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으로 새 길 여는 중소·벤처기업 | ⑬ 서울F&B
국내 최대 유음료 생산 … "이익 보장해야 대기업과 거래"
19년간 최고 설비 지속투자, 스마트공장 구축
대기업 수준 직원복지, 미화원·세탁원도 정규직
"직원이 행복해야 최고품질 생산·회사성장 보장"
기업은 사람처럼 생로병사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닥친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야 지속가능성을 높인다. 한국경제는 미래를 예측하는 통찰력과 새로운 것에 과감히 도전하는 정신으로 무장된 기업인들이 있었기에 성장해 왔다. 내일신문은 (사)밥일꿈과 함께 기업가정신으로 새 길을 여는 중소·벤처기업 20곳을 발굴해 연재한다. 산업의 대전환 시기를 헤쳐 나가는 용기와 지혜를 얻기 위해서다.
'직원의 행복이 곧 기업의 행복이다'를 실천하는 대표적인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이다. 직원복지, 근무환경은 대기업 못지않다. 최신식 제조설비와 스마트공장을 구축하고 우유 두유 커피 발효유 냉장주스 건강기능식품 등 450개 이상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주요 고객사는 국내외 유명 식음료 기업과 유통 대기업들이다. 하지만 대기업 거래관계에서는 '갑'같은 '을'이다. 내년에는 중소기업을 벗어나 중견기업에 올라선다.
국내 최대 유음료 생산기업 서울F&B(대표 오덕근)의 현재다.
서울F&B는 2005년부터 지금까지 '식음료 웰빙기업'의 길을 걸어왔다. 국내 주요 우유업체, 음료업체 등에 주문자상표부착(OEM)과 제조자개발생산(ODM)을 통해 공급하고 있다. 24시간 편의점 유제품의 30% 가량이 서울F&B에서 만들었다.
자체 브랜드 제품도 꾸준히 내놓으면서 성장속도가 빨라졌다. 2012년 6월 이노비즈(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인증받은 당시 30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지난해 1365억원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2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태국 미국 호주 등 16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서울F&B는 끊임없는 제조혁신 활동으로 스마트 푸드데크기업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최고 품질로 대기업과 대등하게 협상 = 서울F&B의 경쟁력은 뛰어난 첨단설비에 기반한 생산능력과 연구개발에 있다. 회사는 창업때부터 지금까지 설비에 이익 대부분을 투자했다. 설비가 품질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이 갖고 있지 않은 설비를 갖춰 대기업에게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다.
지난 6일 원주공장에서 만난 오덕근 대표는 "대기업이 스스로 찾아오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고 전했다.
원주공장은 스마트공장 고도화 1단계 수준이다. 팩(용기)제조부터 충전, 완제품 검사까지 완벽히 자동화로 이뤄진다. 다양한 소비자 요구에 맞춰 소량부터 대용량까지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하다. 기계당 10~15개 품목을 생산할 수 있다. 컵과 패트 두가지 용기가 하나의 기계에서 충전이 가능한 설비도 구축했다.
특히 무균충전시스템을 도입했다. 용기에 식품을 담을 때 세균이나 미생물이 포함되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다. 원료의 맛과 향을 최대한 유지시키고 기존 제조방식보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20% 줄인다. 몇해전에는 아시아 최초로 무균포장이 가능한 설비도 갖췄다.
스마트공장 구축은 외부에 맡기지 않고 오 대표가 직접 설계했다. 생산과정을 꿰뚫고 있어야 제대로 만들 수 있어서다. 오 대표는 "스마트공장은 경영자가 알아야하고 직접 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개발도 끈질기고 뛰어나다. 기술연구소는 자연으로부터 얻어지는 천연재료를 이용해 건강기능성 신소재와 원료를 개발한다. 방부제나 보존제를 넣지 않고 무균처리만으로 1년간 유음료를 유통하는 능력을 확보했다. 단백질 함유 음료의 경우 원료 특성상 거품이 많이 발생해 불과 3년 전까지 함량이 최대 8%에 그쳤다. 기술연구소는 단백질 함량을 24%까지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런 차별화는 거래관계에서 대등한 협상이 가능케 했다. 오 대표는 "대기업과 OEM 계약할 때 일정량 영업이익을 보장하지 않으면 거래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갑' 같은 '을'이라며 웃었다.
