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이주아동, 의료보험 가입 못해 ‘건강 빨간불’

2022-11-30 14:12:00 게재

김미선 희망의친구들 상임이사

#. “유아기에 지속적인 병원 진료가 필요한데, 건강보험 가입돼 있지 않아 1회 진료마다 15만~20만원의 비용을 지불하여야 했다.”

#. “아이가 3살 때 폐렴에 걸려 병원에서 1주일 진료를 받았다. 이때 진료비로 160만원을 지불했다.”

한국에서 태어나거나 부모와 함께 입국해 장기간 체류하며 성장하고 있는 이주배경 아동·청소년들이 겪은 의료사례들이다. 현행 건강보험제도상 미등록 이주아동은 체류자격으로 인해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등록 이주배경 아동·청소년들도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해 건강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미선 희망의친구들 상임이사는 29일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주최로 열린 ‘사각지대 이주배경 청소년 현황과 지원방안’ 온라인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올해 4월 통계청이 발표한‘2021년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내·외국인 인구전망’에 따르면 20020년과 2040년의 인구구성비에서 15~64세 생산연령인구와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내·외국인 모두 줄어든다. 0~14세 유소년인구 비중은 내국인은 감소하는 반면 외국인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이주배경 인구 중 학령인구(6~21세)는 2020년 30만명에서 2040년 47만명으로 향후 20년간 1.6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상임이사는 “이제는 이주배경아동·청소년을 배제한 채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논의할 수 없다”면서 “그만큼 포용과 상생이 우리의 핵심과제가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아동기는 신체 지능 언어 사회 정서 등 모든 면에서 급속한 발달해 일생의 기초를 형성하는 시기이므로 아동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돕는 것은 가정과 사회 국가의 책무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모든 나라는 아동의 생존 보호 발달 참여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미등록 이주배경아동은 태어나면서부터 기본적인 서비스에서 제외됐다. 특히 건강서비스와 관련해서는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가 없어서 높은 의료비 부담은 치료를 포기하거나 조기 종결은 물곤 강제퇴거의 두려움으로 적극적인 의료 개입을 꺼리게 만든다.

김 상임이사는 “미등록 이주아동은 조산아 출생과 신생아 중증질환에 최근에는 국제수가까지 더해 건강보험 수가의 3~4배, 많게는 5배에 달하는 의료비 부담하고 있다”며 “실제 신생아 선천성 심장질환으로 대학병원에서 수술받은 아기의 수술비로 1억6000여만원이 나온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2021년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에서 ‘지난 1년간 경제적 어려움 경험 여부 및 유형’을 묻는 질문에 외국인 37.8%, 귀화허가자 32.4%가 “병원비가 부담돼 진료를 받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보건소가 코로나 대응 의료체계로 전환하면서 일상적인 기초건강 관리 및 예방접종 사업을 중단함에 따라 미등록 이주아동의 예방접종은 모두 이주민 본인이 부담해야 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미등록 이주배경아동들은 보건소에서 임시관리번호를 부여받고 17종의 필수예방접종을 무료로 받을 수 있었다.

김 상임이사는 “모든 아동에 대한 필수예방접종 사업은 원래의 취지에 맞게 미등록 이주아동에 대한 예방접종 기관을 보건소 외에 의료기관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나아가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을 통해 미등록 이주아동도 체류자격에 관계없이 건강보험 가입을 통한 건강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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