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학과 경쟁률&합격선

특정 학과만 고집? 유사 학과를 보라

2022-11-02 11:11:38 게재

나영석 PD 행정학과, 박찬욱 감독 철학과 … 유사 학과 살펴보고 경쟁률과 합격선 챙겨야

교사들은 "대입 원서를 쓰기 위해 학생들과 상담하다 보면 3년간 A학과만 생각하고 그 학과만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고 아쉬워한다. 교사들이 우회 학과나 유사 학과를 추천해도 아예 들으려 하지도 않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에 개설된 학과들을 보면 비슷한 듯 다른 학과, 다른 듯 비슷한 학과들이 의외로 많다. 특정 학과에만 해당할 것 같던 진로 역량이 사실은 B학과, C학과에서도 가능한 경우가 많다.
진학 교사나 대학 관계자들은 "특정 학과만 고집하기보다 유사 학과로 시야를 넓히라"고 추천한다. 학과를 제대로 알수록 지원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아진다. 다른 듯 비슷한 유사 학과를 살펴보고 경쟁률과 합격선을 함께 들여다봤다.

 


대학들은 사회 변화나 수요에 발맞춰 첨단 학과나 세분된 여러 학과를 개설하지만 우리가 아는 학과는 경영학과 신문방송학과 기계공학과 전자공학과 등 전통적인 학과에 머물러있는 경우가 많다.

◆잘 아는 것 같지만 잘 알지 못하는 학과 = 전천석 삼선대학입시연구소 소장은 입시현장의 안타까운 상황을 이렇게 말한다.

"인문 계열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학과는 미디어학과,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다. 이 학과를 희망하는 이유를 물으면 대다수가 PD가 꿈이라고 한다. 미디어학과가 학생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PD를 양성하는 학과일까? 미디어학과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과 상담한 적이 있었다. 학생부를 보니 미디어보다는 사회복지나 인권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하자 학생은 전혀 몰랐다며 놀랐다. 학생들은 희망 학과를 정하면 모든 기록을 맹목적으로 맞추면서 더 이상 고민을 하지 않는다."

참고로 '삼시세끼' 나영석 PD는 행정학과, 박찬욱 영화감독은 철학과, '응답하라' 시리즈의 신원호 PD는 화학공학과 출신이다. 올해 2023학년 수시 전형 자연 계열 최고 인기 학과는 생명과학과였다. 약학이나 의학 계열의 합격선이 높다 보니 대안으로 생명과학 계열을 선택한 것이다. 문제는 생명과학과에서 조금 시야를 넓혀보자고 해도 학생들은 강하게 거부한다는 설명이다.

허준일 대구 경신고 교사의 설명이다.

"질병이나 의약 분야에 관심이 있는 학생에게 생명과학뿐 아니라 유전공학 관련 학과를 권했더니 '유전이라는 단어가 학생부에 전혀 없는데 어떻게 유전공학에서 필요한 역량을 드러낼 수 있느냐'며 펄쩍 뛰었다. 서류를 평가하는 대학 입장에서는 두 학과의 평가 요소가 크게 다르지 않을 텐데 학생들은 동일 계열이라도 각 전공에 필요한 역량이 큰 차이가 있다고 느낀다."

최근 경희대를 비롯한 6개 대학은 학생부 종합 전형 공통 평가 요소 및 항목 개선 연구 보고서와 새 학생부 종합 전형 공통 평가 요소 및 평가 항목을 발표하면서 전공 적합성을 진로 역량으로 변경했다.

전공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자신의 관심 분야나 흥미와 관련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해 노력한 경험 등을 폭넓게 평가하겠다는 얘기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진학하려는 전공이 정해지면 학생부의 교과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세특)을 비롯해 모든 기록이 그 전공에 치우쳐있었다. 과목명을 가리면 어떤 과목의 세특인지 모를 정도였다. 대학들은 교과 세특 기록시 진로에만 치우치지 말라는 것과 학과보다는 계열에서 필요한 역량을 갖췄는지를 평가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메시지를 계속 전달했다.

◆중상위권 합격 가능성 높이는 방법 = 그에 따라 학생들의 수행평가나 세특 기록도 역량 중심으로 바꿔가는 중이다.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수학·과학 교과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라면 과학 교과의 과목 선택에 따라 다르겠지만 생명과학과 진학을 염두에 두고 준비했어도 화학과 식물생명공학부 생명공학부 유전생명공학부 중 어디를 지원해도 대학 공부에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인문 계열 역시 국어·사회 성적이 우수하고 글쓰기 능력이나 비평 능력이 뛰어나다면 국어국문학과뿐 아니라 다른 어문 계열, 사회학과, 콘텐츠 관련 학과에서도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전공, 계열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을 충분히 갖췄기 때문이다.

김진석 경기 소명여고 교사의 조언이다.

