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 저출산고령화시대, 산업이 바뀐다 ㅣ ①설문조사·종합

총인구·생산연령인구 감소, 10년 뒤 일할 사람이 없다

2022-10-14 14:57:25 게재

조선업 고용인력 7년만에 '반쪽' … 중소기업 가업 이어갈 경영자도 없어

저출산·고령화는 한국사회가 장기적으로 해결해야할 가장 큰 숙제다. 산업계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모든 업종에서 인력난이 심각하다.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중소기업 건설현장 농수산업 등이 멈출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들은 인구구조 변화로 바뀐 시장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내일신문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산업계 어려움을 살펴보고 업종 대표 기업들의 대응을 6차례에 걸쳐 싣는다.

통계청은 지난 9월 발표한 '인구현황 및 전망'에서 저출산 영향으로 한국 인구가 2022년 5200만명에서 2070년 3800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또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2022년 17.5%에서 2070년 46.4%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21년 0.81명으로 1970년 4.53명에 비해 3.72명이 줄었다.



이에 따라 생산연령인구(15세~64세) 구성비는 1970년 54.4%에서 2012년(73.4%)을 정점으로 감소해 2022년 71.0%, 2040년 56.8%, 2070년에는 46.1%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2070년에는 전체 인구 가운데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인구감소 고령화 속도가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 가장 빠르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11~2020년 우리나라 제조업 근로자 평균연령이 연평균 0.9%씩 올라, 미국(0.08%)과 일본(0.32%)보다 각각 11.3배, 2.8배 '빠르게 늙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추세대라면 2026년 한국의 제조업 근로자 평균연령은 44.9세로 미국과 일본을 앞선다.

김용춘 전경련 고용정책팀장은 "우리나라 근로자 평균연령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며 "이미 중견·중소기업 경우에는 고령 근로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기업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상황이 더 악화된다면 10년 후 일할 사람이 없어 회사를 운영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업, 인력부족에 핵심인력 뺏겨 '이중고'= 이 같은 어려움을 가장 앞에서 맞고 있는 업종은 전통 제조업과 중소기업이다.

우선 조선산업은 1970년대 이후 50년간 한국의 경제성장을 이끄는 기간산업 역할을 해왔지만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조선산업 어려움은 고용인력 숫자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2014년말 20만명 이상을 고용하던 조선산업은 2020년말 10만명 이하인 9만7000명대로 고용규모가 줄었고, 지난해 말에는 9만2800명대로 더 줄었다. 피크 대비 55%, 지난 20년간 평균 인력 대비 30% 줄어든 규모다. 일본이 20만명에서 10만명으로, 10만명에서 5만명으로 감소할 때 각각 20년씩 걸린 것보다 빠른 속도다.

권봉기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인력개발센터장은 "국내 생산가능 인구가 2017년을 정점으로 이미 감소추세에 있고, 서비스업 선호 등 젊은층의 직업인식이 변하면서 종합조립산업인 조선업은 인력 확보와 유지를 위해 점점 힘겹게 타 산업과 경쟁해야 하는 구조로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권 센터장은 "지금처럼 신규유입 인력이 감소하고 기존 인력의 이탈이 지속되면 노령화 및 숙련유지 애로, 안전사고 위험 증가라는 삼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경영자도 근로자도 늙는다 = 저출산고령화는 중소기업을 늙게 한다. 인력난을 더 악화시키고 중소기업 체력을 떨어뜨린다. 이는 중소기업 경쟁력 하락을 가져온다.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고령화는 중소기업계의 중요한 과제다.

2020년 기준으로 국내 중소기업 대표자는 53만7283명으로 평균 연령은 52.5세다. 이중 60대 이상이 22.0%다. 제조업의 경우 60대 이상이 30.7%에 이른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022년 기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30년 이상된 기업 대표자 중 60대 이상은 80.9%다. 중소기업계가 '기업승계'를 주요화두로 내거는 이유다. 이들은 가업승계를 하지 않을 경우 절반 이상(52.6%)이 폐업이나 기업매각 등을 했거나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중소기업 연구인력 고령화도 심각한 상황이다. 중소기업연구원의 '중소기업 청년 R&D인력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중소기업의 청년연구원(39세 이하) 비중은 54.3%로 중견기업(64.7%)과 일반 대기업(62.0%)에 비해 낮았다. 문제는 청년연구원 비중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8년 78.4%에서 2018년 54.3%로 떨어졌다. 10년만에 청년연구원 비중이 24.1%p 감소한 것이다. 중소기업 1개사당 청년연구원(39세 이하) 숫자도 6.2명에서 2.3명으로 3.9명 감소했다. 반면 40세 이상 연구원은 1.7명에서 1.9명으로 0.2명 증가했다. 중소기업기술통계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술개발수행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시도는 매년 하락하는 추세다. 중소기업 기술개발 시도 건수는 2012년 5.70건에서 2018년 2.68건으로 감소했다.

