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 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 최윤서

인문 자연 예술 넘나든 호기심으로 창작 콘텐츠의 매력에 빠지다

2022-10-26 17:52:35 게재

내가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직업을 고민하면서 배우, MC. 미디어콘텐츠 제작에 관심을 가졌다. 배우를 생각하며 연극영화과도 고려했지만, 너무 일찍 배우로 진로를 정하기보다는 다양한 호기심과 배움의 욕구를 풍성하게 채울 수 있는 학과에 진학하기로 마음먹었다. 발목 잡은 수학 덕분에 인문 계열로 방향을 정했지만 과학을 좋아했기에 유전이나 신경과학 등을 배우고 싶어 <생명과학Ⅱ>까지 선택하며 과학적 호기심을 채웠다. 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에 진학한 최윤서씨의 얘기다. 쉬운 과목보다는 호기심을 채우는 과목을 선택하고 인문 자연 예술 등 영역을 넘나든 윤서씨의 융합적 관심은 융합콘텐츠학과의 인재상과도 일치한다. 무대에서 미디어와 결합한 창작 콘텐츠로 사람들에게 따뜻한 행복을 전하고 싶다는 윤서씨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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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서 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 (경기 화수고) 사진 이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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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고 잘하는 일 찾아간 고교 3년
  몸이 약해 병원에 자주 들락거렸다. 어린이 병동에서 3~4살 아이들이 항암 치료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잠시 의사의 꿈을 키웠다. 과학을 좋아했지만 수학은 열심히 공부해도 시험 시간에 OMR 마킹을 제대로 못할 정도로 긴장과 부담이 큰 과목이었다.   “의학 계열에 관심이 있는 걸 아셨던 선생님께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만이 의료 분야에서 일하는 것은 아니라며 보건행정학과를 추천해주셨어요. 주요 대학 중에 보건행정학과가 개설된 곳은 고려대가 유일했죠. 보건행정학과 진학을 생각하며 학교생활을 했는데 어느 순간 보건행정학과가 개설된 대학이 별로 없는데 이 분야에 집중하는 게 부담이 되더라고요.”   고3 학기초에 담임 교사는 학생부를 보며 “학교생활을 열심히 한 건 알겠는데 하나에 꽂힌 게 뭔지 모르겠다”며 이 부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권했다.   “중학교 땐 배우가 꿈이었어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데 끌렸거든요. 학교 축제 때 사회를 보거나 수업 시간에 팀 프로젝트와 발표를 하면서 제가 사람들 속에서 에너지를 받는다는 걸 알았어요. 사람들 앞에 나를 드러내는 게 설레고, 그런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반응이 기대되더라고요.”   연극영화과 진학도 잠시 고민했지만 윤서씨는 연기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콘텐츠 기획과 제작 등 미디어 관련 이론과 실습, 경험을 다양하게 접하기로 마음먹었다.   “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의 교육과정이 미디어, 콘텐츠와 관련된 다양한 수업을 열어줄 테니 너희가 원하는 걸 맘껏 공부하라는 느낌이라 좋더라고요.”   윤서씨는 연극 동아리 활동으로 무대에 서기도 하고, 매주 대학로를 찾아 배우에게 연기 지도를 받으면서 연기에 대한 열정을 발산 중이다.    
교과 활동에서 보여준 기획력과 구성력, 소통 역량
  “고1 때 학교 축제에 상영할 영상으로 드라마의 클리셰 모음을 제안했는데 채택됐어요. ‘클리셰’는 진부한 표현 혹은 상투적인 표현, 촬영 기법 등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용어예요. 예를 들면 사랑에 빠졌는데 출생의 비밀이 있다거나 가난한 여주인공과 부잣집 남자 주인공을 가로막는 남자 주인공의 엄마, 돈 봉투와 찬물 세례처럼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장면이나 상황 같은 거죠. 축제는 신나게 웃고 즐기는 게 중요하니 영화나 드라마 장면을 편집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반응이 좋았어요.”   윤서씨의 기획력은 교과 수업 시간에 다양하게 드러났다. <국어> 시간엔 희곡을 정해 조별로 발표하는 활동에서 실감나는 연기와 무대 준비로 큰 호응을 받았다. 