◆출산직원 위해 어린이집 무료 운영 = 서울F&B의 복지체계는 직원들을 회사 주체로 자리잡게 한다. 회사는 '최고의 품질은 나로부터'라는 표어를 강조한다. 품질은 직원들에 의해 결정된다는 의미다.
회사가 특별한 복지체계와 우수한 근로여건을 갖춘 이유다. 오 대표는 "직원 개인의 만족도가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밑바탕이 되고 이는 회사 성과로 이어진다"고 자신했다.
대졸 신입직원 연봉이 3400만원 가량으로 중소·중견기업에서 최고 수준이다. 회사내 직원은 모두 정규직이다. 비정규직은 한명도 없다. 회사 내 카페와 식당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정규직이다. 회사 청소미화원들은 모두 촉탁사원이다. 작업위생복 세탁실 직원은 정년퇴직한 직원을 촉탁사원으로 계약해 담당하고 있다.
출산직원들을 위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0세부터 입학이 가능하다. 출산 후 경력단절로 인한 여성 직원들의 고민까지 세심하게 배려한 것이다. 운영비용은 전액 회사가 부담하고 원장과 교사 13명 모두 회사직원이다.
출산장려지원금의 경우 첫째는 80만원, 둘째는 530만원, 셋째는 1530만원, 넷째는 대학 등록금까지 지원한다. 셋째 이상은 매달 급여에 25만원 정도를 추가로 지원하고 있다. 다둥이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 동안, 노부모 부양은 75세부터 90세까지 매달 지원한다. 운동선수 자녀를 둔 직원들에게는 운동용품 구입비 명목으로 장학금도 지급하고 있다.
회사내부도 매우 세련됐다. 원주공장 로비는 고급카페와 도서관을 한데 모은 디자인으로 자연채광이 가능하다. 로비 중앙에 위치한 카페에서는 모든 음료를 무료로 제공한다.
오 대표는 "직원들이 고용불안 없이 일에만 열중하고 미래를 열어가는 기업환경을 만들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직원급여 대기업 90% 수준으로 = 서울F&B 성장은 오 대표의 일관성과 끈기의 결과다.
농촌에서 자란 그는 충남대 낙농학과를 졸업하고 파스퇴르 창업 일원으로 사회 첫발을 내딛었다. 10년 6개월 근무하다 회사부도로 백수가 됐다. 그는 "180명 구조조정 업무를 담당했다. 마지막 182번째로 나를 구조조정하고 회사를 떠났다"고 회상했다.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그곳에서 눈에 들어오는 건 유제품 뿐이었다. 유제품사업은 그에게 천직이었던 셈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유럽 현지공장에서 일을 하며 노하우를 익혔다. 귀국한 후 2005년 그는 당시 생소했던 '산양유'로 창업했다. 사람 모유와 가장 가깝다는 산양유는 웰빙바람을 타고 반응이 좋았다.
위기도 있었다. 유제품생산은 시설투자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다. 후발주자로 설비차별화에 박차를 가하던 때였다.
이때 이노비즈인증은 매우 유효했다. 기술혁신기업으로 인정받아 자금확보가 수월해졌다. 연구개발(R&D) 지원, 수출, 광고·홍보 등을 지원받았다. 이런 경험으로 지금도 이노비즈 인증을 적극 알리고 있다.
"직원급여를 대기업 90% 수준으로 올린 뒤 2025년 기업공개(IPO)도 계획 중이다. 직원들이 오랫동안 즐겁게 일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오덕근 대표의 꿈은 아직도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