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누구든 홀로 두지 않겠습니다

2022-12-07 10:52:28 게재
오언석 서울시 도봉구청장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나는 이 말이 달리 해석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봉구에선 지난 10월, 70여년을 무호적자(無戶籍者)로 살아오다 주민등록을 취득한 장씨 할머니의 사연이 화제가 됐다. 할머니가 무호적자라는 게 알려진 건 재난지원금 신청을 도우려는 이웃에서 비롯됐고, 방학2동 복지공무원들의 도움으로 장씨 할머니는 비로소 주민등록증을 취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늦었지만 '함께'였기에 '빨리' 이뤄질 수 있었던 일이었다.

도봉구가 올 11월 발표한 '도봉형 약자와의 동행' 계획도 이 같은 발상과 맥을 같이한다. 누구든 홀로 두지 않겠다는 말이다. 배고픈 아동에게는 아동식당을, 전문 케어가 필요한 치매환자에게는 치매 파트너를, 공과금을 못내는 가구에는 공과금을 소액 대출해 주어 구청이라는 관공서가 '늘 곁에 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목표다.

다만 사회적 약자의 정의가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실제 복지정책의 현장에서는 이런 사례들 말고도 더욱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 약자, 복지의 사각(死角)이 발생하곤 한다.

소외된 이웃 돕는 '도봉형 약자와의 동행'

'도봉형 약자와의 동행' 계획은 이러한 외연의 확장을 최대한 품고자 노력했다. 복지 정책을 씨실과 날실 삼아 빈 데 없이 촘촘히 얽히도록 한 것이다. 이 계획의 기치(旗幟) 역시 "누구도 소외받지 않는 빈틈 없는 도봉"이다.

그 대상 또한 기존의 아동 어르신 장애인 여성 등의 취약계층에서, 청년과 1인가구 반려동물 기후약자 디지털약자 등으로까지 넓혔다. 청년에게는 공공기관이 나서서 '인턴 기간'과 '창업 공간'을 보장해주고, 기후약자인 반지하 가구에는 재난 시 비상탈출이 쉽도록 '개폐형 방범창'을 설치 지원한다. 반려동물에게는 '찾아가는 진료'를, 디지털약자에게는 '키오스크 교육'을 제공한다.

1인가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청년 1인가구를 위해서는 부동산 전문가가 계약까지 동행하는 '전월세 안심계약 도움서비스'를, 중장년 남성 1인가구를 위해서는 연령별 건강 조리법을 알려주는 '따로 또같이 식도락'을 진행한다. 어르신 1인가구가 병원에 갈 경우 병원까지 동행해주는 '맞춤형 돌봄서비스'도 인기다.

계획을 세웠으니 이제 적극적으로 뛰어들 차례다. 도봉구는 내년부터 '약자와의 동행 전담 TF'를 신설해 이 계획을 내실 있고 속도감 있게 추진하려 한다. 물론 구청과 동주민센터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주민과 유관 돌봄기관, 병의원 등의 민관학 협업에 기반한 '그물망 도봉복지 협력단' 등의 협력체계도 탄탄히 꾸릴 생각이다.

올겨울 김장철을 맞아 도봉구에서도 김치 나눔이 한창이다. 구청장이 되고 보니 김치 나눔 봉사에 참 많은 분들이 애써주고 계시는구나를 새삼 깨닫는다.

'빨리'도 '멀리'도 함께 가는 행정

'도봉형 약자와의 동행'도 이 같은 마음을 담았다. 혼자서는 못 갈 것 같은 거리도, 혼자서는 못 해낼 것 같은 시간도, 함께 할 때 가능한 것처럼 말이다. 이번 계획이 주민과 주민을 연결하고 정책 간, 기관 간 발을 맞추게 하는 '도봉구 아름다운 동행'의 안내서가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끝에서야 다시 적는다. "빨리 가고 싶어도 '함께' 가고, 멀리 가고 싶어도 '함께'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