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사용자 책임·손해배상 금지" 한목소리

2022-09-14 11:30:16 게재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출범 … 84개 시민단체, 4개 정당 참여

노동시민단체와 4개 정당이 '노동3권 무력화하는 손해배상·가압류 금지, 원청의 사용자 책임 인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14일 서울 영등포 국회의사당 앞에서 84개 노동·법률·시민·종교단체와 정의당 등 4개 정당이 '원청 책임·손해배상 금지(노란봉투법)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약칭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출범식을 열었다.

참가 단체들은 "특수고용·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원청기업들은 파업기간 내내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를 무기삼아 노동자들을 시시각각 옥죄었다"면서 "그 결과 15년째 제자리걸음인 운송료의 현실화를 요구한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들, 지난 7년간 30% 삭감된 임금의 원상회복을 요구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현실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교섭에 대한 사용자 책임은 회피하면서 노동자들의 정당한 쟁의행위를 억제하고, 나아가 노동조합 활동을 전면 탄압하는 원청 기업의 반노동·반인권적 행태를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조영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 박래군 손잡고 대표,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 남재영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목사가 공동대표를 맡았다.

지난 7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51일 파업으로 인해 무권리 상태의 노동자들의 현실이 집중 조명됐다. 특히 마지막 쟁점이었던 손배청구 문제가 여론의 공분을 불러일으키면서 노조법 제3조의 개정을 목표로 하는 '노란봉투법'이 호출됐다. 2014년 쌍용자동차 파업 때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노조원을 돕기 위한 성금이 노란봉투에 담겨 전달된 데서 '노란봉투법'이라 불린다.

노란봉투법은 노조법 제3조의 개정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하청노동자,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원청과의 단체교섭을 할 수 없는 상황이고, 이들의 단체행동은 불법파업의 규정을 벗어날 수 없다. 이에 따라 노조법 제2조 개정도 동시에 필요하다는 현장의 요구가 높아졌고,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됐다는 게 운동본부의 판단이다.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대우조선해양대응T/F, 그리고 정의당이 노란봉투법 입법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는 6개의 법안이 발의됐고 추가 법안 발의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경영계와 보수언론 등은 노란봉투법 입법에 반대하는 강경한 입장을 표출하고 있다. 이들은 손해를 끼쳤으면 배상해야 한다는 점, 불법을 용인하면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출범선언문을 통해 "지금도 하청·용역·파견·도급·자회사와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진짜 사장과 교섭할 수 없다"면서 "손해배상 청구는 손해를 배상받을 목적이 아니라 파업하는 노동자들을 괴롭혀서 노동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목적으로 활용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권을 훼손하는 노조활동에 대한 손해배상, 그리고 원청 책임의 불인정은 ILO 등 국제사회에서도 문제라고 지적해왔다"며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파업을 하고, 사용자와 대등하게 교섭을 할 수 있어야 현재의 불안정하고 불평등한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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