같은 등장인물도 조별로 연기하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음악> 시간엔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을 뮤지컬 배우처럼 불렀고 뮤지컬과 오페라 노래 부르기 활동에선 디제이 역할을 맡으며 수업에 활기를 더했다.   “<국어> 교과는 진로에 관한 관심을 키워줬어요. 문학 작품을 통해 작가의 생각이나 그 시대를 공감할 수 있었죠. 연시조를 창작하고 서평을 쓰면서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역량을 키웠고, 신문 비평 활동에서는 여러 분야의 기사를 비평하면서 사고의 틀을 확장했어요.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글쓰기에선 어린이 미디어 규제의 필요성과 방안에 대해 썼어요. 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해 주장을 펼쳤죠.”    
기본에 충실한 공부법으로 느낀 성취감
포기할 수 없었던 과학적 호기심
  고1 1학기 성적에 아쉬움을 느낀 윤서씨는 플래너를 작성하며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공부법 관련 유튜브를 찾아보며 밀도 있게 공부했던 것 같아요. 가장 성취감을 느꼈던 교과가 <국어>였어요. 문제를 푸는 것에 집중했던 1학기와 달리 교과서와 교사용 지침서를 여러 번 반복해 봤어요. 지문만 있는 종이에 선생님의 설명이나 교사용 지침서 내용을 옮겨 적다 보면 처음엔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도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확실하게 알게 되더라고요. 특히 남과 소통하는 수단인 언어를 배우는 국어, 영어, 일본어 과목을 좋아했어요.”   고리타분할 것 같았지만 딱히 선택할 과목이 없었고 선택자가 많아 수강했던 <윤리와 사상>은 철학사와 사상을 이해하게 되면서 좋아하는 과목이 됐다. 과목명이 주는 선입견으로 선택하지 않았다면 아쉬웠을 거라며 웃는다.   인문 계열로 진로를 결정했지만 과학 교과는 좋아했기에 과목 선택에 고민이 많았다. 생명과학과 화학을 선택하고 싶었지만 화학은 인문 계열 학생들에겐 현실적으로 선택이 어려웠다.   “배우고 싶은 과목 위주로 선택했지만 등급을 산출하는 과목은 선택 인원을 무시할 수 없더라고요. 그래도 과학은 선택하고 싶었어요. 인문 계열 학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생활과 과학>이 개설돼 있었지만 생명과학이나 화학처럼 제대로 된 과학 공부를 하고 싶었거든요. 고3 때는 <생명과학Ⅱ>도 선택했어요. 진로선택 과목이라 등급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아 제대로 공부해보자는 마음이었죠. 유전, 신경 부분은 어려웠지만 이해하고 나니 마치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신세계를 느끼게 한 <정보> 수업, 의료와 미디어를 IT와 접목
  <정보>는 컴퓨터 관련 학과로 진학하지 않더라도 필요한 과목이라 선택했다. 특히 미디어 관련 진로를 염두에 두었기에 콘텐츠를 기획하는 능력뿐 아니라 어떻게 구현되고 표현할 수 있는지 개발자의 시각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수업 시간에 텍스트 프로그램 터틀 모듈을 이용한 프로그래밍을 배웠는데 기본 명령어와 좌푯값, 함수를 적용해 스토리를 시각적으로 구현해본 경험은 신기함 그 자체였다.   윤서씨는 <정보> 수업과 연계한 IT 스타트업 창업 대회에 지역 공동체나 당근 마켓의 확장 버전으로 지역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플랫폼을 제안했다.   “즐기기 위한 콘텐츠뿐 아니라 재능을 기부할 수 있고, 관심사가 같거나 MBTI 유형이 같은 사람들이 소통하고 정을 나눌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어요. ‘동물의 숲’ 게임을 해본 사람은 알 텐데 해변에서 주을 수 있는 유리병 편지가 있어요. 거기서 착안해 낯선 누군가에게 받는 반가운 편지 기능을 만들었죠. 모르는 이에게 받은 뜻밖의 편지, 기분 좋은 설렘 아닐까요?”   인문 기술 디자인 간의 융복합이 핵심인 융합콘텐츠학과에선 콘텐츠 기획을 위한 이론 교육과 함께 디자인과 IT 기술 등 제작을 위한 실습 교육도 이루어지기에 진출 분야도 드라마 작가, 콘텐츠 기획자, IT 서비스 기획자, 게임 기획자, 게임 시나리오 작가, 광고 및 홍보 전문가 등 다양하다.   “전공 공부를 하면서 진짜 하고 싶은 일이 구체화될 거라 앞으로 더 기대돼요. 고교 때 내가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뭘까 진짜 고민을 많이 했는데 고교 3년간의 기록이 적힌 학생부를 보니 그게 뭔지 알겠더라고요.”
민경순 내일교육 리포터 hellel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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