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사망 줄이기│산업재해예방 안전보건관리 구축이 답!

노사가 함께 만드는 '안전한 일터'

2022-09-27 11:13:43 게재

노 "안전만큼은 대립이 없다", 사 "안전은 타협이 없다" … '노사패트롤' 운영

우수사례 | 삼화페인트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은 일하는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기업 스스로 위험요인을 파악·제거·대체하고 통제방안을 마련·이행하며, 이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일련의 활동이다.
산재예방을 위해서는 회사 구성원 모두의 노력과 의지가 필요하다.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하기 위해서는 경영자의 확고한 안전보건 의지와 비전 그리고 인력·시설·장비 등 자원 제공도 필수요건이다.
8월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우수사례를 수집해 △경영자 리더십 △근로자 참여 △위험요인 파악 △위험요인 제거·대체 및 통제 △비상조치계획 수립 △도급·용역·위탁 시 안전보건 확보 △평가 및 개선 등 7개 핵심요소별로 구분해 책자로 발간했다.
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우수사례집'에 소개된 몇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삼화페인트 안산공장(경기) 본관 입구에서 노사 , 환경안전본부 관계자들이 자세를 잡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박중경 환경안전본부 대리, 신상수 환경안전본부장, 류기붕 대표, 정한석 노조위원장, 김종금 노조부위원장 겸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사진 한남진 기자


"안전한 현장을 만들고 싶다면 노동자들을 참여시켜라. 전문가들이 찾아내는 불안전 요소도 중요하지만 현장 직원들이 몸으로 느끼는 위험요소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경기 안산 삼화페인트에서 만난 김종금 노조 부위원장 겸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의 말이다.

1946년 4월 설립한 삼화페인트는 안산공장 500여명, 공주공장(충남) 100여명의 노동자가 일하는 곳으로 올해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업장이다.

삼화페인트는 화학공장에 발생해서는 안되는 5가지 고위험군(High Risk)을 제거해 365일 재해없는 '안전한 일터'를 만들고 있다. 'High-Five Risk ZERO'를 표어로 화재폭발·건강유해·환경사고·악취유발·설비고장 등 5가지 위험요인 제거를 위해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을 구축했다.

삼화페인트는 합성수지와 도료 생산를 위한 배합공정과 반응공정 등이 있다. 이런 공정은 정전기와 스파크(불꽃)에 의한 화재폭발에 취약하다.

◆3단계로 산재예방 시스템 구축 = 지난해 9월 산재예방 시스템 구축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3단계로 나눠 진행 중이다.

1단계로 지난해 12월까지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법에 따른 현장의 문제를 분석하고 안전보건관리 조직을 '환경안전본부'로 확대 강화했다.

이사급인 안전경영책임자(CSO)를 중심으로 안전보건경영실과 환경안전본부를 두고 보건관리팀 안전관리팀 환경관리팀 등에 총 18명이 안전관리를 전담한다.

2단계는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현장 고위험군 분석하고 안전보건 규정·지침·양식을 제·개정했다. 또한 위험성 평가 체계 구축에 힘썼다. 각 조직 30~40명의 간부들을 외부기관의 '위험성 평가' 교육(1박2일)을 받도록 했다.

신상수 환경안전본부장은 "2단계를 통해 KOSHA-MS(KOSHA 18001) 인증을 획득하는 등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을 구축했다"며 "9월부터 12월까지 3단계로 '중대시민재해'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기획에서 출하까지 '전사 산업재해 예방시스템'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19년 5월부터 '노사패트롤'을 운영하고 있다. 매월 1회씩 환경안전점검을 실시해 현장의 애로사항은 물론 잠재위험 발굴 개선을 통한 위험요인 제거한다. 그 전에도 회사 차원에서 현장 안전점검이 있었지만 현장에서는 평가받고 지적받는다는 인식 때문에 직원들이 꺼려했다. 노사패트롤을 통해 노조간부들이 꾸준히 현장을 방문했다.

김 부위원장은 "지적하기보다는 현장 노동자들의 의견을 듣는 데 집중했다"면서 "어느 순간 현장 직원들이 먼저 현장 위험요소를 가져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비용 없이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했다. '분진이 옆자리까지 넘어온다'는 지적에 칸막이를 설치했다. 무게를 재기 위해 200kg이 넘는 드럼통을 20cm 높이 저울에 올리는 작업은 근골격계 질환 위험성이 있었다. 저울을 바닥에 설치해 해소했다.

많은 시간과 큰 비용이 들어가는 것도 있었다.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만큼 회사 내에 '삼화방재센터'를 구축했다. 화학소방차를 구입하고 정기훈련을 통해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정전기 발생으로 인한 화재위험을 낮추기 위해 한쪽으로만 분사되던 습도조절용 '미스트(안개) 분사기'를 모든 방향으로 분사되는 제품으로 교체했다.

작업환경도 개선했다. 폭발위험 때문에 현장에서는 에어컨을 사용할 수 없다. 외부에서 찬바람을 실내로 끌어오는 공조기는 설치해야 했다. 문제는 1억원이 넘는 비용이었다. 노사는 공조기 설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1년에 걸쳐 설치했다.

◆직원들 참여로 안전문화 조성 = 노사패트롤을 통해 지난달까지 총 446건의 위험요소를 개선했다. 김 부위원장은 "안전한 현장은 거창한 규율을 만드는 것보다 기본과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위험요소 개선 수치보다 더 값진 성과는 안전문화가 조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는 화재·폭발 및 중대재해 예방에도 적극적이다. 6개월에 1회씩 '중대재해 예방 안전점검'과 명절 연휴 전·후에 5가지 고위험군에 대한 '특별안전점검'을 한다. 또 외부기관에 의뢰해 화학공장 안전성을 점검한다. 이를 분기별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이행점검하고 사업계획도 수립한다.

노사는 노동자의 건강관리에도 힘쓰고 있다. 정한석 노조위원장은 "안전보건에서 만큼은 노사 대립이 없다"면서 "노사는 노동자들의 안전을 제일 중요시한다"고 강조했다.

노사합의로 '근골격계 예방 프로그램'을 통해 치료비와 휴가를 지원한다. 근골계질환 조기 발견·치료·복귀를 목표로 지정병원을 선정해 직원들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올해 1월 국내 공장에서 '산재예방 노·사 합동 결의식'을 가졌다. 중소기업이지만 안전보건 분야에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18억원을 투자했다.

류기붕 대표는 지난해 취임한 뒤 직원들의 안전보건 제안을 평가해 '안심인상'을 도입, 인원 제한 없이 포상하고 있다.

류 대표는 "안전보건은 타협이 없다. 무조건 해야 되는 것"이라며 "안전보건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고 직원들의 참여를 유도하면서 교육훈련을 통해 몸에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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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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