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포도재배지 북극권으로 이동 중
2022-09-02 11:07:03 게재
녹고 있는 북극 … 얼음 관측량 작아져
미국해양대기청 "기후위기는 지금 문제"
◆2℃ 상승하면 세계 와인 재배지 55% 사라져 = 영국 비비씨(BBC)는 1일 '북극권 : 지속가능한 와인 개척지'라는 기사에서 이탈리아 생물학자 안드레아 게라 부부가 유럽 남부가 아닌 북극권에 가까운 스웨덴 남부 고틀란드섬에서 포도밭을 경작하고 있는 이야기를 보도했다.
최근 몇년 동안 폭염 가뭄 산불로 인한 연기로 인해 유럽 전역의 포도밭은 큰 피해를 입었고, 수백년 동안 지속적으로 생산해 온 것과 같은 전통적 와인을 생산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었다.
지난해 남유럽 와인 생산자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악천후로 매우 낮은 생산량을 기록했다.
게라의 아내 엠마 세르너는 고향 스웨덴으로 가서 온화한 스웨덴 남부 고틀란드섬에 포도밭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게라는 토양 기후 습도 자외선 등을 고려한 뒤 고틀란드섬이 포도재배지로서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들은 고틀란드섬에서 4만4000㎡(약 1만2200평) 넓이의 포도밭을 경영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와인생산에 큰 변화를 주고 있다. 캐나다의 포도·와인연구소 데비 잉글리스 소장은 2020년 연구를 인용해 "(산업혁명기에 비해) 온도가 2℃ 상승하면 전 세계 와인 재배 지역의 55%가 사라질 수 있고, 4℃ 오르면 70% 이상 없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나 프랑스같은 오래된 와인생산국은 어떤 종류의 포도를 어디에서 재배할 수 있는지 구분하고 있다. 하지만 변화하는 기후로 인해 이런 전통적 포도가 예전처럼 잘 자라지 않는다.
북극권 바로 아래 지역의 와인 산업은 더 따뜻한 여름을 이용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스웨덴 남부, 덴마크, 캐나다의 노바스코샤 등에서 더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을 견딜 수 있는 하이브리드 포도 품종을 도입해 새로운 와인 생산지가 됐다.
스웨덴 농업과학대학의 원예학자로타 노르드마크도 "지난 20년 동안 우리는 매년 포도를 수확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북극권 아래까지 포도재배지가 북상하고 있지만 이들은 더워지고 있는 지구가 인류 전체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스웨덴 룬드대학의 킴벌리 니콜라스 교수는 "기온이 4℃ 오르면 스웨덴은 포도재배 중심지가 되겠지만 세상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 할 것이고, 와인산업도 번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대비국가·세계' 만들어야 = 기후변화는 우리에게 익숙한 세계를 위협하고 있고, 변화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이 서로 협력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연례 기후상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 이산화탄소 농도는 '최근 100만년 중 최고'를 기록했다. 지구 지표온도는 1991∼2020년 평균보다 섭씨 0.21∼0.28도 상승해 관측이 시작된 1800년 중반 이후 가장 따뜻했던 6년 중 하나에 속했다. 최근 7년(2015~2021년)은 기록상 가장 따뜻한 7년이었다.
겨울에 커지고 여름에 작아지는 북극 바다얼음의 작년 최소 크기는 43년 관측 이래 열두번째로 작았지만 1년 이상 유지되는 다년빙은 관측 이래 두번째로 작았다. 캐나다 포트스미스에서는 지난해 6월 30일 기온이 39.9도까지 치솟아 북위 60도 이상 북극권에서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에는 그린란드 정상에 눈 대신 비가 내렸다. 태풍이나 허리케인 같은 열대성 폭풍은 지구 전체에서 97개 발생해 1991∼2020년 평균 87개를 크게 초월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의 릭 스핀래드 국장은 "올해 많은 곳에 1000년만의 최악 홍수, 극히 드문 가뭄, 기록적 폭염이 닥쳤다"며 "기후위기는 먼 미래의 위협이 아니라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이고, 기후 대비 국가와 세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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