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공부에 필요한 진짜 역량은?

2022-09-22 15:25:44 게재

선배들이 꼽은 두 가지, 독해력·논리사고력

고교 때 가장 중요한 교과, 공을 들이는 과목은 단연 ‘수학’이다. 가장 많은 시간을 쏟지만, 가장 성과가 나지 않는 애증의 과목이기도 하다. 대학에 입학해도 수학은 가장 중요한 과목일까? 학교 시험이나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비하기 위한 공부가 중심일 수밖에 없는 고교 교육과정에 익숙한 학생들은 대학 공부를 하며 공부의 양과 질에 혼란을 겪기도 한다. 대학 공부에서 진짜 중요한 역량과 고교 때 꼭 챙겼으면 하는 역량은 무엇인지를 3인 3색의 대학생에게 들었다.  
치열하게 공부했지만,
대학 공부엔 뭔가 부족한 고교 교육과정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기도 어려운 학생들, 여러 고민 끝에 전공을 선택하지만 대학에서 방황하는 경우도 많다. ‘내가 생각했던 전공과 달라서’ ‘공부가 너무 어려워서’ ‘나에게 맞지 않아서’ 등 방황의 이유도 다양하다.   전공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전공 공부에서 중요한 역량으로 ‘독해력’ ‘논리적 사고력’을 꼽는다. 고교 때 큰 공부 비중을 차지했던 수학 교과가 대학 전공 이수의 핵심 역량이라고 꼽는 경우는 흔치 않다. 대신 대학생들은 전공 공부를 제대로 해나가기 위해선 제대로 된 독서 습관, 독해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영어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영어가 절대평가가 되면서 영어 공부를 소홀히 하는 분위기지만, 대학에서는 외국인 교수의 원어민 수업이 일반화돼 있고, 원서를 교재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아 오히려 영어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 일부 학생들은 “원어민 교수가 진행하는 전공 수업이 힘든 건 사실이다. 내용도 어려운데, 영어로 수업을 하니 온전히 이해하기도 힘들다”고 토로한다.    

Mini interview _ 선배에게 듣는다!

