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난 아마존, 로봇자동화 거의 갖춰

2022-12-12 11:04:52 게재

수백만개 상품 식별·정리 가능한 '스패로우'가 정점 … 아마존 "앞으로도 노동자와 일할 것"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BBW) 최신호에 따르면 올해 초 아마존은 미국 내 고등학교와 푸드뱅크, 노숙자 보호센터에 구인광고 전단지를 붙였다.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신입으로 일할 사람을 찾기 위해서였다. 채용팀은 네바다주에서 열린 구인구직 박람회에서 유망해 보이는 구직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초봉으로 시간당 18.25달러를 지급한다는 말에 그 구직자는 "그 돈으로는 월세도 낼 수 없다"며 뒤돌아섰다고 한다.

아마존은 시급제 노동자를 대규모 고용한다. 오래 전부터 풀필먼트센터(원스톱 물류센터)에서 일할 노동자가 많이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신속하고 안전한 배송으로 회사를 키운 아마존으로선 존폐의 문제다. 아마존 물류창고는 부분적으로 자동화됐지만, 여전히 기계와 협력하는 수십만명의 인간 노동자들에 의존한다.


노동력 부족에 대처하는 한가지 해법은 더 많은 로봇을 배치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수년 동안 공학자들은 인간의 손재주를 닮은 로봇을 만드는 데 고전했다. 아마존이 노란색 로봇팔을 특징으로 하는 고도의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드디어 그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보인다. 아마존은 수백만종류의 제품을 부수거나 떨어뜨리는 일 없이 단단히 집을 수 있다고 말한다. 새로운 로봇팔의 이름은 '스패로우'다.

아마존은 스패로우가 물류창고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하지만 특허출원과 아마존의 블로그 게시글, CEO 발언 등을 종합하면 아마존의 야심을 엿볼 수 있다. 스패로우는 개별상품을 꺼내고 집어넣으며, 포장된 박스를 카트에 올린 뒤 배송을 준비하는 트럭으로 옮긴다. 이런 작업은 대개 인간이 하던 일이다.

그 기술은 여전히 초기단계다. 완전히 배치하는 데엔 수년이 걸릴 전망이다. 하지만 그같은 자동화 시스템이 아마존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은 확실하다. 아마존은 월마트에 이어 미국 2대 고용기업이다. 미국 수많은 도시의 최대 고용기업이다.

아마존은 미국 주요 도시 인근의 산업용 부지를 지속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스패로우를 정점으로 하는 자동화된 풀필먼트센터가 구축될 전망이다. BBW는 "아마존의 자동화 계획이 실현된다고 가정하면, 물류창고에 배치될 인력들은 대개 기술자로 구성된 전문팀이 될 것"이라며 "아마존은 자동화가 수만명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비판에 민감하다"고 전했다.

아마존은 자동화 덕분에 노동자들이 보다 재미있는 일을 맡을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는다. 아마존 자비에르 반 차우 대변인은 "우리가 로봇을 도입한 지 10년 동안 수십만개의 새로운 일자리, 자동화 기술을 가능케 한 700개의 새로운 직업군을 창출했다"며 "전세계 아마존 노동자들은 로봇과 함께 일하고 있으며 미래에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은 지난달 스패로우를 공개했다. 스패로우 팔 끝엔 7개의 고무가 부착됐다. 진공 흡입장치는 쥐는 대상의 크기와 모양 재질 등 특성에 따라 커지거나 작아진다. 상자에 담긴 물체를 인식하는 능력이 핵심기술이다. 아마존은 수백만개 상품을 인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구축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고 했다. 스패로우 개발을 이끈 로봇전문가 제이슨 메신저는 "이는 수년 간 땀흘린 혁신의 결실"이라고 말했다.

시연과정에서 스패로우는 크리켓 장난감과 DVD, 낚시 지도세트 등 물건을 하나씩 집어 다른 상자에 담았다. 실수없이 임무를 처리했다. 스패로우 팔 자체는 일본의 화낙이 만들었다. 아마존 엔지니어들은 팔끝에 부착하는 도구와 컴퓨터 시각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로봇팔과 통합했다. 아마존이 취급하는 수백만개 상품 중 65%를 처리할 수 있다고 한다.

