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속도내는 서울시
개포5단지·잠실우성4차·가락프라자 한번에
은마·미도·목동단지 심의통과, 초고층으로
이날 심의에선 양천구 신정4재정비촉진구역 재건축 사업, 구로구 천왕2역세권 장기전세주택 재개발 사업도 통과됐다. 각각 1660세대, 421세대 중대형 단지로 탈바꿈한다.
이곳뿐 아니다. 최근 수개월 사이 서울시는 십년 이상 정비사업이 지체돼있던 대규모 단지들의 재건축 심의를 연달아 승인했다. 강남 재건축 상징으로 불리던 △은마아파트(10월 20일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통과) △여의도에서 가장 오래된 재건축 대상인 시범아파트(11월 7일 신속통합기획안 확정)에 이어 △목동 14개 단지 전체(11월 9일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수정가결) △대치미도아파트(11월 21일 신속통합기획안 확정) 등이 모두 이른바 재건축 '패스트트랙'에 올라탔다.
◆동시다발 재건축은 부작용 많아 = 서울시는 그간 재건축 속도전을 주저했다.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강력한 주택 공급 정책을 표방했고 주요 물량을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정비사업에서 충당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오 시장 취임 이후에도 집값 불안은 여전했고 투기세력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자칫 오세훈표 재건축이 시장 안정은커녕 집값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 때문에 최근 서울시의 재건축 속도전은 부동산 하강기를 틈탄 전략적 선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금리, 유동성 이동 등으로 부동산에서 자금이 빠지고 글로벌 경제 불안이 가속되면서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졌다.
실제 재건축 심의가 통과되면 일시적으로 반등하던 매수세도 급감했다. 20억원을 훌쩍 넘던 강남권 84㎡ 매매가가 15억원까지 떨어지는 곳이 속출했고 추가 하락 전망 때문에 이마저도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 진단이다.
서울시의 발빠른 움직임은 이 같은 상황 분석에 기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건축의 가장 어려운 문턱인 서울시 심의를 통과시켜 추진 기반을 확보해두면 집값을 자극했다는 여론을 사전에 피할 수 있다. 여기에 미래 공급 물량 예상치를 시장에 제공해 집값의 추가 안정을 꾀할 수도 있다.
그간 이렇다할 주택공급 성과를 확보하지 못한 오 시장 이해관계와도 일치한다. 보궐선거를 포함해 서울시장 재취임 뒤 3년차를 맞는 시점인 만큼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놓아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려도 있다. 뉴타운의 폐해를 되풀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곳곳의 동시다발적 재건축·재개발은 전세가격 폭등, 전세난 가중은 물론 간신히 잡아놓은 부동산 시장 안정세에 다시 기름을 부을 수 있다.
오 시장도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단기 성과를 위해 한꺼번에 여러 곳에서 재건축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며 "단지별 지역별 상황에 따라 순차적인 재건축을 추진한다는 원칙"이라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재정비사업을 억제하면 공급 부족으로 가격 상승 요인이 되고 상승기에는 재정비 대상 아파트가 가격상승 근원이 되는 등 양면성이 있다고 말한다. 지금은 가격이 급락하는 상황이라 그동안 막혀있던 재정비사업을 추진하기 좋은 상황인 것은 맞다는 의견이 다수다.
하지만 이면도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건축아파트는 전세가가 낮아서 서민들에게 저렴한 주택을 제공하는 역할을 했는데 이런 집들이 일시에 사라지면 서민 주거비가 상승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천현숙 고려대 건축공학과 겸임교수는 "서민주거를 위해 저렴주택 확보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공공임대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민간임대주택 제도를 개선해서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