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악 시도 중단을"
금속노조 서울지부 "현장 안착 안됐다" … 올해 350여명 사고사망, 검찰 기소는 단 1건
올해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이 현장에 제대로 안착되지도 않은 가운데, 정부의 시행령 개정 움직임에 대해 노동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서울지부는 29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운석열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변경해 법의 취지를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며 "경영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시행령 개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8월 주무 부처도 아닌 기획재정부가 사실상 경영계의 요구를 담은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에 관한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주무 부처인 고용부에 개정 방안을 전달하면서 논란이 됐다.
올해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상시 노동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노동자 사망 등 중대산업재해가 발생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올해에만 350명이 넘는 노동자가 일하다 죽었지만 검찰이 기소한 것은 단 1건뿐이다. 고용부가 수사를 마치고 검찰에 송치한 건 22건이고 이 가운데 단 1건만 재판에 넘겨졌다.
금속노조 서울지부는 "심지어 유일하게 기소된 사건과 동일한 직업성 중독사고였던 대흥알앤티의 경영책임자는 무혐의로 불기소됐다"며 "중대재해법 적용 1호 사업장이었던 삼표산업의 경영책임자에 대한 기소도 기약 없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재부 개정방안에는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가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해 최종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면 경영책임자로 본다' '사업장 안전보건에 관한 인증을 받으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본다' 등 경영계의 요구사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도 '법무부 장관이 정하는 중대재해 예방기준을 인증받은 기업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하고, 경영책임자에 적용하는 처벌 형량을 줄이거나 면책하자'는 내용을 담은 중대재해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과 관련해 "위임된 한계 내에서 입법취지에 맞게 개정하는 것이 가장 큰 원칙"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고용부는 '모호성·불확실성'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로 경영책임자가 지켜야 할 '안전보건확보 의무'의 내용 등을 더 명확하게 하는 방향으로 개정 작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고용부가 9월 중순 법률에 위임규정도 없는 경영책임자의 범주를 시행령에 명시할 수 있는지 법제처에 문의하자 노동계는 중대재해법 무력화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고용부는 노사의 의견을 들어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려고 했으나 정부 다른 부처와 경영계의 반발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는 "시행령이란 모법이 된 법률의 효과적인 집행을 위해 필요한 내용을 모법의 위임을 받아 그 한계 내에서 규정하는 행정부의 명령"이라며 "그 대상은 법률이 명시적으로 위임한 것에 한정되고 내용 또한 위임의 범위를 벗어나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금속노조 서울지부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윤석열정부는 여소야대 국면을 핑계로 국회 입법이 아닌 시행령 개악으로 중대재해법을 무력화시키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고용부는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조성해야 하는 주무 부처인 만큼 엄격한 법 집행과 법의 제정 취지를 충분히 담아 중대재해를 근절시킬 수 있도록 개정안을 내야 한다"면서 "경영계와 대통령의 의중을 헤아려 법치체계를 무너뜨리려는 고용부의 시행령 개악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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