고용노동부가 올 2월 발표한 '2020~2030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에 따르면 저출산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 2030년이 되면 중소기업 취업자 감소가 심각한 수준이 될 전망이다.

제조업의 경우 디지털전환 관련 기술·소재 업종은 증가하지만 자동차·트레일러(-8만8000명), 의복·악세사리(-4만1000명), 섬유(-2만명), 금속가공(-1만2000명), 1차금속(-1만2000명), 인쇄(-9000명) 등 고용규모가 큰 업종을 중심으로 감소했다. 생산직군 기능직 취업자도 크게 줄어 기계 조작직군에서만 4만7000명의 일자리가 증발하는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디지털 기술혁신이 가속화되고 있어 중소기업계 인력난은 최악의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석용찬 중소기업경영혁신협회 회장은 "중소기업 생산현장은 고령화되면서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외국인고용 쿼터 확대가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아니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석 회장은 이어 "경영자 고령화는 기업승계와 직결되는 문제"라며 "중소기업이 지속될 수 있도록 인수합병을 통한 대형화 등 다양한 퇴로를 만들어줘야 한국경제 구조가 탄탄해진다"고 강조했다.

◆유통 급속한 시장변화 적응중 = 이런 가운데 유통·식품업계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급속한 시장변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선 식품업계는 생존을 위한 사업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분야다. 특히 유업계는 분유에서 노인식 전문회사로 업종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출산률은 하락하고 고령층이 늘면서 이들을 겨냥한 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국내 분유 소매시장 규모는 2017년 4291억원에서 지난해 3180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올해는 이보다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일유업의 경우 2000년 초반만 하더라도 분유 매출액이 2000억원을 넘었지만 현재는 겨우 1000억원 규모다. 반면 노인식인 셀렉스의 경우 지난해 1000억원 넘게 판매했다. 향후 분유 등 영유아 이유식은 줄고 노인식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저출산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아동복업계도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거센 분야다. 기업별 대응에 따라 영향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사업을 접어야 할 정도로 직격탄을 맞은 곳이 있는가 하면 위기를 기회로 삼아 때아닌 호황을 맞은 곳도 있다. 유아동 전문기업 제로투세븐은 지난 8월 31일자로 유아동패션사업을 종료한다고 공시했다.

반면 한세엠케이 아동복 매출은 올들어서만 2배 넘게 증가했다. MZ세대 부모 취향에 맞는 고급 아동복을 생산한 덕분이다. 또 한 자녀 가정이 많아지면서 귀하게 키우는 '골드키즈' 현상이 두드러진 점도 고가 아동복 수요를 폭발시켰다는 분석이다.


◆설문조사 참여기업 (대기업·중견기업 91개사, 중소기업 117개사)
- 국가철도공단 금호타이어 기아 농협중앙회 대상 대우조선 동국제강 동원그룹 두산에너빌리티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롯데홈쇼핑 르노코리아 매일유업 무역보험공사 배달의민족 부산항만공사 빙그레 삼성SDS 삼성물산(건설) 삼성물산(패션) 삼성전기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스타벅스코리아 신세계인터내셔날 쌍용건설 쌍용자동차 애경 에스원 에쓰오일 오뚜기 오리온 이마트 인천항만공사 제주항공 ㈜두산 주택도시보증공사 지역난방공사 카카오 코오롱인더스트리 콘텐츠웨이브 쿠팡 포스코 한국가스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맥도날드 한국부동산원 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인삼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조선해양 한국타이어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항공우주산업 한화 한화시스템 현대건설 현대모비스 현대백화점 현대오일뱅크 현대위아 현대제철 현대차 휠라코리아 11번가 CJENM CJ제일제당 GS건설 GS칼텍스 G마켓 HMM KT KT스카이라이프 LGCNS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LG이노텍 LG전자 LG헬로비전 LG화학 SK(주)C&C SK브로드밴드 SK스토아 SK에너지 SK에코플랜트 SK지오센트릭 SK텔레콤 SK하이닉스 SM상선 (여기까지 대기업 등, 가나다 순)
- 가후이엔씨 고우넷 광명인터내셔널 금란주얼리 네오스 네오테크 뉴지로 다하나 대웅트레이드 대훈 더채움 덕양유엘씨 동서콘크리트 동일유리 듀오백 라온테크 루시드프롱소 마더스제약 백산철강 삼일기업 삼화기업 서림철강 선영 솔로몬 신나는 신정개발 아비코전자 아이지 아이티스 에이치파트너코리아 여의시스템 올프레이트 우리술 우송산업 원앙 융창저축은행 은성정밀인쇄 이투비플러스 이트너스 전일프라스틱 제네포스 조아기프트 주성엔지니어링 주원씨앤아이 천일 청담라이프 케이비드 코아칩스 파운드포 팩컴코리아 푸드누리 필택산업 한국공간정보통신 한양티이씨 현대아이씨티(중소기업, 가나다순) 그 외 기업은 회사명 공개를 원치않음.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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