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특수목적대학

전문성으로 '앞선 출발' … 특수목적대학

2022-11-16 11:06:24 게재

특별법으로 설립해 특화된 분야 전문인력 양성 … 수시지원 횟수 제한과 관계없이 지원 가능해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특수목적대학은 말 그대로 '특수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대학이다. 특별한 설립 취지와 목적이 있는 만큼 학사 운영과 선발 방식, 교육과정 등이 일반대학과 다르게 운영된다. 연구 중심 대학으로 이공계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과학기술원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생각보다 다양한 분야의 특수목적대학들이 있다. 이들 대학은 각각 특화된 분야의 전문성에 초점을 맞춘 교육과정을 운영하기에 희망하는 분야에 앞서 진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등록금도 강점이다.
대학 교육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도록 한국전통문화대학과 국군간호사관학교, 한국폴리텍대학을 중심으로 특수목적대학에 대해 알아봤다.
관심 분야가 뚜렷했던 학생들은 물론, 공부에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다가 전문 기술을 배우면서 한층 성장한 학생들까지 3인 3색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그래픽 이미지투데이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특수목적대학 가운데 일반에 가장 잘 알려진 곳은 과학기술원이다. 광주과학기술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울산과학기술원 한국과학기술원과 2022학년도에 처음 신입생을 선발한 켄텍(KENTECH)이 있다.

이외에도 한국예술종합학교와 한국전통문화대학, 한국농수산대학을 비롯해 경찰대학과 육·해·공군사관학교, 국군간호사관학교 등이 특수목적대학에 해당한다. 2년제 학위 과정을 운영하는 한국폴리텍대학은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 인재양성을 위해 국민평생직업능력개발법을 근거로 설립됐다.

국군간호사관학교 나이팅게일 선서식


교육부 산하의 일반대학과 달리 과학기술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이공계 연구 중심 대학이며, 한국예술종합학교는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전통문화대학은 문화재청, 한국농수산대학은 농림축산식품부, 사관학교는 국방부, 경찰대학은 경찰청 산하 대학이다. 이들 대학은 수시 모집 6회 지원과 정시 모집 3회 지원제한에 해당하지 않는다. 한국폴리텍대학도 일반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학 합격, 등록에 관계없이 지원할 수 있다.

◆한국전통문화대학, 문화유산 사랑하는 '역사 덕후' = 일반대학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전공이 개설된 곳으로 충남 부여에 위치한 한국전통문화대학이 있다. 전통문화 전문인을 양성하기 위해 설립된 4년제 국립대학으로 기술과학대학과 문화유산대학 총 2개 단과대학을 운영하며 저렴한 등록금도 강점이다.

기술과학대학에는 전통 건축과 현대 건축을 함께 배우는 전통건축학과, 전통 조경 전문가를 양성하는 전통조경학과, 과학 기술과 문화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문화재 분석과 복원 전문가를 양성하는 문화재보존과학과가 설치되어 있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유물 보존처리 과정


문화유산대학에는 전통미술공예학과, 무형유산학과를 비롯해 문화재 보존과 활용에 필요한 행정, 정책, 기획 능력 등을 익히는 문화재관리학과, 유적을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보존·활용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융합고고학과가 있다.

2023학년 기준 수시 모집과 정시 모집으로 161명을 선발했다. '우선 선발'은 1단계 입학고사를 통과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2단계에서 1단계 성적과 심층 면접을 합산해 선발한다. 입학고사는 국어 영어 수학 한국사에서 출제된다. 수시 모집은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서류 평가와 학생부 성적, 심층 면접으로 선발하는 '전통문화 인재 전형'과 학생부 교과 전형으로 학생부 성적과 심층 면접으로 선발하는 '교과 우수자 전형'이 있다. 이외에 특기자 전형과 실기 우수자 전형으로도 선발한다.

김채린 한국전통문화대 문화재보존과학과 3학년생은 드라마에서 문화재 보존을 직업으로 하는 극 중 배우가 바다에서 건져 올린 항아리를 보존하는 장면을 보고 '멋있다'고 느낀 게 지원 계기가 됐다.

김채린 학생은 "'난 문화재가 좋아'라는 생각보다 '난 이 유물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지금 상태가 어떻고, 이를 통해 뭘 알고 싶다'와 같이 좀 더 구체적인 의지가 있는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다"며 "분석 보존처리 예방을 실습을 통해 배울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지 결정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국군간호사관학교, 국비 지원에 남학생도 선발 = 간호장교를 양성하는 국군간호사관학교는 대전에 위치한 4년제 국립대학이다. 간호사관 생도는 장교로서 기본 군사 능력과 리더십, 군 간호 실무능력을 갖추며 전문 간호사로서 지식을 배운다. 모집 정원은 여학생 90%, 남학생 10%다.

