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최학수 환경안전보건협회 회장

“폐석면, 고온용융 무해화처리 서둘러야”

2022-09-20 08:42:59 게재

석면피해자 6313명 달해…매립장 포화, 처리방법 공론화 필요

침묵의 살인자, 석면. 한때 학교와 군대, 빌딩과 지하철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하지만 석면에 노출되면 석면폐증, 폐암과 악성중피종암과 같은 악성질병에 걸릴 수 있다. 올해 8월말 현재 국내 석면피해인정자는 6313명에 이른다. 

16일 내일신문은 2009년부터 폐석면으로부터 국민건강 지킴이 활동을 벌이고 있는 서울 방배동의 환경보건안전협회사무실을 찾아 최학수 회장을 만나 석면으로부터 국민건강을 지킬 수 있는 과학적이고 친환경적인 폐석면처리방법에 대해 들었다.

최학수 회장은“1군 발암성 물질인 폐석면을 매립이 아닌 고온용융무해화처리방법으로 가야 한다”면서“석면으로부터 국민건강을 지키기 위한 친환경적인 폐석면처리대책을 신속히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 해결방법으로 첫째 공론화’이고 둘째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절차가 먼저 필요하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최학수 환경안전보건협회 회장이 인터뷰 진행중 석면폐기물처리 작업자의 보호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서원호 기자


■ 사단법인 환경안전보건협회란 어떤 단체인가.

석면으로부터 국민건강을 지키기 위해 2009년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크게는 석면을 추방하는 사업을 펼치면서 석면 노출에 의한 건강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관련 사업으로는 석면조사, 석면안전관리, 슬레이트 처리업무 위탁, 민간 취약계층의 석면피해 예방, 교육 및 연구사업이 있다. 

■ 석면은 왜 위험한 물질인가? 

석면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섬유상 규산염 광물의 일종으로, 돌솜 돌면 돌섬유 석융이라고도 불리운다. 석면은 내구성과 내화성 등이 뛰어난 강한 물질의 특성 때문에 그동안 건축물과 설비에 광범위하게 사용되어져 왔다. 이런 강한 석면의 특성은 폐속에 들어갈 경우 분해되지 않고 밖으로도 배출되지 않으면서 장기적으로 폐에 악영향을 끼치는 침묵의 살인자가 된다. 석면에 노출되면 대게 10~30여년의 잠복기를 거쳐 석면폐증, 폐암과 악성중피종암과 같은 악성질병에 걸릴 수 있다. 2022년 8월말 현재 국내 석면피해인정자는 6313명이나 된다.

■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석면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가.

우리나라는 1990년경 석면을 허가대상 유해물질로 규제하기 시작했고, 2007년 부산석면공장과 충남지방 석면광산지역에서 석면피해자가 무더기로 발견되면서 2009년부터 제조 수입 양도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건축물이나 설비를 해체하거나 리모델링할 때는 석면조사를 먼저 하고 석면이 검출되면 석면전문철거업체에 맡겨 철거하도록 하고 있다. 또 여기서 배출된 폐석면은 2중으로 밀봉해 지정폐기물로 매립하도록 하고 있다. 2012년부터는 석면안전관리법이 제정, 시행되면서 공공건축물과 학교를 비롯한 다중이용시설에 대해 석면안전관리를 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석면을 규제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사용해 온 까닭에 현재 군부대시설 아파트 주택 학교 공장 사무실빌딩 지하철 할 것 없이 대부분 건축물과 설비에는 엄청난 양의 석면이 존재한다. 정부는 2012년부터 슬레이트를 정부지원으로 매년 2만여동씩 제거를 해오고는 있으나 워낙 슬레이트건물이 많아 완전한 제거까지는 수십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석면안전관리의 핵심은 석면제거와 폐기물처리 과정에서 석면비산과 오염을 막는 것이다. 현재 석면철거과정은 과학적인 원리와 공법을 적용하어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지만 폐석면을 처리하는 과정은 원시시대에나 있을법한 땅에 묻는 매립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관계로 매립장 주변 주민으로부터 환경오염 논란과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 폐석면 처리의 법적 기준과 처리방법은 무엇인가.

석면함유량 1%초과 자재는 석면자재로 취급한다. 석면폐기물기준도 1%이상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철거된 석면자재는 모두 석면폐기물에 해당되기 때문에 폐석면처리기준과 방법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석면폐기물은 0.15mm두께의 비닐시트로 2중 밀봉해서 매립하도록 하고 있다. 

■ 현재 폐석면은 전량 매립하고 있다. 폐석면 매립장은 2~3년 내 포화상태가 된다는데, 그 다음 대책은 있는가.

