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마다 숨은 갤러리, 이웃에는 예술가
송파구 민간 협력전시·장터 지원
지역 기반 예술생태계 조성 일환
서울 송파구 새마을시장 인근 상가건물 지하는 '그 잠실'을 떠올리는 이들에게는 낯설기만 하다. 헌책방과 노년층을 위한 의료보조기기 체험·판매점 이후 오랫동안 비어있던 곳을 전시공간으로 꾸몄다.
'아트잠실'은 하얀 벽면에 실내가 반짝이는 여느 상업미술관과 달리 거친 벽과 천정이 그대로 노출돼있다. 이전 세입자들이 보수했던 흔적에 심지어 폭우때 물에 잠겼던 지점까지 선명하다. 김수진 기획자는 "지역의 역사와 흐름을 덮어버리면 특색이 사라진다"며 "예전 공간들처럼 '다시 쓸모를 부여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15일 송파구에 따르면 구는 골목 안 숨은 전시공간과 이웃에 있는 예술가를 찾아 연계하는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작은 미술관끼리 협력전시와 예술품 장터를 지원하는 형태다. 주민들이 일상 속에서 문화를 누리고 지역에 기반한 예술생태계가 자리잡도록 하기 위해서다.
송파문화재단 지원으로 아트잠실과 잠실동 '오온' 그리고 문정동 '옥상팩토리'가 선두에 섰다. 역량 있는 문화예술인과 예술단체를 발굴, 지역문화 생산을 지원한다는 취지에 걸맞게 기획한 '인앤아웃(IN-N-OUT)' 프로젝트다. 송파 내 문화공간과 예술인들의 활동을 알리고 '바깥'의 예술계 종사자들이 송파에 눈을 돌리도록 유도하기 위해 3개 전시를 연계했다.
아트잠실은 송파의 다양한 전시공간과 시각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 평론가 기획자들 활동을 소품 도록 출판물 등 다양한 기록물로 소개했다. 지역에 연고를 둔 작가 15명은 특정 주제가 아닌 공간과 어우러진 작품을 내놨다. 오온은 종이를 활용해 자신만의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작가들과 함께 한국화 동양화에서 쓰이는 재료에 대해 고민하고 관객들에게 선보였고 옥상팩토리는 조각 설치 미디어 등 입체작품을 모았다.
협력전시와 함께 각 공간과 전시를 연계해 소개하는 투어, 내걸린 작품을 판매하는 아트마켓까지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다. 이들을 포함해 시각예술부터 영화 공연까지 총 10개 팀 작가들이 주민들과 만났다. 김수진 기획자는 "송파에 규모가 큰 문화공간은 많은데 기성 예술인 중심"이라며 "소규모 민간공간이 살아있어야 초기단계 예술인 활동이 가능하고 다양한 시도, 다채로운 작품활동이 이루어진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민간 문화공간·예술가가 함께 하는 또다른 협업은 공간·예술인 연대 프로젝트로 이름붙인 '듀엣-송(Do At Songpa)'이다. 주민들이 생활권 내에서 예술사업을 조금 더 가까이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지난해부터 시작했다. 올해에만 공연 시각예술 등 8개 팀 예술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총 8곳 문화공간을 발굴했다. 민간 문화공간 활성화에 더해 예술인들도 협업을 통해 지속가능한 지역 내 문화 연계망을 형성하는 효과가 있다.
송파구는 문화재단을 중심으로 지역 내 숨은 공간을 발굴하고 예술인들 지원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역사·문화 시설에 이야기를 더하고 자연환경 예술분야를 연계해 지역 전체를 관광자원화하겠다는 민선 8기 구상과도 닿아 있다.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다양한 문화공간을 발굴하고 예술가 지원정책을 확대해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 기반을 확충해나가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