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K-농업, 이제는 지식재산에 주목할 때

2022-11-16 10:43:11 게재
안호근 한국농업기술진흥원장

올 상반기 우리나라 지식재산권 무역수지 흑자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BTS 블랙핑크 등 대표 한류가수들의 'K-콘텐츠' 수출이 호조를 보인 가운데 대기업의 지식재산 수출이 늘어난 덕분이다.

지식재산권(IPRs, Intellectual Property Rights)은 지식재산을 권리로 만든 특허 실용실안 상표 디자인 같은 산업재산권과 저작권을 포함해 일컫는 말이다. 지식재산권은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발명특허를 출원해야 하는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 동시에 출원해야만 권리를 완벽하게 보호받을 수 있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전체 국제특허 출원은 2020년 최초로 2만건을 넘어 독일을 제치고 세계 4위를 기록했다. 2010년 이후 세계 각국의 국제특허 출원건수는 지속적으로 늘어 중국(6만9000건), 미국(5만9000건), 일본(5만1000건) 순으로 나타났다. 지식재산권 확보를 위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다.

특히 일본에서는 지난해 종묘법을 개정해 과일과 채소의 지식재산권 보호 규정을 강화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국내에서 큰 인기가 있는 샤인머스캣 포도가 법 개정에 영향을 미쳤다. 이 포도는 일본에서 1988년 개발해 2006년 품종이 등록되었다. 국내에는 2006년 종자가 들어왔고, 한국산 샤인머스캣은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유통되어 중국 베트남 홍콩 등에 수출되고 있다. 일본은 샤인머스캣을 개발하고도 해외 품종 출원 등록기한인 2012년을 넘겨 한국에서 로열티 징수 권리를 잃었다.

국제특허 출원, 독일 넘어 세계 4위

K-콘텐츠와 샤인머스캣 사례 같이 지식재산권은 권리를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 엄청난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 경쟁력을 제도적으로 보장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지식재산은 시장에서 경쟁할 때 필요한 보험이 된다. 식량안보와 연관된 농업 분야 지식재산은 더욱 중요하다. 지식재산권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산업화의 핵심이다.

최근 농업은 스마트 농업으로 노동의 한계를 극복하는 과학기술 중심의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인공지능 로봇 드론 등의 활용이 대표적이다. "안되면 농사나 짓지"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첨단 기술농업 시대 지식재산의 대표적 사례로 파프리카를 들 수 있다. 파프리카 종자는 금보다 비싼 고부가가치 농산물로 알려졌다. 우리는 매년 파프리카 수출을 확대하고 있지만 동시에 막대한 로열티를 네덜란드에 지불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네덜란드와 미국의 지식재산 사용료 수입은 각각 한국의 5배, 15배에 달한다. 이러한 간극은 투자부족 때문만이 아니다. 2022년 우리나라 정부 R&D 예산은 29조8000억원이다. GDP 대비 정부 R&D 투자 규모로는 세계 1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이 보유한 지식재산을 해외 기업으로 이전(수출)한 사례는 전체 기술이전의 0.5%에 불과하다. 이제는 지식재산을 해외에 이전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기술강국으로 거듭나야 한다.

지식재산 해외이전으로 새 활로 모색

샤인머스캣은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개발국인 일본은 적기에 지식재산권 해외출원을 못하면서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격이 됐다. 일본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해외 지식재산권 출원·이전에 더 큰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