석면은 매립한다고 형태가 바뀌거나 분해되지 않는 매우 강한 물질이다. 그동안은 마땅한 처리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매립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폐석면 매립처리는 두가지의 불안한 환경문제를 앉고 있다. 하나는 자연재해에 의한 유실과 침출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매립작업과정에서 발생되는 비산과 오염문제이다. 우리나라 폐석면 매립장은 대부분 지진 활성단층으로 알려진 양산단층대인 포항, 울산지역에 분포돼 있다. 지진이 일어나면 지반이 붕괴돼 석면이 밖으로 누출되거나 침출될 우려가 있다. 그렇다고 매립장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거나 신설하는 것도 현재로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동안은 자연재해에 의한 유실이나 주변 오염문제가 가끔씩 제기되어도 마땅한 대안이 없어 계속 매립해 올 수밖에 없었는데 최근들어 급박한 폐석면처리 문제가 발생했다. 그것은 매립장이 포화상태에 임박했다는 문제이다. 몇 해 전부터 학교 등 공공건물의 석면제거가 시행되다보니 폐석면이 물밀 듯이 쏟아지고 있다. 여기다가 정부와 지자체 추진 슬레이트철거지원사업과 재개발 재건축 석면철거까지 겹쳐 폐슬레이트와 폐석면이 늘어나면서 매립공간 부족사태를 가속화 시키고 있다. 앞으로 2~3년 후면 더 이상 매립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한다. 이러다간 학교 현장에 폐석면을 보관 방치할 수밖에 없는 환경재앙을 맞을 수도 있다. 폐석면처리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여러 차례 폐석면 처리방법 중 하나로 고온용융방법을 주장해 왔다. 이유가 무엇인가.

그동안 정부와 학계, 산업계에서 여러 연구가 있었다. 폐석면을 지금처럼 매립만 한다면 앞으로 발생할 많은 폐석면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수십개의 매립장을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 이처럼 매립처리는 자연을 훼손하며 지면을 넓혀야 하는 자연훼손과 한계성 때문에 대안이 될 수 없다. 그 대안을 자연이 아닌 과학에서 찾기 시작했다. 국내에선 오래 전부터 석면 성분을 완전 무해화하는 처리방법에 대한 연구가 있어 왔다. 그중 효과가 있는 무해화처리방법은 크게 나눠 약품을 이용한 화학처리와 열을 이용한 고온용용처리방법을 꼽을 수 있다. 화학처리방법은 약품의 악취와 취급상의 독성 노출, 사용 후 독성물질 회수 등의 문제가 따르고 또 폐석면자재에 약품이 잘 스며들도록 폐석면자재를 잘게 파쇄하여 분말화 하는 전처리공정도 필요하다. 이 전처리공정 중 석면분진 비산과 오염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변 주민으로부터 긍정적 반응을 얻는 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반면에 고온용융처리는 폐석면을 파쇄하지 않고 밀봉된 원형대로 투입해 처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렇게 밀봉상태로 간결하게 처리할 수 있는 점이 처리과정의 오염논란 해결과 주민설득에 있어서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폐석면처리가 시급한 현재로서는 고온용융처리방식이 석면을 무해화시키는 가장 친환경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 아닌가 한다.

석면 폐슬레이트를 밀봉하여 임시보관한 모습(왼쪽)과 학교에서 철거한 폐석면을 재밀봉하여 반출 준비작업을 하는 모습(오른쪽). 사진 환경보건안전협회 제공


■ 고온용융처리하는 과정에서 다른 오염문제가 발생하거나 무해화가 불완전할 수도 있지 않은가.

석면은 900℃이상의 열을 가하면 석면성분을 완전히 상실해 다른 물질로 변한다. 이 같은 원리를 적용한 처리방식을 고온용융무해화처리라고 한다. 이 방법은 폐석면자재 속에 들어있는 석면성분에 까지 900℃이상의 열이 닿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용융로 내부의 실제 온도는 적어도 1400~2000℃ 이상 유지돼야 한다. 폐석면처리는 발암성 물질을 취급하는 유해작업이므로 폐석면고온용융처리에 필요한 절차와 시설기준, 방법을 법령으로 정해서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 무엇보다 폐석면 취급과정에서 석면이 비산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고 작업장 밖으로 누출되지 않도록 밀폐와 음압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설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작업자에게는 적정 호흡기보호마스크, 보호의를 착용하도록 하고 오염원 세척제거용 위생설비도 갖춰야 한다. 또한 작업장 내부와 주변을 주기적으로 농도측정하여 그 결과를 공개하는 등 투명한 관리도 있어야 한다. 또한 고온용융처리된 잔재물 내에 석면성분이 완전히 제거되었는지 세밀하게 분석하고 점검하는 제도도 마련되어야 한다.  

■ 석면을 고온용융처리 할 경우라도 엄격한 기준과 감독, 감시장치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국민이 석면의 유해성에 대해 특히 많은 불안감을 갖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때문에 폐석면처리과정은 국민이 납득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투명한 관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자료공개와 참여, 감시 등을 놓고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제기되고 합의된 내용을 법제도에 반영하는 신속한 법제도 개선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서원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