부 보조금을 제하고 28만위안(4만950달러)으로 구매할 수 있다. 반면 비야디의 가장 저렴한 전기차 모델은 정부 보조금을 제하면 9만6000위안(1만4000달러)에 불과하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비야디의 중국 전기차시장 비중은 약 26%다. 11%로 2위를 기록중인 테슬라를 크게 앞선다. 비야디는 브라질에서 4륜구동 전기차 판매를 시작했고,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전기차 대리점을 개설하기로 현지 협력사들과 계약을 맺었다. 최근엔 독일과 이스라엘 태국 등의 국가들에 진출할 계획을 밝혔다.

전세계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로 속속 전환되면서 수직통합의 강점을 갖춘 비야디로선 글로벌 확장에 청신호가 켜졌다. 호주 소재 컨설팅기업 'ACA리서치'의 벤 셀윈 국장은 "테슬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은 여전히 전기차 양산단계 초기에 머물러 있다"며 "비야디로선 전기차 제조사 입지를 공고히 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구축할 기회를 잡았다. 가격경쟁력과 상품의 질을 동시에 갖춘 전기차 브랜드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다양한 지표는 비야디의 전략이 성공했음을 시사한다. 비야디는 테슬라와 도요타에 이어 세계 3위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자동차 제조사다. 시가총액이 1조홍콩달러(미화 1275억달러)에 달한다. 비야디는 여전히 내연기관엔진차를 판매하고 있지만 지난 4월 "전통차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비야디가 올해 초부터 7월까지 판매한 전기차는 80만대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배 늘었다.

일본 투자은행 '다이와캐피털마켓츠'의 홍콩 애널리스트인 켈빈 라우는 "비야디가 자체 공급망을 구축한 덕에 중국의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과 달리 공급망 차질의 위기를 순조롭게 넘길 수 있었다"며 "지난 12개월 동안 비야디의 매출신장만 매우 견고했다. 다른 중국 기업들은 불규칙적으로 반복되는 반도체 공급 차질로 큰 고통을 받았다"고 말했다.

비야디는 일본 진출 계획도 짜고 있다.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의 여러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지난 여러해 동안 전기차 수요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배터리와 반도체 등 공급망의 예상치 못한 변화에 더 취약한 국가이기도 하다. '비야디 오토재팬'의 도후쿠지 아츠키 대표는 "이는 비야디에게 기회"라며 "우리는 자체적으로 고성능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우리의 최대 장점"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비야디가 가진 강점이 얼마나 오래 지속할 것이냐는 것. 골드만삭스 아시아 오토리서치의 유자와 고타 대표는 "도요타와 같은 자동차업계 거물들이 현재 비야디의 전기차에 대적할 수 없는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이 누리는 규모의 경제를 고려하면, 향후 수년 내 글로벌 전기차 시장 흐름을 신속히 따라잡을 수 있다. 따라서 비야디 등 선도기업의 장점이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그리 오래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야디 강점, 수년 내 따라잡힐 수도

해외 리튬채굴에 투자하면서 수직통합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리스크 또한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해당 국가 민심이 중국처럼 우호적이지 않은 탓이다. 비야디는 지난 6월 그같은 리스크의 전조를 겪었다. 비야디가 올해 1월 칠레정부와 리튬을 채굴하기로 맺은 계약에 대해 칠레 대법원은 파기를 명령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가 펴낸 '주요 광물채굴 보고서'를 공동저술한 캐틀린 퍼디는 "비야디가 해외에서 주요 광물을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건 매우 도전적인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비야디가 가장 신경 쓰는 지점은 전설의 투자자 워런 버핏의 행보다. 버핏이 유일하게 전기차 업체에 투자한 기업이 바로 비야디다. 2008년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2억3000만달러를 들여 비야디의 주식을 사들였다. 현재 가치는 80억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 버크셔가 비야디 주식을 매도한다는 풍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홍콩 주식결제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은 점으로 미뤄 실제 매도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버핏의 매도 가능성은 비야디의 또 다른 약점을 드러낸다. 이윤폭이 너무 박하다는 점이다. 비야디의 2021년 이익은 매출의 2%가 채 안됐다. 테슬라의 이익은 매출의 약 10%다. 블룸버그는 "부분적인 이유는 비야디가 대중시장을 겨냥해 전기차를 판매하는 데 집중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비야디의 최신 SUV 전기차 모델인 '위안플러스'(해외시장 명칭 아토3)는 보조금을 제하면 13만7800위안에 구매 가능하다. 테슬라에서 이와 가장 근접한 경쟁모델은 모델Y인데 중국에서 31만6900위안에 팔린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자동차부문 선임 애널리스트인 스티브 맨은 "비야디는 단기 이익보다 해외시장 성장성을 더 중시한다"며 "비야디의 전략은 '일단 문을 열고 들어가 규모의 경제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비야디는 중국을 넘어 전세계를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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