교육과정은 간호 전문 교육을 받는 전공 과정, 리더십과 장교로서 기본 소양을 갖추기 위한 교양 과정으로 구성되며, 사관학교 중 유일하게 교직 과정(보건교사 2급 자격 취득)이 개설됐다.

간호사관학교 생도들은 방학을 이용해 외부 교육기관에서 각개전투, 화생방, 분소대 전투기술, 항공간호훈련, 야전간호훈련 등을 받는다. 이를 통해 군대라는 특수환경에 맞는 간호 실무를 익히며 군사 지식과 지도력을 키운다. 4년 동안 교육과 숙식 등 일체 비용을 국비로 지원하며 매월 소정의 품위유지비가 지급된다.

2023학년 기준 일반 전형으로 84명을 모집했다. 42명을 선발하는 '고교 학교장 추천전형'은 국어 영어 수학으로 치르는 1차 시험 점수와 신체검사 면접 체력검정 학생부를 합산해 뽑는다. '일반 우선 전형'은 8명을 선발하며 1차시험 점수 배점이 더 높고 신체검사와 면접, 체력검정, 학생부 성적을 합산해 선발한다. 34명을 모집하는 '종합 선발' 전형은 1000점 만점 중 수능 점수가 700점으로 가장 높고 신체검사와 면접, 체력검정을 치러 선발한다.

오찬실 국군간호사관학교 3학년생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어머니를 보며 어릴 때부터 '병원에서 일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꿨다. 군 자녀를 위한 기숙형 일반고인 경기 한민고에 진학하면서 나라에 기여할 수 있는 직업으로 진로를 구체화하게 됐다.

오찬실 학생은 "군인이 되고 싶지만 병원에서 근무하는 데도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추천하고 싶다"며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고 생도생활의 전반적인 특징이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폴리텍대학 인천캠퍼스 체험학습 방문 현장

◆한국폴리텍대학, 전문 기술 활용한 취업에 무게 둔다면 = 전문 기술을 배우고 싶은 고등학생들이 눈여겨볼 만한 곳으로 한국폴리텍대학이 있다.

2년제 학위 과정으로 운영되며, 전국 35개 캠퍼스에 다양한 전공이 개설되어 있다. 기계 산업설비 표면처리 등 뿌리기술 분야부터 핀테크 빅데이터 미래차 사물인터넷 등 신기술 분야를 비롯해 반도체와 항공정비, 로봇캠퍼스 등으로 특화했다.

폴리텍대학이 내세우는 강점은 높은 취업률과 경제적인 등록금이다. 대학정보공시 기준 2년제 학위과정의 최근 5년간 평균 취업률은 80.6%이며 취업자와 기업의 만족도를 가늠할 수 있는 취업 유지율은 89.4 %를 보이고 있다.

비결은 산업 현장에서 바로 쓰일 수 있는 실무 중심 교육과정이다. 실습수업 70%, 이론 수업 30%로 실습 비중이 높고 기획과 설계, 가공, 시제품 제작에 이르는 전 공정통합 실습이 가능한 '러닝팩토리'(융합실습지원센터)를 전국 캠퍼스에 열어 산업 현장과 동일한 실습 환경을 제공한다. 등록금도 학기당 130만원 내외로 저렴하다.

수시 1차와 2차, 정시 모집 총 3회 모집을 실시하며 학생부 성적과 면접으로 선발한다. 면접은 지원자의 인성과 대학 및 학과에 대한 관심, 취업의 적극성 등을 판단하는 정도로 어렵지 않은 범위 내에서 구술 면접으로 진행된다. 전국의 폴리텍대학 간 복수 지원이 가능하지만 권역별로 1개 캠퍼스만 지원할 수 있다.

김보성 한국폴리텍대학 인천캠퍼스 스마트금형과 2학년생은 "고등학교 시절 공부에 큰 흥미가 없었고 삶의 목표도 뚜렷하지 않아 대학에 갈 생각도 별로 없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졸업을 앞두고 있는 김보성 학생은 '전국학생금형3차원캐드기술경진대회'에서 산업통상부장관상을 받았고 금형 전문기업 삼우코리아 취업에도 성공했다.

김보성 학생은 "고등학교 때 공부에 손을 놓고 있었더라도 대학에서 다시 마음을 다잡고 기술을 배우고 싶은 열망이 생겼다면 우리 학교를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기수 기자·정애선 내일교육 기자 as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