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고 후예를 찾아서│⑧ 은하수산

자갈치 좌판에서 글로벌 수산가공유통기업으로

2022-09-29 13:39:28 게재

팬데믹기간 해외시장 개척···미국으로 흰살생선 수출

부산 녹산공단에 자리잡은 은하수산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해외시장을 개척했다. 해외 출장이 어렵고, 바이어를 만나기도 어려웠지만 해외바이어들 이메일을 적극 활용해 제품을 소개하며 마케팅했다.

활어 자동화 필렛기계로 광어(넙치)회를 미국으로 수출하고, 뽀로로 캐릭터를 사용한 생선구이를 태국 등으로 수출했다. 첫 수출을 한 2020년 28만달러 실적은 지난해 92만5000달러로 3배 규모로 커졌고, 올해는 8월까지 172만8000달러 실적을 올려 지난해보다 두 배 늘어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은하수산은 품질검사를 강화하기 위해 유전자증폭검사(PCR), 배지검사에 더해 지난 6월부터 신속항원검사를 추가해 3중 검사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 은하수산 제공


27일 현장에서 만난 은하수산 송건호 사장(COO)은 "지금도 컨테이너 5개 분량의 수출물량이 밀려있는 상황"이라며 "연말까지 300만달러 수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 흐름 파악하고 과감한 투자 = 은하수산은 1970년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좌판을 하던 영도상회에서 시작했다. 이현우 회장은 스무살되던 1983년 부모님 영도상회 일을 도우며 가업에 참여했고, 1989년 부모님을 설득해 소매활어유통시장으로 뛰어들었다.

이 회장은 "이 때가 장사를 넘어 사업으로 전환한 시기였다"며 "이후 1994년엔 부산의 큰 유통시장이었던 아람마트에 납품하며 기업으로 틀을 마련했고, 2000년 신뢰받는 큰 기업이 되자는 마음으로 은하수산을 설립했다"고 말했다.

은하수산은 시장이 위축될 때 움츠러들지 않고 공격적 투자로 소비자들 요구를 수용했다. 2014년 부산 감천항 수산가공선진화 단지에 입주하고, 2016년 녹산공단에 수산물 가공공장을 신설해 본사를 이전했다. 이 해엔 일본으로 어패류를 수출했다. 2013년 254억원이던 매출액은 2014년 369억원, 2015년 436억원, 2016년 555억원, 2017년 711억원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2019년엔 업계에서 처음으로 활어를 필렛으로 뜨는 자동화시스템을 도입했다. 해외 박람회를 다니며 눈여겨 본 기계를 과감히 도입한 것이다. 2019년 782억원이던 매출액은 2020년 1168억원으로 도약, 1000억원대를 돌파했다.

은하수산은 해외박람회 참여가 어려웠던 팬데믹기간에는 국제화상회의시스템 등을 활용해 해외 시장흐름을 공유했다. 사진 은하수산 제공

이 회장은 "영도상회 시절부터 우리 철학은 남들이 다 하는 것은 기본이고 더 공부해서 남들이 못 하는 것 먼저 하자는 것"이라며 "해외 박람회에도 언제나 적극 참여해 상대적으로 앞선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은하수산은 올해도 세계 최대 수산박람회인 스페인바르셀로나 박람회에 직원 10여명이 참여했다.

이 회장은 "유럽에서 도입한 활어 필렛 자동화 설비도 회사 안팎에서 우려를 제기했지만 선진사례를 바탕으로 확신을 갖고 추진한 결과물"이라며 "1분에 55마리 넙치활어를 필렛으로 생산하는데, 일반공정보다 시간은 32배, 인원은 33% 절감하고 품질의 일관성을 유지하며 대량생산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송 사장은 "소비자들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투자한 것은 시장과 매출확대로 돌아왔다"며 "팬데믹 기간에도 움츠러들지 않고 수출시장을 개척했고, 올해는 국내외 소비자와 바이어들 요구를 앞서 개발할 수 있는 첨단 스마트 가공공장도 신축했다"고 말했다. 은하수산은 단축한 시간과 줄어든 노동시간을 다른 제품 개발에 투입, 소량다품종생산 기반도 마련했다.

은하수산은 지난해 1430억원 매출에 이어 올해는 1650억원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수산업으로 기업가치 실현 = 은하수산은 부경대 수산과학기술센터(경남 고성)에 광어 양식장을 만들고 지속가능한 양식 인증인 ASC 인증을 받았다. 또, 무분별한 남획으로부터 해양생태계를 보전하는 어업을 추구하고 있는 MSC인증 원료를 가공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송 사장은 "소비자들의 요구는 안전과 품질을 넘어 윤리적 소비로 확대되고 있다"며 "우리는 수산업에서 추구할 가치가 지속가능성이라고 생각했고, 이를 위해 양식과 어선어업에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세계적 인증기관들과 손잡고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콜드체인, 라스트마일 등 물류 현장의 흐름은 기본"이라며 "소비자들은 우리가 먹는 수산물은 어떤 수산물인지 보다 더 원천적인 질문을 하고 있고, 우리는 그에 충실히 답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자연보전기관인 세계자연기금(WWF)과 파트너십을 맺고 'ASC 인증 노르웨이 숙성 연어회'도 출시했다. 판매액의 1%는 기금으로 출연한다.

지난 6월부터는 품질관리를 위한 신속항원검사 시스템을 도입, 피씨알(PCR)검사와 배지검사를 보완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정연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