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가루쌀에만 매달려서는 답이 없다

2022-10-13 10:48:20 게재
올해 산지 쌀값이 지난해 수확기 대비 25%나 폭락했다. 주된 이유는 과잉공급이다. 쌀 소비가 생산보다 빠르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수요 확대가 당연한 해결책이다.

당국은 밀가루를 대체하는 건식 가루쌀로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밥이 비만 원인이라는 잘못된 통념 불식과 밀가루 빵과 달리 설탕·소금·글루텐·콜레스테롤·지방 등 5무(無) 건강식품이라는 점이 홍보 포인트다. 장관이 직접 전도사로 나섰다.

당국은 10일 내년도 가루쌀 생산단지 39곳을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엔 '가루쌀을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도 마련했다.

가루쌀 홍보의 성과를 위해 캘리포니아 '갓 밀크'(Got Milk) 캠페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1990년대 초 탄산음료가 부상하며 우유 소비가 크게 줄어든 위기의 낙농업계를 위한 광고였다. 한 남자가 땅콩버터 빵을 먹으며 라디오 퀴즈쇼를 듣다가 정답을 외치려고 전화를 건다. 그 순간 입속 가득한 빵 때문에 목이 막혀 옆에 있던 우유 팩을 들지만 텅텅 비어 있다. 그때 '갓 밀크'라는 카피가 나오며 광고는 마무리된다.

우유가 없어 아쉬운 일상을 코믹을 섞은 반전으로 소비자와 제품의 친밀감을 드높여주었다. 광고로서 훌륭했다는 평가와 함께 일시적으로 우유 소비가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아쉽게도 중장기적으로 소비감소 트렌드는 막지 못했다.

우리나라가 의무적으로 구매하는 외국산 쌀 수입·보관에 최근 5년 새 2조5000억원 넘는 혈세가 들었다. 남는 국산쌀을 시장격리 하는 데도 2005년 이후 올 9월 25일까지 5조4000억원이 투입됐다. 정부·여당은 올해도 이 같은 단기처방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야당은 한술 더 떠 양곡관리법 개정을 통해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영구히 사들이게 하겠다는 단견을 드러냈다.

쌀이 남아돌지만 역설적으로 세계 식량공급은 불안하다. 2050년 세계 인구 90억명을 전망하면 70%의 농산물을 추가 생산해야 한다. 가뭄과 홍수 등 기상이변으로 곡물 생산량은 더 부족해진다. 어떻게 보면 쌀을 살릴 호기다.

한편 농업은 그 어느 산업보다도 미래 첨단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람들은 식품이 자신의 신체에 미칠 영향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며 심지어 심리적 허기를 해소할 '엔도르핀 디쉬'(Endorphin Dishes)도 기대한다.

농업의 미래를 열기 위한 중장기전략으로는 규모화·전문화,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글로벌마케팅, 외자유치, 농민마인드 변화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당국과 정치권 모두 반도체 이상의 관심과 혜안이 절실하다. 쌀빵에만 목맨 모습이 한가롭게 보이는 이유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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