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이웃과 공유 '강톡(강남+대화)' 호응도 톡톡
2022-11-16 12:25:40 게재
강남구 주민들 열린대학에서 강연
기획·발표·촬영까지 전문가 도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1인 사업장을 운영하는 유소영(30)씨.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그가 연단에 선다. 낯선 곳을 찾아가 제품을 소개하고 거절당해도 옆집으로 향했던 자신의 경험을 또래들과 공유하기 위해서다. 강남구가 그를 위한 무대를 마련한다. 강남열린대학 주민연사 강연회 '강톡'이다. 그는 "깡이 필요하다"며 거절에 너무 마음 쓰지 말고 '내가 누울 자리 하나는 있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16일 강남구에 따르면 강남과 대화를 합성한 '강톡'이 참가자들은 물론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호응을 얻고 있다. 주민 누구나 강연자로 나서 15분간 이웃과 나누고 싶은 자신만의 경험담이나 지식 등을 들려주는 프로그램이다.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기획하는 단계부터 강연 영상 게시까지 구에서 지원한다. 스피치와 사전 연습, 현장 강연과 강연자별 영상 제작 전 과정을 전문가가 돕는다.
구 관계자는 "최근 개인 매체를 통해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전문화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어떻게 가공해야 할지 어렵게 생각해 쉽사리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도전'을 주제로 30·40대 주민 4명이 강톡 문을 열었고 '균형' '길잡이' '행복'을 이야기한 4회차까지 총 16명이 참여했다. '강남 청년의 중국 창업 이야기' '정보 홍수시대와 정보 다이어트' '교사의 시선' '텃밭농사를 가르치는 교수' 등 강연이 선보였다.
올해는 지난 8월부터 이달 말까지 16명이 주민연사로 등단한다. '알아두면 쓸모있는 강톡연사사전'을 시작으로 '궁금해? 엠지(MZ)세대가 살아가는 법' '어른에게 듣다, 배우다'에 이어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를 주제로 한 강연이 한창 준비 중이다. 30~70대 연사 5명이 오는 30일 현장 촬영을 앞두고 있다.
주민들은 강연은 물론 준비 과정에서도 의미를 찾는다. 기획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소영씨 역시 "원고를 쓰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며 "일기와 다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웃과 보다 가까워지는 계기도 된다. 김승호(64·개포동)씨가 대표적이다. 그는 '아파트 풍수 이야기'를 주제로 택해 집과 생활 풍수의 상관관계를 공유, 이웃들에 얼굴을 알릴 정도가 됐다.
그는 "자극적인 여타 사회관계망과 달리 주민들이 사는 이야기를 나눈다"며 "강톡을 준비하며 평생학습센터를 오가는 과정에서 좋은 강좌를 발견해 듣고 수강생들과 친목을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는 주민들 호응에 힘입어 강연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가 될 수 있을 정도로 강톡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야기를 구성하는 기획력을 키우는 사전 자문, 방청객 몰입도를 높이는 스피치 교육 등이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강톡은 평범한 이웃들의 특별한 이야기라 더 친근감 있고 진정성 있다"며 "사전 컨설팅과 스피치 교육을 강화해 개인의 경험을 전문적인 콘텐츠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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