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으로 새길 여는 중소·벤처기업│⑪ 커피에반하다

11년만에 1천호점 … 점주와 상생하는 착한 프랜차이즈

2022-09-21 11:29:38 게재

가맹비·로열티·보증금·인테리어 변경 없어

자체 시스템 갖춰 고품질 원두 저가 제공

무인카페 130여개로 국내 최다 보유

점주와 상생하는 착한 프랜차이즈다. 가맹비 로열티 보증금이 없다. 프랜차이즈의 기본 수입원으로 꼽히는 인테리어 변경과 교육비도 없다. 상권분석을 통해 가장 적합한 매장을 찾고 상권을 보장해 점주의 성공률을 높인다.

파주 교화점을 1호점으로 출발한 지 11년만에 매장 1000호점을 돌파했다. 자체 개발한 스마트커피머신으로 2021년부터 시작한 무인카페는 벌써 130여곳이다. 매장수 기준으로 초저가 커피전문점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0년 가까이 이디야가 주도해 온 저가커피시장의 지형을 바꾸는 게임체인저로 부상한 셈이다.

국내 커피시장에서 기린아로 떠오른 '커피에반하다'의 성공이야기다.


◆300개 매장에 무료 인테리어 = 15일 파주시 본사에서 만난 임은성(사진) 대표는 "커피에반하다는 상생과 협력의 철학으로 진정한 커피의 대중화, 본사 이익보다 가맹점의 성공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커피업계에서 커피에반하다는 '착한 프랜차이즈'로 유명하다. 프랜차이즈의 수익원으로 꼽히는 가맹비 보증금 로열티 인테리어 변경(리뉴얼)이 없다. 따라서 창업비용과 유지비용이 매우 저렴하다. 요즘 점주가 직접 운영하는 유인매장(33㎡ 기준)을 갖추는데 5000만원 가량이면 된다. 무인매장은 3500만원 정도면 가능하다. 부담없이 창업이 가능하도록 한 셈이다. 2016~2017년에는 무료로 인테리어를 제공해 300개 가까운 매장이 늘어났다. 이때 본사에서 투입된 비용은 약 70억원에 이른다.

'가맹점이 안정적으로 성장해야 본사가 지속가능하다'는 임 대표의 고집스런(?) 경영원칙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가격과 맛도 착하다. 다양한 고품질의 커피와 메뉴를 초저가로 제공한다. 고품질 원두는 콜롬비아 브라질 베트남 과테말라 등에서 산지직거래로 확보한다. 자체 구축한 로스팅(생두를 볶는 과정)공장과 물류시스템을 활용하니 생산원가를 파격적으로 낮출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본사 연구개발팀이 시장과 소비자 경향을 분석해 계절별로 신메뉴를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이기도 하다.

창업초기에는 아메리카노가 1000원대였다. 요즘은 가맹점 여건에 따라 가격 자율권을 주고 있다. 요즘 가장 많이 찾는 아메리카노의 경우 유인매장은 2000원이다. 무인매장은 1000~1500원이다. 라테 디저트류 등 비싼 메뉴도 기존 대형 전문점들의 절반 수준이다.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가격대다.

매장과 동일한 교육환경에서 실무위주 교육을 무료로 진행하는 바리스타 아카데미는 품질과 서비스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런 상생경영원칙은 2011년 1호점 이후 매년 100개 매장을 늘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매출도 매년 증가해 2019년 172억원까지 늘었다. 이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다소 줄어 지난해는 128억원을 기록했다.

◆두번째 창업에 도전해 성공 = 커피에반하다'는 임 대표의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커피' 철학에 기반하고 있다.

덕수상고를 졸업한 임 대표는 대기업 이랜드의 물류파트에 특별채용 됐다. 첫직장에 취업한 지 4년만에 IMF사태로 구조조정을 당했다. 30대에 외식업과 인연을 맺었다. 나무그늘이라는 카페를 운영한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팀장으로 일하게 됐다. 이곳에서 카페경영을 배웠다.

직장생활을 하던 임 대표는 창업을 결심했다. '페이지 원'이라는 북카페를 열었다. 북카페는 넓은 공간이 필요했고 인테리어에도 많은 돈이 들어갔다. 북카페는 2개 매장을 낸후 손을 뗐다. 지속가능성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 창업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임 대표는 2011년 두번째 창업에 나섰다. 파주시 교화신도시 뒷골목에 커피숍을 차렸다. 매장은 16.5㎡(5평)로 작았다. 보증금 500만원, 월세 50만원으로 저렴했다. 비용을 아끼려 인테리어는 직접 시공했다. 필요한 설비는 중고를 구매했다. 450만원으로 시설을 마무리했다. 총 950만원으로 창업을 시작한 셈이다.

임 대표는 "북카페 사업할 때 우연히 커피를 1000원에 파는 매장을 보았는데 1000원짜리 커피를 팔아도 사업성이 있는지 궁금해 커피숍을 열었다"며 창업당시를 회상했다.

성과는 의외로 좋았다. 1000원 커피로 하루 20만원 매출까지 올랐다. 매우 나쁜 매장 위치에서 거둔 성과이기에 사업에 확신이 들었다. 소자본 창업 아이템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가맹점 문의가 들어왔다. 파주지역에 2호점을 냈다. 이렇게 호기심이 커피가맹사업으로 발전했다. 매장상담은 임 대표가 직접한다. 기존 매장 상권을 보호하고 새로운 매장의 성공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스마트커피머신 개발 = 임 대표에게 다시한번 기회가 왔다. 2017년 일본을 방문했다. 가맹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좀더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던 때였다. 일본의 자판기시장을 보고 무인매장의 가능성을 봤다. 귀국후 무인카페 로봇개발에 착수했다. 일본 커피자판기를 구입해 분해하며 분석했다. 그해 7월 밴딩머신 '바리스타 마르코'를 개발했다. 기존 기계에 키오스크를 결합한 자동판매기다. 마르코를 설치한 무인카페 '커피에반하다 24'는 2021년부터 본격 확장됐다. 무인카페 메뉴는 60여가지에 이른다.

2년 만에 무인카페는 130여곳으로 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무인카페 인기는 매출에서도 확인된다. 홍성 남당항 수협에서 설치한 무인카페에서는 일일 12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동탄 호수공원점은 지난 7월 9일 100만원을 찍었다. 매장이 3.3㎡에 불과한 서울 미아리점에서는 일일 20만원을 올린다. 무인카페가 커피에반하다의 미래성장동력으로 등장한 것이다.

임 대표는 무인카페 성공은 마르코에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마르코는 커피를 아는 전문가가 기계제작에 참여해 60여가지의 다양한 커피와 음료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커피에반하다는 직원과 상생에도 적극적이다. 예비맘 지원, 가족초청행사 건강검진지원, 근속연수에 따른 포상금과 휴가 등을 시행하고 있다. 본인이나 가족이 가맹점을 열 경우 창업비를 지원한다. 업무시작 전 30분간 모든 임직원 소통시간을 갖고 있다.

연구개발에도 힘써 지금까지 확보한 지식재산권이 상표권 8개, 기술특허 21개, 디자인특허 10개다.

"회사가 안정되면 차기 리더를 양성해 경영을 맡기고 그동안 기다려준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 직원들도 대표가 되는 희망을 가지고 일 할테니 모두에게 좋은 것 같다."

상고 출신으로 커피업계 기린아로 떠오른 임 대표의 꿈은 소박하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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