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시작한 전기차 가격전쟁 … 중국시장 개편 예고

2023-03-24 11:19:36 게재

중국산 테슬라 가격, 미국·유럽 절반 수준

"자금 없는 회사, 생존 문제에 직면할 것"

테슬라가 중국에서 전기차(EV) 가격 전쟁을 일으키면서 향후 몇년간 중국 자동차 시장에 대대적인 개편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2월 4일 중국 베이징의 미국 전기차(EV) 제조업체 쇼룸에 테슬라 차량이 전시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3일 블룸버그는 1월 테슬라의 중국산 자동차 가격이 지난해보다 최대 14% 낮아졌고, 일부의 경우 미국이나 유럽보다 50% 가까이 가격이 떨어졌다면서 테슬라의 가격 할인에 경쟁업체들도 선택의 여지 없이 뒤따를 수밖에 없게 됐다고 밝혔다.

가격 전쟁에 동참한 자동차 회사에는 샤오펑, 니오 등 중국 신생 전기차기업뿐만 아니라 폭스바겐, 벤츠 등 글로벌 회사들도 있다. 폭스바겐과 벤츠는 최대 7만위안(약 1300만원)의 할인 혜택을 제시하고 있으며, 포드 자동차의 마하-E 전기 SUV는 20만9900위안(약 4000만원)으로 미국보다 1/3 정도 싸다.

블룸버그와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소 30개 이상의 자동차 제조업체가 가격을 인하했다.

자동차 컨설팅 회사 JSC 오토모티브의 전무이사인 요헨 시버트는 "테슬라가 자동차 시장에 대혼란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중국자동차제조자협회는 22일 가격 할인은 판매 둔화와 재고 축적에 대한 장기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며 가격 전쟁을 끝낼 것을 촉구했다. 업계는 건전한 발전을 위해 "정상적인 운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지방 정부가 현지에서 생산된 차량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논평하며 가격 전쟁 중단에 무게를 실었다.

가격 인하는 중국 자동차 산업이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이뤄지고 있다. 장기적인 코로나 통제로 인해 소비자 지출은 크게 위축됐고, 지난해 말 전기차 구매에 대한 정부 보조금이 폐지되면서 자동차 매출도 영향을 받았다. 공급망 중단으로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산업은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이러한 어려움과 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전기차(완전 전기 및 하이브리드 포함) 소매 판매는 지난해 중국에서 두배 가까이 늘어난 567만대를 기록했다. 중국 기업 비야디(BYD)가 시장의 약 30%를 차지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11월 상하이에서 월간 10만대가 넘는 전기차를 출하했다.

전기차 회사 니오의 최고재무책임자 스티븐 펑은 22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신에너지 사용이 늘면서 중국 자동차시장이 "매우 대대적인 개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초에 가격 전쟁을 거칠 필요가 있고 그런 다음 업계에 근본적인 통합이 일어날 것을 기대한다"면서 "현재 중국에 너무 많은 자동차 회사가 있다는 것은 거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밝혔다.

펑은 고객들이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수요가 강해지고 있다면서 올해 니오는 2022년 총판매량의 두배가 넘는 25만대의 EV 판매 목표를 달성할 자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테슬라의 생산 책임자인 톰 주는 회사의 가격 인하가 "엄청난 수요를 창출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는 올해 EV 판매량이 유럽 320만대, 미국 190만대인 데 비해 중국은 810만대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투자자문사인 샌포드 앤 번스타인에 따르면 올해 중국에서만 155개의 새로운 순수 전기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가격 경쟁이 멈출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재정적으로 더 강한 회사들이 더 큰 폭의 가격 인하를 시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JSC 오토모티브의 시버트는 "테슬라는 이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수십억달러를 가지고 있지만 다른 기업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모건 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19일 노트에서 테슬라 외에 비야디가 추가적인 가격 할인을 시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모건 스탠리에 따르면 니오, 샤오펑, 리 오토의 중국 3사도 향후 18개월 동안 자체 재무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강력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피치사의 중국 산업 리서치 디렉터 양징은 "전기차 가격 인하는 내연기관(가솔린) 자동차에 비해 전기차를 훨씬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를 더욱 압박하고 있다"면서 "건전한 외부 자금이 없는 회사는 향후 2년 동안 생존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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