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액 연동 임대료 확산될까
정부부처 합동연구에서 도입 제안
스타벅스 성장 비결 '변동 임차료'
임대·임차인 상생 위해 확대 필요
정부가 매출액 연동 임대료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여파와 경제불안 등 위기에 빠진 소상공인들과 늘어나는 공실 때문에 걱정이 깊은 건물주 모두를 돕는 상생정책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동주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법무부·국토교통부·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부처 합동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매출액 연동 임대료 제도 산정 방식을 상가 임대료 모델로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연동 임대료는 고정된 임대료에 임차인의 매출이나 생산성에 대한 일정비율을 적용해서 비율임대차 방식으로 임대료를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관행적으로 고정임대료를 고수하고 있다.
중기부가 이 의원실에 제출한 '감염병으로 인한 경제 사정의 변동에 따른 상가임대차 차임증감청구 가이드라인 연구'에 따르면 매출액 변화에 따라 임대료를 조정하는 기준을 마련했다. 단, 적용 시기는 감염병 시기에 한정했다.
보고서는 전북 전주시를 사례로 들었다. 전주시에서 시범운영하고 있는 매출연동형 임대료 사업은 계약을 할 때 매출액에 연동해 산정한 임대료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임대인와 임차인이 상생협약을 전제로 매출이 많을 때는 임대료를 많이 내고 매출이 적을 때는 임대료를 적게 낼 수 있다. 시범사업은 '전주시 지역상생협력에 관한 기본조례'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코로나19로 매출과 수입에 큰 타격을 받고 있는 면세점의 입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임대료 산정방식을 매출연동형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인천항만공사는 중국 관광객 감소로 인한 경제적 부감을 줄이기 위해 인천항신국제여객터미널에 입주하는 면세점과 상업시설에 매출연동형 임대료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부산항만공사도 경색된 한·일관계 때문에 개점휴업 상태인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입점 업체의 임대계약에 같은 방식을 적용했다.
보고서는 백화점과 일부 대형마트에서 운영하는 '최소보장 임대료'의 문제점도 짚었다. 이 또한 비율임대차 방식이라고 할 수 있지만 매출액이 올랐을 경우에만 비율제가 적용되고 떨어졌을 때는 고정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매출이 저조하면 임대인이 임의로 매장을 재배치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임차상인에게는 매우 불리한 임대차 계약인 셈이다.
◆외부충격에 유연한 대응 가능 = 매출액연동 임대료 방식은 임차인뿐 아니라 건물주에게도 도움이 된다. 상가가 활성화되니 임대료가 오르고 오른 임대료 때문에 상인들이 다시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둥지떠남현상)이 좋은 예다. 임차인을 계속 바꿔가며 세를 올릴 수 있다면 모르지만 지속적인 임차인 교체는 상권 하락,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결국 세입자가 찾지않는 건물로 전락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매출 연동형 임대료를 적용한 가장 대표적 성공 사례는 세계적 커피 프랜차이즈인 스타벅스다. 스타벅스는 부동산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전 세계 모든 매장이 임차 방식을 고집한다. 특히 스타벅스 매장 중 절반 정도는 변동 임차료 방식을 택하고 있다. 스타벅스가 '슈퍼을'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스타벅스 코리아는 2019년 전국 1378개 매장 임차료로 2583억원을 썼다. 2020년에는 1508개 매장을 운영하면서 2667억원을 지출했다. 지난해는 매장이 1639개로 더 늘어 집주인에게 지급하는 임차료 규모도 증가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변동 임차료로 인해 그 규모가 더 커졌을 것이란 분석도 뒤따른다. 지난해 스타벅스 매출은 2조3856억원으로 전년 대비 24%나 증가했다. 집주인들에게 지불한 임차료가 그만큼 크게 늘어났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이동주 의원은 "매출액 연동 임대료 방식은 관광객 급감, 한일관계 경색, 전쟁 등 예상치 못한 외부충격에 대응해 임대인과 임차인이 상생하며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임대료 산정 방식"이라며 "특히 외국인 관광객 유입에 민감하고 매출과 임대료 수준이 높은 상권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서울시 등 주요 공공기관이 매출액연동 임대료 시범사업을 앞장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