"상위권 대학, 특히 종합 전형에서 유사 학과를 선택한다면 좋은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비슷한 조건이라면 아무래도 유불리가 생길 수 있다. 오히려 유사 학과를 지원해 합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성적대는 중상위권이다. 3~5등급 학생들이 유사 학과를 선택해 서울·수도권 대학이나 지역 거점 국립대에 합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종합 전형보다 학생부 교과 전형에서 유사 학과를 적극적으로 고민할 수 있다. 진학 후 복수 전공이나 다전공 제도도 있으므로 중위권 성적대의 학생들은 학과에 대해 유연하게 생각해야 한다."

허 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연구원의 조언이다.

"전공에 관해 관심을 갖다 보면 의외로 비슷한 점을 찾을 수 있다. 생명과학에 관심이 있다면 유전공학이나 식품공학, 응용생물학 등과의 연결고리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보통 대학이 비슷한 학과를 단과대학으로 구성하기 때문에 한 대학 안에서 유사 학과를 찾으면 된다."

참고로 건국대의 단과대학별 모집 단위를 살펴보자. 사회과학대학 안에 정치외교학과 경제학과 행정학과 국제무역학과 응용통계학과 융합인재학과 글로벌비즈니스학과가 있고 경영대학에 경영학과와 기술경영학과가 있다.

상허생명과학대학에는 생명과학특성화학과 동물자원과학과 식량자원과학과 축산식품생명공학과 식품유통공학과 환경보건학과 산림조경학과 등이 있어 관련성을 찾을 수 있다.

◆인문 계열, 역량 중심으로 학과 살펴야 = 정제원 서울 숭의여고 교사의 설명이다.

"학과 선택 폭을 넓히려면 관심 있는 학과의 교육과정이나 특성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비슷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과를 찾아야 한다. 또 교육과정 중 자신이 관심 있는 부분과 연결해 관련 분야를 확장해가야 한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실습보다는 사회학 관점에서 미디어에 접근하는데, 학생들이 생각하는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방송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에 가깝다. 사실상 미디어커뮤니케이션보다 영상학과에 가깝다."

사회학 관점에서 미디어에 접근하는 학과를 희망하는지,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학과를 원하는지에 따라 학과 선택은 전혀 달라진다.

정 교사는 "사극 작가가 되고 싶어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국어국문학과 문예창작학과 역사학과를 고민한다면 어떤 학과가 좋을까? 개인에 따라 선택은 다를 수 있지만 사극 작가를 생각한다면 역사학과에 진학해 역사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길 추천한다. 전문성을 갖췄을 때 해당 분야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덧붙였다.

자연 계열은 어떤 과학 과목을 공부했느냐에 따라 지원 학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물리학이 기본인 학과인지, 생명과학이나 화학이 기본인 학과인지에 따라 선택의 폭이 달라진다.

정 교사는 "자연 계열은 진로와 고교에서 선택한 과목 간의 매칭이 중요하다. 수능에서 선택할 2개 과목 중심으로 과학 과목을 선택하거나 특정 과목을 부담을 느껴 선택하지 않았다면 그만큼 지원할 수 있는 학과가 줄어든다.

물론 종합 전형이 아니라면 자유롭게 학과 지원이 가능하지만, 대학 수업을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아 지원을 주저하게 된다. 최근 생명과학과의 인기가 높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교 교육과정에서 특정 과목을 편식하기보다는 기본적인 과학 과목을 충실하게 이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수도권 대학 중 학과명에 '자동차'라는 단어가 들어간 곳은 가천대 미래자동차학과, 국민대 자동차공학과와 자동차IT융합학과, 서울과학기술대 기계·자동차공학과,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정도밖에 없다. 모집 인원도 많지 않다. 더 폭넓게 사고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유사 학과 찾는 법
보통 연관성이 있는 학과들은 같은 단과대학으로 분류돼 있다. 각 대학 사이트 외에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운영하는 대입 정보 포털 '어디가'와 커리어넷 워크넷 '메이저맵'을 활용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대입 정보 포털 '어디가'
'어디가'의 '대학/학과/전형' 카테고리에서 학과 정보를 누른다. 학과 관련 키워드를 직접 입력해도 되지만, 학과가 대계열(인문사회 계열, 자연과학 계열, 예체능 계열, 공학 계열, 의학 계열)과 중계열 소계열로 구분돼 있어 원하는 분야를 클릭하면 된다. 예를 들어 대계열에서 인문사회 계열을, 중계열에서 경영·경제를 선택했다면 소계열에서 경영학 경제학 경영정보학 금융·회계·세무학 무역·유통학 광고·홍보학 관광학 금융·보험학 등을 세분해 개설된 대학을 검색할 수 있다.

● 메이저맵
'메이저맵'에서는 학과 검색, 대학 검색, 직업 검색이 가능하다. 특정 대학의 학과가 궁금하다면 대학 검색에서 희망 대학을 검색하고, 대학 전공 중 관심 있는 학과에 마우스를 올리면 연관 학과를 검색할 수 있다. 인접 학과 간의 공통점을 찾아가면서 자신의 관심 분야에 맞는 학과를 구체화하거나 확장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출처 내일교육)

김기수 기자·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