로봇·물류기술팀을 이끌고 있는 아마존 부사장 조 퀸리반은 "스패로우는 거대한 도약"이라고 말했다. 퀸리반은 2012년 아마존에 합류했다. 아마존이 물류자동화 기업 '키바시스템스'를 인수하면서다. 보스턴 로봇 클러스터에 속한 기업이다.

아마존에게 키바는 매우 중요했다. 키바를 인수하기 전 아마존 물류창고는 책이 빽빽하게 꽂힌 도서관과 비슷했다. 노동자들은 인쇄물을 들고 발로 뛰며 주문을 처리했다. 고객이 주문한 책이나 CD를 찾기 위해 좁은 창고통로를 분주히 돌아다녔다. 하루 평균 이동거리는 수킬로미터에 달했다.

키바의 자율주행 로봇이 이 과정을 바꿨다. 로봇은 이동식 운반대에 담긴 상품을 노동자에게 가져다준다. 기존의 통로를 없애면서 보관공간을 40% 이상 늘릴 수 있었다. 단위당 변동원가(상품 선적량 대비 노동시간)를 약 1/3 절감했다. 스패로우 덕분에 절감될 비용은 더 커질 전망이다.

아마존의 자동화 작업은 2016년 본격화됐다. 2021년 아마존 노동자들이 10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내부보고서가 나오면서다. 당시 아마존 로봇·자동화팀은 '고도로 자동화'된 풀필먼트센터, '완전히 자동화'된 풀필먼트센터 2가지 임무를 부여받았다. 완전 자동화는 물류업계에서 '어둠의 창고'(dark warehouse)로 불렸다. 결국 실질적 목표라기보다 생각의 실험으로 막을 내렸다.

컴퓨터시각과 로봇팔의 기술 진전은 고도로 자동화된 물류창고를 가능케 했다. 하지만 해결 못한 장애물이 있었다. 아마존 풀필먼트센터의 선반엔 수백만개 상품이 빽빽하게 보관돼 있다. 노동자라면 선반 사이 간격을 인식하고 공간을 헤집어 쉽사리 상품을 집어넣을 수 있다. 하지만 로봇에겐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아마존은 올해 6월 해법을 찾았다고 밝혔다. '컨테이너식 스토리지 시스템'이다. 규격화된 컨테이너에 상품을 담아 선반에 보관하는 방식이다. 로봇 카메라가 상품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고 로봇팔이 상품을 쉽사리 집어넣고 꺼낼 수 있게 됐다. 이 시스템은 지난달부터 시범가동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스패로우에 앞서 개발한 '프로테우스'와 '카디널', '크산투스'라는 로봇과 함께 구성된다. 프로테우스는 자율이동로봇으로 사람과 한 공간에서 있으면서도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는 카트 운반용 자율 로봇이다. 카디널은 패키지 더미에서 상품을 선택하고 들어올리고 라벨을 읽은 후, 이를 기반으로 제품 운반용 카트에 정확하게 패키지를 담아 발송작업을 한다. 크산투스는 키바 로봇 2세대인 헤라클레스의 경량화 모델로 재고물품을 분류하고 옮기는 역할을 한다. BBW는 "아마존은 스패로우를 발표하면서 물류자동화를 위한 요소를 거의 다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퀸리반 부사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구축되고 있는 풀필먼트센터는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노동자를 구하기 어려운 기존 물류창고의 경우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하는 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은 "스패로우 로봇은 초기단계다. 얼마나 많은 스패로우를 물류창고에 도입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스패로우는 현재 댈러스 지역의 한 공장에서 시험중이다. 창고선반에 상품을 빈틈없이 적재하는 일을 돕고 있다고 한다. 설계를 주도한 메신저는 "가끔 상품을 느슨하게 집거나 허술하게 포장된 상품을 인식하는 데 고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뭐니뭐니 해도 아마존의 가장 큰 걱정은 '로봇자동화가 노동자를 죽인다'는 외부의 시각이다. 아마존 수석 로봇 기술자인 타이 브래디는 "사람과 함께 일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성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마존은 언제나 인간 노동자와 함께 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퀸리반 부사장도 '아마존이 노동자를 덜 고용하는 시점에 다다른 게 아니냐'는 BBW 질문에 "점차 늘어나는 로봇 군단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일을 돕는 노동자들을 어떻게 구할지가 더 걱정"이라며 "그같은 일자리를 채우기 위해 노동자를 훈련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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