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군항제 벚나무는 일본 벚나무 일색"

2023-03-24 10:55:52 게재

(사)왕벚프로젝트2050 조사 … 여좌천 99.7%, 경화역 91.1%, 중원서로 100%

군항제가 열리는 진해의 유명 벚꽃길에 심어진 벚나무 전수조사 결과, 대부분이 일본 원산 '소메이요시노벚나무'로 밝혀졌다.

(사)왕벚프로젝트2050(회장 신준환)은 23일 "올해 벚꽃 개화 시기에 맞추어 전수조사를 한 결과, 진해 여좌천 및 경화역 일대, 중원서로 등지에 있는 벚나무 대부분이 일본산이었다"고 밝혔다.
(사)왕벚프로젝트2050(회장 신준환)은 23일 "올해 벚꽃 개화 시기에 맞추어 전수조사를 한 결과, 진해 여좌천 및 경화역 일대, 중원서로 등지에 있는 벚나무 대부분이 일본산이었다"고 밝혔다. 사진 (사)왕벚프로젝트2050 제공


진해 여좌천 일대에 식재된 벚나무류 380그루 중 379그루가 소메이요시노벚나무로 99.7%를 차지했다. 경화역 일대는 381그루 중 347그루로 91.1%였고 중원서로는 120그루 모두가 소메이요시노벚나무였다.

소메이요시노벚나무가 아닌 벚나무는 '잔털벚나무' '처진올벚나무' '올벚나무' 등이었다. 이들은 모두 최근에 심어진 어린 나무들이었고 일본 원산의 처진올벚나무가 제일 많았다.

현진오 사무총장(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 대표)은 23일 "21일과 22일 단체 회원 등 조사원 17명이 참가해 진해의 대표적 벚꽃명소에 있는 벚나무류 전체를 조사했다"며 "진해에서 우리나라 특산 벚나무인 '왕벚나무'는 한그루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신준환 회장은 "진해의 소메이요시노벚나무는 1960년대 일본에서 들여와 심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해군사관학교를 비롯해 진해시 전역에 심겨진 벚나무 대부분이 일본 원산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진해 군항제는 이순신 장군의 얼을 기리는 행사"라며 "이런 취지의 행사를 일본 원산 벚나무 개화기에 맞춰서 열어야 하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벚나무는 30년 이상 자라면 줄기가 썩어들어가 쓰러지는 경우가 많다. 이제 수명이 다해가고 있는 일본산 벚나무를 우리나라 특산 왕벚나무로 교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 회장은 "일본 원산의 나무를 심으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회나 국립현충원, 항일 유적지, 군사시설 등에는 곤란하다"며 "연차적으로 군산 경주 구례 부산 영암 제주 하동 등 벚꽃명소와 현충원, 왕릉, 유적지 등에 심겨진 벚나무 수종을 조사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 원산 '왕벚나무'와 일본 원산 '소메이요시노벚나무'는 겉보기에는 비슷하지만 유전자 분석 결과 부모종이 서로 다른 별개의 종으로 밝혀졌다.

왕벚나무는 제주도와 해남에 자생하는 한국특산종으로 올벚나무를 모계, 산벚나무 또는 벚나무를 부계로 한다.

소메이요시노벚나무는 일본특산종으로 올벚나무를 모계, 왜벚나무를 부계로 한다.

우리나라 고유종인 왕벚나무는 한라산 자생 개체들마다 각각 고유한 유전자를 갖고 있다.

단일 유전자로 구성된 복제품인 소메이요시노벚나무에 비해 기후변화 대응력이 높고 신품종 개발 가능성도 높다.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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