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중대재해법 개입, 노동계 "손떼라"
한국·민주노총 "무력화 중단" … 기재부 "정책조정일 뿐", 고용부 "성급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소관 부처도 아닌 기획재정부가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경영책임자가 처벌받지 않도록 하는 시행령 개정 방안을 제시한 것에 대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반발하고 나섰다.
25일 한겨레의 보도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재부는 최근 사실상 경영계 요구를 담은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에 관한 연구용역을 마치고 이를 토대로 소관 부처인 고용부에 개정 방안을 전달했다.
올해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상시 노동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노동자 사망 등 중대산업재해가 발생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기재부 개정방안에는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가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해 최종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면 경영책임자로 본다' '사업장 안전보건에 관한 인증을 받으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본다' 등 경영계의 요구사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도 '법무부 장관이 정하는 중대재해 예방기준을 인증받은 기업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하고, 경영책임자에 적용하는 처벌 형량을 줄이거나 면책하자'는 내용을 담은 중대재해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기재부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방안은 소관 부처인 고용부의 입장과 정면 배치된다.
고용부는 지난달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 행사'로 열린 '중대재해법 해석 및 질의응답' 세미나에서 '안전과 보건을 담당하는 CSO는 대표이사처럼 사업체를 총괄하고 책임지는 사람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고용부는 시행령의 '모호성·불확실성'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로 경영책임자가 지켜야 할 '안전보건확보 의무'의 내용 등을 더 명확하게 하는 방향으로 개정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대재해법 소관 부처도 아닌 기재부가 기업을 대변하는 개정 방안을 제시하면서 '월권' 논란이 일었다.
기재부는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기재부는 부처간 이견이 첨예한 정책 사안에 대한 '노사관계 정책의 협의·조정'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면서 "연구자가 제시한 시행령 개정 제안을 (고용부에) 공유해 정책결정에 참고하도록 한 것으로 월권 의도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같은 날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기재부가) 좀 성급했다 싶은 생각은 있다"며 "시행령 개정은 고용부가 중심을 잡고 책임지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기재부의 행보에 대해 양대노총은 '중대재해법을 무력화하려는 개입 시도'라며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경영계의 로비와 청탁을 그대로 반영해 고용부에 전달한 것은 기재부가 특정 세력들을 위해 존재하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며 "기재부는 자신들 소관도 아닌 중대재해법에 손 떼고,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노사정 합의를 충실히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도 성명서를 내고 "'안전보건최고책임자를 경영책임자로 본다'는 것은 현장의 개선은커녕 '처벌담당 임원'을 선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고, 결국 재벌 대기업 경영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주겠다는 것"이라며 "기재부는 연구용역 보고서를 공개하고 윤석열정부는 중대재해법 무력화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