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성 질환 관리법

알코올성 간질환·치매, 금주 외엔 답 없어

2022-11-04 11:08:24 게재

음주 후 '블랙아웃', 뇌 손상 의미 … 알코올성 치매 초기, 기억 못하고 폭력적으로 변해

사회생활을 하는 경우 일주일에 몇번을 맞이하게 되는 술. 우리 사회에서 음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알코올 섭취의 심각성은 '흡연'에 비해 크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알코올은 1급 발암물질이다. 비감염성 질환 등 건강을 악화시키는 주된 요인에 해당된다. 우리나라는 하루 평균 13.5명(연간 4928명)이 음주로 인해 사망하고 있으며(통계청 2022), 우리나라 사망과 장애의 주요 요인 중 음주가 3위를 차지한다.
알코올이 들어있는 모든 술은 간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술 마신 이후 일정 시점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 블랙아웃은 뇌가 손상당했음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술의 종류에 상관없이 음주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간이나 뇌에 손상을 입힐 가능성은 높아지며 금주 없이는 알코올성 질환을 다스릴 수 없다고 밝힌다.
알코올로 인한 간질환과 치매 발생에 대해 살펴보고 관리법을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알코올성 간질환과 치매를 앓고 있다면 금주가 필수다. 금주를 하면 알코올성 치매도 그 악화 속도를 더디게 할 수 있다. 알코성질환 정보를 정확히 알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3일 최광현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알코올성 간질환은 술의 종류와는 크게 관련이 없고, 술에 들어있는 알코올양이 중요하다. 따라서 알코올이 들어있는 모든 종류의 술이 위험하며, 알코올성 간질환은 알코올 섭취량과 비례하여 발생 위험이 높아지므로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용준 다사랑중앙병원 내과 원장은 3일 "알코올로 인해 손상된 뇌는 회복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알코올성 치매는 병의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고 짧은 기간에도 급격하게 악화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도 "적절한 시기에 금주와 더불어 치료와 지원이 이뤄진다면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고 말했다.

위험 음주량은 일반적으로 매일 남성 30g, 여성 20g 이상을 섭취하는 경우로 정의하고 있다. 일주일 기준으로 환산하면 19도 소주로 약 3.5병(여성 2.5병), 맥주 10.5캔(여성 7캔), 와인 3병(여성 2병) 정도로 볼 수 있다.

◆알코올성 간질환, 술 종류 상관없이 음주량에 영향 = 전 원장에 따르면 술을 자주 마시게 되면 손상된 간세포가 재생될 시간이 없고 체내의 영양 부족 상태를 초래해 간질환으로 진행한다.

장기간 과다한 음주로 인해 발생하는 간질환은 알코올성 지방간, 알코올성 간염, 간경변증이 있다. 관리를 하지 않으면 결국 간암까지 발생할 수 있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간세포에 지방이 축적된 상태이다. 쉽게 피로하거나 소화불량, 우상복부 불편감 또는 통증이 있을 수 있다. 간기능 검사나 초음파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되어 우연히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지방간은 술을 끊으면 정상으로 회복된다.

알코올성 간염은 지방간과 달리 간세포가 파괴되고 염증 반응을 동반한다. 발열 황달 복통 등 심한 간기능 장애를 초래한다. 알코올성 간염 환자의 약 40%가 알코올성 간경변증으로 진행한다. 심한 경우 간경변증이 없더라도 간부전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에 간이식을 받아야 할 경우도 생긴다.

간경변증이 없더라도 복수 정맥류 출혈 간성뇌증이 나타날 수 있다. 식사를 거른 채 계속 술을 마시는 사람이 발열이나 심한 복통을 호소하면 알코올성 간염뿐만 아니라 급성 췌장염과 같은 심각한 질환일 가능성이 있다. 진료를 받아야 한다.

지방간은 음주를 계속하면 약 20~30%에서는 알코올성 간염을 유발하고 지속되면 10% 정도에서 간경변증으로 진행한다. 보통 매일 80g 이상(소주 1∼1.5병 정도)의 알코올을 10~15년 이상 마시는 경우에는 간이 딱딱하게 굳고 그 기능을 소실하게 되는 간경변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알코올성치매환자는 단주를 하게 되면 인지력 저하 속도를 줄일 수 있다. 사진 다사랑중앙병원 제공

◆금주와 함께 충분한 영양 섭취 필요 = 대개의 경우 술을 끊으면 간기능이 회복될 수 있다. 특히 알코올에 의한 간손상의 초기 상태인 지방간은 술을 끊으면 정상으로 회복되므로 가능하면 빨리 끊는 것이 좋다.

특히 알코올 간경변과 심한 알코올 간질환 환자에서는 안전한 음주 범위가 없으므로 단주가 필요하다. 영양 부족 상태에서 술로 인한 간손상이 더 심해지므로 식사를 거르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개인의 의지로 금주가 어려운 경우에는 병원을 방문해 건강상태를 파악하고 정신건강학 치료를 받거나 알코올 치료 상담기관의 전문상담요원이나 금주동호회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간기능 검사에서 이상을 보일 때 병원에서 사용하는 간보호제들은 간세포의 손상을 막고 안정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으나, 음주를 계속하면 간은 계속 손상된다. 습관성 음주자의 경우 음주하는 동안 영양결핍으로 단백질과 비타민 등이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금주와 함께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도 치료에 중요하다.

◆알코올성 치매, 인지영역 손상 일으켜 = 전 원장에 따르면 알코올성 치매란 과도한 음주로 인해 기억력을 비롯해 광범위하고 다양한 인지 영역에 손상을 입으면서 기능 장애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데 문제가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술을 많이 마신 다음 날, 소위 '필름이 끊긴다'는 블랙아웃 현상은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아니더라도 과음 후에 종종 경험하곤 한다. 이것은 절대로 가볍게 여길 만한 일이 아니다. 블랙아웃을 반복해 경험한다는 것은 알코올에 의해 뇌 손상을 입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만약 블랙아웃이 자주,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면 영구적인 뇌 손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알코올성 치매가 진행되고 있을 수 있다.

알코올성 치매를 의심하는 가장 흔한 증상은 기억력 상태이다. 초반에는 새로운 정보를 이해하는 것이 어렵고 최근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양상을 보이다가 예전 일들이나 이미 알고 있던 지식을 떠올리는 것이 어려워진다. 처음에는 건망증 정도로 여겨질 정도지만, 병이 점차 진행되면 일상생활에도 문제가 생기게 된다.

또 다른 흔한 증상은 폭력적인 성격으로 변한다. 뇌의 앞부분에 있는 전두엽은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는 기관인데, 알코올에 쉽게 손상된다. 알코올성 치매가 노인성 치매와 달리 발병 초기부터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은 전두엽 손상이 있기 때문이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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