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으로 새 길 여는 중소·벤처기업ㅣ⑮ 프런트9

아파트에 호텔급서비스 제공 '정기구독플랫폼' 첫 발

2022-11-09 12:15:23 게재

대단지 아파트에 조식 등 신선식품 새벽배송

올해 연말 20개 단지 2만6000세대 공급 예상

"지역 상인과 공존하며 입주민 삶의 질 향상"

기업은 사람처럼 생로병사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닥친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야 지속가능성을 높인다. 한국경제는 미래를 예측하는 통찰력과 새로운 것에 과감히 도전하는 정신으로 무장된 기업인들이 있었기에 성장해 왔다. 내일신문은 (사)밥일꿈과 함께 기업가정신으로 새 길을 여는 중소·벤처기업 20곳을 발굴해 연재한다. 산업의 대전환 시기를 헤쳐 나가는 용기와 지혜를 얻기 위해서다.

컨시어지(concierge)서비스가 아파트로 옮겨가고 있다. 아파트 입주민들이 고급호텔 수준의 서비스를 누리게 됐다는 이야기다. 컨시어지서비스는 고급호텔에서 투숙객에게 제공하는 종합편의서비스를 뜻한다.

프런트9이 신선식품 정기구독서비스를 위해 인수한 매일식품관과 박문근 대표. 매일식품관은 80~100가지의 퓨전음식을 공급하고 있다. 사진 프런트9 제공


이미 입주민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아파트 케이터링'(식음료제공서비스) 시장은 상당히 확대됐다. 다양한 개인특성에 맞는 외식서비스를 제공하는 케이터링은 컨시어지서비스의 한 분야다. 아파트 조식시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아파트 케이터링에는 스타트업을 비롯해 신세계푸드 아워홈 등 대기업들도 뛰어 들었다. 건설사들도 컨시어지서비스 도입을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 컨시어지서비스 제공 여부가 고급아파트 척도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컨시어지서비스를 아파트에 접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2020년 7월 설립된 '프런트(FRONT)9'이다. 박문근(53) 프런트9 대표를 지난달 19일 서울 강동구 본사에서 만났다. 박 대표는 "프런트9은 아파트 오피스텔 등 공동주택 단지 입주민에게 신선식품을 비롯한 생활필수서비스를 집 앞까지 제공하는 '종합 컨시어지서비스플랫폼'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아파트에 9가지 서비스 제공 = 프런트9은 '아파트에서 누리는 당신만의 특권' 9가지를 서비스하겠다는 의미다. 9가지 서비스는 △신선식품 △컨시어지 심부름 △모빌리티 △건강관리(헬스케어) △와인 커피 디저트 △인테리어 △애완동물(펫) 보호 △밀키트, 쿠킹박스 △배송서비스(MICRO-MILE) 등이다. 서비스 제공을 위해 서비스별로 다양한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이중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한식조식(메인 요리+3찬팩 세트), 반찬 밀키트 샌드위치 샐러드 등 신선식품 정기구독서비스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주문하면 반찬가게 등에 전달돼 고객이 예약한 당일 새벽에 만들어 배송하는 방식이다. 주문과 결제 등은 프런트9이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뤄진다. 정기구독 고객은 매일 아침 새벽배송으로 당일 지은 식사를 전달받는 것이다.

박 대표는 "식품은 바로 만들어 배송하기 때문에 보관창고가 필요없어 물류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버리는 음식이 없다"며 구독서비스 장점을 설명했다.

신선식품의 안전한 공급을 위해 올해 초 서울 대치동에 있는 반찬가게 '매일식품관'을 인수했다. 지난 6월엔 송파구에서 27년간 반찬가게를 운영한 '몽촌반찬'도 인수했다. 매일식품관은 80~100가지의 퓨전음식을 공급하고 있다. 몽촌반찬의 반찬은 250여가지에 이른다. 매일식품관은 맛을 인정받아 현재 롯데백화점 동탄·미아·평촌점과 경기 광교 갤러리아 등에 입점했다.

