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전기차 배터리 시장 뒤흔든다

2023-04-06 10:53:08 게재

효율 높은 원통형 배터리, 전기차 200만대에 공급준비

테슬라의 새로운 배터리가 업계의 지형도를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렉스 칼럼 에디터인 준 윤은 5일 "테슬라가 미래의 업계표준으로 원통형배터리를 제시했다"며 "파나소닉과 LG에너지솔루션, CATL과 BYD 등 배터리시장을 지배하는 아시아의 배터리제조사들이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에 던진 충격과 비슷한 배터리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기차 배터리는 최근 몇년간 급격한 기술변화를 겪었다. 지금까지는 배터리 소재의 구성을 바꿔 에너지밀도를 향상시켜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 주력했다. 배터리셀의 모양은 중요하지 않았다. 현재 대부분의 전기자동차 배터리는 공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모양과 형태로 설계된다. 납작한 파우치나 쌓을 수 있는 직사각형 모양의 배터리가 지금까지 전기자동차의 주요 표준이었다.

시장에 출시된 세번째 유형인 원통형 배터리셀은 쌓았을 때 빈 공간이 생겨 오랫동안 비효율적인 옵션으로 여겨졌다. 지난해 원통형 배터리셀 비중은 전세계 시장의 5분의 1에 불과했다.

하지만 테슬라는 원통형 배터리가 미래의 업계 표준이 될 것이라며 대거 투자하고 있다. 지름 46㎜, 길이 80㎜의 크기에서 이름을 딴 '원통형 4680 배터리셀'은 현재 대부분의 테슬라 차량에 사용되는 배터리보다 최대 5배 높은 에너지밀도를 갖도록 개발됐다.

윤 에디터에 따르면 새로운 원통형 배터리 셀은 이전 버전보다 생산비용이 저렴하다. 상대적으로 풍부하고 가격이 저렴한 알루미늄을 소재를 사용하며 전체적으로 원자재 사용량이 적다. 업그레이드된 기술로 더 적은 수의 부품을 사용해 배터리를 만들 수 있기에 무게도 줄일 수 있다. 자동차 형태와 디자인에 따라 맞춤제작할 필요가 없어 대량생산이 쉽다.

타이밍도 적절하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플레이션감축법안(IRA)이 테슬라의 배터리 야심에 날개를 달아줄 전망이다. 최종 조립장소가 미국이고 생산에 '우려되는 외국법인', 즉 중국이 관여하지 않은 경우 전기차 구매자에 대한 큰폭의 세금공제가 주어진다.

테슬라는 오스틴, 네바다 공장에서 배터리를 제조하면서 미국정부 보조금을 받을 뿐 아니라 이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자동차를 구매한 소비자 역시 수천달러 세금공제를 받는다. 따라서 테슬라 매출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테슬라는 최근 몇달 동안 미국 내 배터리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한국 배터리소재 기업 엘앤에프에서 배터리 완제품 대신 29억달러 규모의 배터리소재를 공급 받기로 한 것은 테슬라의 수직계열화 모델에 배터리가 포함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는 테슬라에게 더 저렴한 배터리, 더 높은 전기차 마진을 의미한다.

지난해 12월 기준 테슬라의 원통형 배터리셀 생산량은 주당 1000대 이상의 전기차에 공급할 양이었다. 하지만 테슬라는 네바다공장을 확장해 연간 100기가와트시 규모의 4680셀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는 전기차 200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윤 에디터는 "테슬라가 계속 자신들에게 의존할 것이라며 거액을 투자한 파나소닉이나 LG에너지솔루션 등에겐 안타까운 소식"이라며 "테슬라의 배터리 생산량이 늘고 비용이 낮아지면, 영업이익률이 5% 미만인 공급업체들은 테슬라와의 가격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세계 배터리를 장악한 아시아의 기업들은 이제 테슬라가 전기차시장에 던진 것과 동일한 충격에 직면했다"고 덧붙였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김은광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