“독서 통해 독해력과 논리사고력 쌓아야”
  이미지확대 조율리 성균관대 글로벌리더학부 3학년  
Q. 전공의 특성을 소개한다면?
글로벌리더학부는 국내 리더 양성을 목표로 행정학, 법학을 공부하는 학과다. 전공 수업은 크게 법학 트랙과 행정 트랙으로 나뉘지만 진로 및 흥미에 따라 트랙에 국한되지 않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CL이라는 과목 선택 시스템이 있어 다양한 과목 선택도 가능하다. CL은 타 전공 수업을 글로벌리더학부 전공 수업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Q. 전공 수업에서 핵심이 되는 과목을 소개한다면?
  법의 기본이 되는 민법과 형법이 아닐까 싶다. 이외에도 헌법 행정법 국제법 상법 미국법 등 다양한 법 과목이 개설되어 있어 자신의 관심 분야에 맞춰 수강한다. 민법과 형법에 관련된 과목들은 법학 트랙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수강한다. 1학년 때 민법 총론을 배우는 <민법의 기초>를 이수하고, 그 후에 <채권과 법> <물권과 법> 등 민법 각론 과목을 주로 수강한다. 형법도 총론 수업인 <범죄와 형벌>을 배운 후, 형법 각론 수업인 <범죄와 사회>, 절차법인 <형사재판의 이해> 등을 공부한다.     Q. 전공 공부를 통해 알게 된, 고교 때 쌓아두길 권하는 역량은?   법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다면 도움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공부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고교 때 깊이있게 공부했던 수학 교과는 상속법과 관련해 유류분 계산에 필요한 정도일 뿐 법학 전공과 큰 관련이 없다.   무엇보다 독해력 및 논리적인 사고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느꼈다. 기본적으로 모든 수업에서 읽어내야 하는 양이 많다. 전공 서적은 양도 아주 많을뿐더러 많은 판례를 읽어야 한다. 시험 한 번에 전공서만 대략 400쪽을 봐야 한다. 시험 자체도 한 페이지 분량의 사례를 읽고 그 사례에 대해 답안을 작성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읽는 속도가 느리거나, 갑을병 등 다양한 인물들이 나타나는 사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문제에 접근하는 것도 쉽지 않다. 또 시험 범위를 달달 외우면 성적이 잘 나올 만한 유형의 문제가 출제되지도 않는다. 요령이 통하지 않는다. 법학 전공서에 한자가 많아 한자를 잘 알면 공부하는 데 수월한 면도 있다. 제대로 된 독서를 통해 독해력과 논리력을 끌어올리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Q. 전공 공부를 하면서 새로 알게 된 점은?
  글로벌리더학부에 입학할 땐 법학을 배우는 줄 몰랐다. 행정 트랙을 보고 정치외교학과와 비슷할 줄 알았는데, 로스쿨을 지망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교육과정도 거기에 맞춰져 있다. 흔히 법조인 하면 검사나 변호사만 생각하지만 로클럭(재판·법률 연구원), 사내변호사 등 선택지가 많다는 걸 알았다.   고교 땐 법이라고 하면 민법과 형법만 생각했는데, 공부하면서 국제법도 국제환경법, 국제경제법, 해양법, 인권법 등 세부 분야가 굉장히 다양하고 넓다는 걸 알았다. 공부량은 엄청나지만 여러 판례를 통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이슈를 심도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학과다.    
“궁금증과 호기심,
공부와 두려움 사라지는 출발점”
  이미지확대 김유빈 서울대 재료공학부 2학년    
Q. 전공의 특성을 소개한다면?
  재료공학은 재료의 강도, 전기나 열적인 성질을 정량적인 요소로 분석하는 방법을 주로 배운다. 재료들은 각기 다양한 성질을 가지는데 왜 이런 성질을 가지는지 미시적인 관점에서 설명하는 것이다. 재료의 성질을 설명하는 방법이 워낙 다양해 재료공학에서 배우는 과목의 범위도 넓은 편이다.    
Q. 전공 수업에서 핵심이 되는 과목을 소개한다면?
  재료공학에서 배우는 과목이 방대해 핵심이 되는 과목을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그중에서 중요한 과목을 고르라면 재료역학을 꼽을 수 있다. 재료를 비틀고, 늘리고, 누르는 등 다양한 변형을 가했을 때 그 재료가 느끼는 압력과 역학적 움직임을 공부하는 학문이다. 건축물, 교량, 기계부품 등 뼈대를 형성하고 힘을 지탱하는 구조물은 모두 재료역학의 대상이 된다. 구조물의 안전한 설계에 필요한 움직임을 해석하고 주조물에 작용하는 하중에 따른 힘, 변형률을 파악할 수 있어 상당히 흥미로운 과목이다.    
Q. 전공 공부를 통해 알게 된, 고교 때 쌓아두길 권하는 역량은?