◆집앞 배달은 입주민 배송원이 담당 = 프런트9은 서울과 경기지역 1000가구 이상의 대단지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다. 첫 고객은 서울 송파에 있는 1137가구의 위례호반베르디움이었다. 올 상반기까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아파트 단지는 8곳 1만3000세대다. 반포 리체, 반포 레미안 아이파크, 성북 롯데캐슬 등 서울은 물론 대구 신매하늘채 스카이뷰, 용인수지 롯데캐슬골드라인, 인천 송도 더샵 마리나베이, 파주 문정동 힐스테이트 등도 고객이다.

박 대표는 "올해 연말까지 20개 단지, 2만6000세대 가량이 프런트9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 대표가 대단지 아파트를 전문으로 하는 건 '구매력'과 '효율성' 때문이다. 프런트9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선 월 500만원 이상을 버는 고소득자의 75% 가량이 아파트에 산다. 신축이나 재건축 등을 통해 7~8년 전에 입주한 아파트들은 커뮤니티센터가 발달해 있고 입주민들을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인구가 집적된 대단지의 경우 새벽배송에 매우 효율적이다. 일명 '마이크로마일'(MICRO-MILE)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자체 배송망과 아파트 배송원이 연계되는 구조다. 자체 배송망은 아파트까지만 배달한다. 고객 집까지는 해당 아파트 배송원들이 담당한다. 아파트 배송원은 대부분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이다. 이 시스템은 기존 배달서비스보다 적은 배달료로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 서울에 있는 일부 아파트에서는 로봇업체와 제휴해 로봇배송 시범서비스도 하고 있다.

박 대표는 "배송원들은 새벽에 운동삼아 일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적정한 수입까지 있으니 운동하며 돈을 버는 셈이다. 특히 아파트 주민이라 실수가 없다"며 배송시스템의 장점을 설명했다.

프런트9은 지역 소상공인들과 상생하고 있다. 반찬 샐러드, 샌드위치 과일 등 일부 품목은 지역 소상공인을 공급사로 선정해 협업하고 있다.

프런트9은 최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입주민 건강관리식단플랫폼 개발에 착수했다. 지난 9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팁스'(TIPS)의 스포츠 분야에 선정되면서다.

해당 플랫폼은 아파트 내 공동체육시설에서 얻은 고객들의 건강상태와 운동량을 AI로 분석해 고객에게 필요한 맞춤형 건강식단을 배송해 주는 플랫폼이다.

◆4번째 창업도전 = 박 대표는 원래 식품과 무관하다. 프런트9은 그의 4번째 창업도전이다.

대학 졸업 후 일본 반도체회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온세통신과 하나로통신에서 상품기획 업무를 담당했다.

2000년 첫번째 창업을 했다. 삼성전자 에니콜의 프로그램 업그레이드(기능추가)를 주로 했다. 스마트폰 출시후 사업이 사양화 되면서 사업을 바꿨다. KT 부가서비스 개발업체가 두번째 창업이다. 한때 유행하던 'V컬러링'과 통신사 부가서비스 중 일부가 박 대표 작품이다.

공유주방을 활용한 배달대행플랫폼이 세번째 창업이다. 배달형 공유주방은 첫 시도였지만 배달시장이 확대되자 F&B시장으로 변화를 꾀했다. 이렇게 네번째 프런트9을 창업한 것이다. 사업설명회에서 1등에 당첨돼 받은 상금 1억원이 창업자금이었다.

그는 F&B 플랫폼기업들이 대거 등장했지만 직매장(오프라인) 기반 없이는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매일식품관과 몽촌반찬을 인수한 이유다.

"아파트 주변 상인들과 공존하면서 입주민 삶의 질을 높여주는 회사를 만드는 게 꿈이다."

프런트9 매출은 월 4억원 규모다. 창업 3년째 초보기업으로는 준수한 성적이다. 프런트9과 박 대표는 아파트 컨시어지서비스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자신감에 차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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