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노동 공제회 1년

노사·기관 연대로 성장, 사회적 역할 높인다

2022-11-01 11:11:30 게재

자산형성·직업훈련·건강검진 지원 등 다양한 사업 전개 … 내년 1만명 회원 목표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1년 플랫폼 종사자 규모와 근무실태' 결과에 따르면 플랫폼을 매개로 노무를 제공하는 플랫폼 종사자는 전체 취업자(15~19세)의 8.5%인 220만명으로 추정된다. 2020년 한국노동연구원의 '플랫폼 노동 종사자 실태조사'에서는 전체 취업자의 7,6%인 179만명으로 나타났다. 두 조사결과를 비교하면 1년새 전체 취업자에서 플랫폼 종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0.9%p 늘었고 그 규모는 41만명 증가했다. 플랫폼 종사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출범 1주년│지난달 26일 서울 영등포 한국노총회관에서 (재)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출범 1주년 기념행사를 가졌다. 가사·돌봄유니온 조합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한국노동공제회 제공


4차산업혁명과 코로나19에 따라 디지털경제가 활성화되면서 플랫폼 노동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프리랜서 등 비정형 노동이 확대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장혜영 의원(정의당·비례)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인적용역 사업소득 원천징수 성별·연령별 현황(2016~2020년)'에 따르면 특고·프리랜서·플랫폼 노동 등 비임금(비정형) 노동자는 2016년 515만명에서 2020년 704만명으로 189만명 증가했다.

'30세 미만'(54만명)과 '60세 이상'(45만명)에서 크게 늘었다. 여성은 2016년 300만명에서 2020년 376만명으로 전체 비임금 노동자의 절반 이상에 달했다.

정부는 고용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고용보험을 확대하고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플랫폼·프리랜서 상호부조와 협동 = 비정형 노동자를 노동법 체계로 포섭하고 사회보험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원칙이지만 노동법 적용대상을 확장하는 입법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적용도 여러가지 현실적 장애들로 인해 늦춰질 수 있다. 게다가 비정형 노동자들의 분산적 노동 등으로 기존 노동조합 방식의 조직화에 어려움이 있다.

한국노총과 가사노동자협회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등이 2020년부터 논의를 시작해 지난해 10월 26일 발족한 비영리 재단법인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노동공제회)가 창립 1주년을 맞았다.

노동공제회는 배달라이더, 대리운전기사, 가사·돌봄 종사자, 온라인 콘텐츠 창작자 등 전통적 고용관계에서 벗어나 일을 하는 노동자들의 자조적 안전망 구축과 권익증진을 목표로 창립했다.

산재·고용보험의 가입범위 확대 등 사회안전망의 확충에도 불구하고 일반 노동자가 기업으로부터 제공받는 연금, 퇴직금, 유급병가 등의 지원을 당장 기대하기 어려운 비전형 노동자가 노동시장에 빠르게 확산됨에 따라 새로운 방식의 노동자 보호망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동만 노동공제회 초대 이사장은 "노동법과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 노동자들을 경제적으로 보호하고, 스스로 조직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설립됐다"고 밝혔다.

공제회가 처음 등장한 것은 18세기 말 영국이었다. 산업혁명 시기 유럽 노동자들은 하루 16시간 이상 일을 했다. 과로에 지친 노동자들은 술을 마시며 넋두리하다가 무슨 일이 있을 때 서로 돕기로 약속하고 매월 조금씩 돈을 모았다.

노동자공제회의 시작이다. 공제회는 노동자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운동으로 발전했고 노조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1920년 4월 조선노동공제회가 창립된 바 있다.

송명진 노동공제회 사무국장은 "노조가 기업과의 교섭을 통한 임금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에 주력한다면, 공제회는 당사자들의 상호부조와 협동을 통한 경제적 위험 대비, 노동환경 개선, 복지증진 등을 1차적으로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한국노총 조합원 6억2000만원 모금 = 한국노총은 조합원 모금운동을 통해 6억2000여만원을 노동공제회 초기 운영 재원으로 마련했다. 노동공제회는 올해 1월부터 회원을 모집하면서 자산형성·직업훈련·건강검진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각 사업재원은 금융산업과 공공부문의 노사단체들이 설립한 금융산업공익재단과 공공상생연대기금에서 지원했다.

노동공제회는 9월 말 기준으로 자산형성 지원사업에 570여명의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이 신청해 310명이 매칭지원금을 받았다. 직업훈련 지원사업에는 81명이, 건강검진은 69명이 참여했다.

송 사무국장은 "각 사업들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시간이 걸려 사업 참여 인원이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하반기 이후 사업체계가 안정화되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노동공제회 가입과 사업참여가 활성화되고 있다"며 "거리캠페인과 온라인 광고 등 다양한 홍보사업들이 진행되고 있어 내년에 더욱 많은 노동자들이 가입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해 11월부터 노동공제회가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과 함께 진행한 '심야 이동형 쉼터(셔틀차량) 시범사업'은 올 하반기 고용노동부 '플랫폼종사자 일터개선 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돼 대리운전자 등 심야 이동노동자들을 보다 안정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노동공제회는 안전보건공단 안전문화 확산 캠페인에도 참여해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 스스로 현장의 안전보건 문제의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현문현답' 캠페인, 배달라이더의 안전운행 캠페인, 가사·대리운전 노동자의 안전보건교육사업을 수행해왔다.

또한 수많은 플랫폼 종사자와 프리랜서들의 일상적 소통과 정보공유를 지원하기 위한 (가칭)'일하는 사람들의 정보&커뮤니티 플랫폼' 제작을 위한 앱 개발과 콘텐츠를 구축하고 있다.

◆공제회 출범 1년새 3000여명 회원 확보 = 노동공제회는 지난달 26일 서울 영등포 한국노총회관에서 출범 1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가사·돌봄 배달 대리운전 등 다양한 직종의 공제회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정식 고용부 장관, 김주영 국회의원, 한국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및 기업 임원들이 함께 1년의 노고를 격려했다.

김동만 노동공제회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공제회는 모든 플랫폼·특고·프리랜서 노동자로 가입범위를 확대해 짧은 기간동안 30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참여했다"며 "많은 조직과 기관의 응원과 연대의 힘으로 성장하며 사회적인 역할을 확대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업기반의 구축과 운영 안정화를 위해서는 수많은 과제를 해결해나가야 하는 만큼 노조와 기업들의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정식 장관은 "공제회가 더깊이 뿌리내리고 가지를 뻗어나가길 기원하며, 정부도 함께 고민하고 도울 일이 있다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기념식에서 공제회 초기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금융산업공익재단과 공제회 회원 전용 체크카드 상품을 출시한 우리카드에게 감사패를 전달했고 여러 노조와 기업들의 후원금 기부도 이뤄졌다.

송명진 노동공제회 사무국장은 "공제회는 내년에는 1만명 회원 가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회원들의 공제회 참여 시스템 간편화, 회원확대를 위한 대규모 홍보, 긴급대출·직종별 보험·오토바이 공동구매 등 각 직종 특성에 맞는 실효성 높은 사업의 개발, 재정구조 안정화를 위한 추가 운영비 확보 등은 당장 해결해야 하는 숙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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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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