  진부할 수 있지만 공부할 때 단순 암기가 아닌 진지하게 고민하고 설명할 수 있는 역량을 쌓으라고 얘기하고 싶다. 특히 과학 과목을 공부할 때 결과나 계산에만 집중하지 말고 화학반응이나 물리적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를 고민했으면 좋겠다. 대학에서는 어떤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를 정확하게 설명할 정도로 깊이 있게 공부한다. 따라서 고교 때부터 이런 역량이 습관화 된다면 훨씬 더 재미있는 대학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전공 자료나 책들이 대부분 영어로 되어 있고 영어 수업도 많다. 따라서 영어로 읽고 듣고, 쓰는 역량도 대학 공부를 하는 데 중요하다. 대학 공부를 해보니 무언가에 대한 궁금증, 호기심이 다른 어떤 역량보다 중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야 궁금한 것들이 생겨나고 공부하는 데 두려움이 사라진다.    
Q. 전공 공부를 하면서 새로 알게 된 점은?
  재료공학부는 재료의 구조(예를 들면 결정 구조)에 대해 중점적으로 배우고 신소재를 개발하는 학부라고 알고 있었다. 물론 이런 과목을 중점으로 배우기도 하지만 ‘재료공학부에서 이런 과목을 배운다고?’라고 생각할 만한 과목이 여럿 있었다. 예를 들어 <물리화학>이나 <유기화학> 같은 과목이 그랬다. 대학에서 재료공학부는 재료의 성질과 관련한 기초 이론을 주로 배우므로, 기본적인 공학 자질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초 과학에 대한 공부가 필수다. 본격적인 신소재 개발과 연구는 대학원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기초 화학 이론 분야에 흥미가 많고 이를 응용하는 공학 분야까지 넓게 배우고 싶은 이에게 잘 맞는 전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문 기사와 인문학 도서로
균형 잡힌 시각과 통찰력 키우길”
    이미지확대 김수연 이화여대 체육과학부 글로벌스포츠산업전공 3학년    
Q. 전공의 특성을 소개한다면?
  체육과학부는 스포츠 관련 다양한 직군으로 진출하기 위해 기초적 발판을 다지는 학과이다. 2학년이 되면 스포츠과학 트랙과 글로벌스포츠산업 트랙 중 선택해야 한다. 스포츠과학 트랙을 선택하면 스포츠 심리학, 스포츠 의학 등 스포츠와 관련된 생리학적·역학적 지식을, 글로벌스포츠 산업 트랙을 선택할 경우 국제스포츠협회, 스포츠 행정, 스포츠마케팅 등 스포츠산업 전반에 대한 지식을 심층적으로 배운다. 스포츠 관련 학과인 만큼 다양한 운동 종목도 경험해 스포츠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수영, 테니스, 배구, 골프 등 대중적인 스포츠뿐만 아니라 스쿼시, 승마 등 접하기 어려운 종목도 배울 수 있다.    
Q. 전공 수업에서 핵심이 되는 과목을 소개한다면?
  우리 학과는 전공 필수 수업이 없다. 따라서 학생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수업이 다를 것 같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육상> 수업과 <스포츠 산업의 이해> 수업을 핵심 과목으로 꼽고 싶다. <육상>은 체육의 가장 기본인 달리기 능력을 단련할 수 있는 필수적인 실기 과목으로 스프린트(단거리 전력 질주)부터 장거리 달리기, 장애물 달리기, 높이뛰기까지 육상 관련 모든 실습을 진행한다. 졸업 실기 필수 종목으로도 채택돼 있다. <스포츠 산업의 이해>는 IOC(국제올림픽위원회), FIFA(국제축구연맹)와 같은 국제 스포츠 기관의 규약, 행정 업무 등에 관한 이론적 지식을 배운다.    
Q. 전공 공부를 통해 알게 된, 고교 때 쌓아두길 권하는 역량은?
  스포츠 관련 학과를 고려할 때 운동만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입시 운동에만 치중하기보다는 역사, 최신 이슈, 산업 등 스포츠 관련 다양한 분야를 관심 있게 바라보고,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포츠와 관련된 도서를 폭넓게 읽어두면 도움이 된다.   대학 공부에서 다양한 자료를 읽고 내 생각을 근거와 함께 일목요연하게 써내려가는 글쓰기 역량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역량은 신문 기사와 인문학 도서를 꾸준히 읽다 보면 키울 수 있다. 고도로 정제돼 있고 균형 잡힌 시각이 담긴 신문 기사, 세상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통찰력이 담긴 인문학 도서를 함께 읽어둔다면 어떤 전공에서든 도움이 된다.    
Q. 전공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된 나의 전공 이야기
  공부할수록 스포츠에 국한된 지식보다는 스포츠+‘α’에 대한 지식을 쌓는 전공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스포츠 빅데이터> 수업에서는 빅데이터에 대한 이론적 지식을, <스포츠 심리학> 수업에서는 심리학에 대한 이론적 지식을 집중적으로 배운다. 따라서 운동 능력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학문의 이론을 수용할 수 있는 역량, 그 이론에 내 생각을 접목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상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전공이다.  
민경순 내일교육 리포터 hellel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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