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음식점·미용실마다 전담 고충해결사

2023-03-21 10:41:26 게재

도봉구 '소상공인 매니저 제도' 눈길

공공지원 안내하고 맞춤형 자문 연계

"장사가 안된다, 사람 구경 못한다는 얘기를 가장 많이 해요." "구청에서 왔다니 너무들 좋아하세요. 여러 지원받는 것 때문에 구청을 가려 해도 시간이 없다고."
오언석 도봉구청장이 소상공인 매니저들과 함께 각종 지원책이 담긴 홍보물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도봉구 제공


서울 도봉구 방학동 도봉구청 회의실. 지역에서 짧게는 20년 길게는 30년 넘게 살아온 주민 4명이 최근 방문한 동네 점포 반응을 전하느라 여념이 없다. 연말까지 구와 소상공인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할 '소상공인 매니저'들이다. 공공지원제도를 안내하고 현장의 어려움을 들어 추가 정책을 구상하도록 밑작업을 하는 이들이다.

21일 도봉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해 말 시범적으로 진행한 소상공인 매니저 제도를 이달부터 전 지역으로 확산시킨다. 장영순 이순자 박찬월 은현순 매니저가 각각 방학 도봉 쌍문 창동권역을 나눠 맡았다. 적게는 2300개에서 많게는 2900개에 달하는 점포를 일일이 방문한다.

도봉구는 소상공인 자생력을 강화하고 경영안정을 돕기 위해 매니저 제도를 도입했다. 민선 8기 주요 공약사업 중 하나로 현장에서 고충을 듣고 실질적인 지원책을 찾아내 지역 상권과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취지다. 구는 "상인회나 소상공인연합회 등 단체를 대상으로 활동하는 매니저와 달리 소상공인 개개인까지 지원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말부터 12월 중순까지 창5동을 대상으로 소상공인 점포를 방문, 상담을 진행했다. 692개 점포를 대상으로 상권조사를 한데 이어 531곳은 컨설팅을 연계했다. 분야별 자문과 사후관리 등에 힘을 싣기 위해 시범사업이 끝난 뒤 서울신용보증재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업종별 전문가를 연계하기로 했다.

중앙정부와 서울시 도봉구에서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각종 지원제도를 안내부터 한다. 동북4구가 뜻을 모아 진행하는 소상공인 난방비 지원과 주민을 새로 채용한 업체에 1인당 50만원씩 최대 6개월간 지원하는 도봉형 희망장려금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공공기관과 계약을 희망하는 곳에는 구 누리집에 업체정보를 등록하도록 안내하고 요식업으로 전환을 준비하는 상인들에는 상권혁신교육 정보를 제공한다.

소매점이나 제조업 음식점 당구장 슈퍼 등 상인들을 만나 상담일지에 적은 내용은 꽤나 구체적이다. '저녁 8시 이후에는 손님이 없다'거나 '물가상승으로 힘든데도 가격을 올릴 수가 없다' '배달비 부담이 너무 크다' '단골손님도 발길을 끊었다'는 등이다. '구심점이 없어 주민들이 외부로 나가고 동네 전체가 침체되고 있다'거나 '상인들끼리 협조가 안된다'는 자체진단도 나온다. 매니저들은 "동네를 가장 잘 아는 주민들이 찾아가니 집안이나 아이들 이야기부터 풀어놓기 시작한다"며 "어려움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반색한다"고 입을 모았다.

보다 전문적인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상인들에는 스마트혁신 지원단이 간다. 마케팅 고객관리 등 경영분야, 식단개발 매장관리 세무 노무 등 전문분야에서 기본·심화 상담과 자문을 한다. 점포에 실질적인 도움이 됐는지는 매니저들이 다시 확인한다.

도봉구는 매니저 제도를 활용해 소상공인들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동시에 지역상권 관련 자료를 축적한다는 방침이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은 "시범사업 결과 주민들 호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소상공인 고충을 듣고 체감할 수 있는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소상공인들이 언제든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소통창구로 자리매김하도록 꾸려 가겠다"고 덧붙였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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