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망월묘역 성역화사업 추진 논란
2022-12-14 11:27:43 게재
단체·유족들 "의견수렴 없이 강행"
시의회, 예산삭감 … 시 "보완할 것"
14일 광주시의회 등에 따르면 광주시는 민선 8기 들어 망월묘역 성역화사업을 일사천리로 추진하고 있다. 망월묘역은 1980년 5.18 희생자들이 묻혔던 곳이다. 희생자들이 1997년 국립 5.18민주묘역으로 이장하면서 희생자 가묘와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던 인사 58명이 이곳에 안장됐다. 해마다 참배객 수천명이 찾고 있지만 5.18민주묘역에 비해 너무 초라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강기정 광주시장 지시로 성역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광주시 성역화사업 추진계획에 따르면 사업비 98억원을 들여 5.18 당시 묘역을 원형 보존한다. 또 관리사무소와 꽃집 등을 모두 철거하고, 주차장 일부를 공원으로 확장한다. 이와 함께 5.18민주묘역과 망월묘역을 지하보도로 연결하고, 방문자센터 등을 신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내년 예산에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비 등으로 3억9000만원을 책정했다.
하지만 시는 1980년 이후 42년만에 성역화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면서 5.18단체나 민주인사 유족 등의 의견수렴 등을 전혀 거치지 않았다. 망월묘역은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던 학생과 노동자, 농민 등이 묻혀있어 관련 단체 의견수렴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절차가 미흡할 경우 관련 단체들의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시는 빠른 추진을 이유로 사업 추진을 강행했다는 입장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논의를 거치다 보면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면서 "이런 점 때문에 시의회에서 졸속 추진이라는 지적을 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5.18 당시 묘역을 원형 보존한다는 계획에 대해 너무 추상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광주시의회는 이런 지적에 따라 관련 예산을 모두 삭감했다. 정다은 광주시의원은 "42년 만에 망월묘역을 성역화하는데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되냐"면서 "사업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예산을 모두 삭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성역화사업을 추진하면서 관련 단체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망월묘역 추모관(납골당) 건립사업을 끼워 넣었다. 추모관 건립 논의는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5.18단체는 안장 공간 확대를 위해 추모관 건립을 요청했다. 이에 반해 추모연대 등은 분신해 사망한 민주인사의 특수성을 감안해 화장을 통한 추모관보다 대체 부지를 요청했다. 광주시는 지난 2019년 5.18단체 등이 참여한 5차 회의를 통해 '분신 열사 별도 안장 장소 마련' 등을 조건으로 추모관 건립을 확정했으나 추모연대는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광주시는 성역화사업과 조화롭게 조성한다는 애매한 내용을 앞세워 포함했다. 더구나 분신 열사 안장 장소에 대해선 현재 언급이 없는 상황이다. 김 순 광주전남추모연대 집행위원장은 "추모관 건립을 성역화사업에 포함한 사실을 시의회 자료를 보고 처음 알았다"면서 "광주시가 사업을 너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성역화사업계획은 완성된 게 아니다"면서 "예산을 세워놓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내용을 보완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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