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키우지 못한 아이들, 어엿한 예술가 돼 돌아왔다

2023-04-07 17:04:34 게재

해외입양 70년 최다 참여

KADU, '마더랜드' 주제

국회 작품 전시 등 열어

4월 9일부터 5월 2일까지

해외로 입양된 아이들이 어엿한 예술가가 돼 돌아와 어머니 나라 마더랜드(motherland)를 그리고 표현한다. 한국은 그들을 보듬지 못했지만, 그들은 모국을 잊지 않았다.  

해외입양인들과 함께하는 문화예술협회(KADU, 대표 박찬호)는 "해외입양 70년의 해를 맞아 최다 해외입양인들이 고국을 찾아 마더랜드를 주제로 작품 전시회를 펼치고 정체성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미국 독일 캐나다 덴마크 프랑스 스웨덴 벨기에 노르웨이를 비롯한 전 세계 15개국 30여 명 아티스트들이 협회가 기획한 그림 사진 설치미술 영상 등 예술작품 전시회에 참여하기 위해 모국을 찾는다. 

이들의 작품은 예술의 메카 서울 인사동과 민의의 전당 국회에서 전시된다. KADU는 강남 갔던 제비가 삼월삼짇날 돌아오듯 모국을 찾은 이들을 위해 최정상급 국가무형문화재들로 구성된 전통예술 공연단의 전통굿 공연도 준비한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지금껏 풀어내지 못한 가슴 깊은 곳 이야기를 가슴으로 듣기 위해 국회에서 국제입양인포럼(주제: 해양입양 70년, 해외입양을 다시 생각한다)도 진행한다. 포럼에는 전시회 참여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일반 입양인까지 세계 16개국 60여 명이 자비를 들여 참석해 역대 최대 모국 방문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포럼의 특징은 해외입양인들이 직접 주제 발표와 사례 발표를 하고 입양인들이 인권변호사 언론인 입법조사관 보건복지부 외교부 관계자 등 전문가들과 열띤 토론을 펼친다. 이 모든 것이 4월 9일부터 5월 2일까지 약 한 달간 펼쳐지는 KADU 대동예술제 프로그램 일부다. 

KADU 대동예술제 구성

KADU 대동예술제는 크게 5가지로 구성된다. △입양인 예술가 국회 전시 △입양인 예술가 인사동 전시 △국회 견학 △국회 국제입양포럼 △전통예술 대동굿 공연이 그것이다.

먼저 입양인 예술가 국회 전시는 9일~12일(일~수) 국회의원회관 2층 로비 특설전시장에서 펼쳐진다. 이수진(민주당.서울 동작을) 강민정(비례) 김성주(전주을) 민형배(무소속. 광주 광산을) 윤미향(무소속. 비례)의원과 KADU가 공동주최한다. 30여 명의 해외입양인 예술작품 80점이 해외입양 역사상 처음으로 국회 특설전시장에서 전시된다. 

이 전시는 인사동 마루아트센터 3층 2관으로 옮겨가 4월 19일~5월 2일까지 2주간 더 많은 예술가들과 일반인들에게 선보인다. 4월 23일 오후 3시에는 입양인 예술가들의 예술세계를 직접 보고 들을 수 있는 작가와의 대화(아티스트 톡)이 펼쳐진다. 이날 아티스트 톡 직전에 공식 오프닝 행사도 열린다. 

KADU 대동예술제 하이라이트는 22일 무형문화재 전수회관 민속극장 '풍류'에서 오후 2시부터 펼쳐지는 전통예술공연 대동굿(주제 마더랜드) 공연이다. 이 공연에는 서해안 배연신굿 온산별신제 신안씻김굿 한양굿 등을 전수한 국가무형문화재들과 최고의 악사들이 총출연한다.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고국을 떠나 양부모에게 인생이 맡겨졌던 해외입양인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감정을 함께 느끼는 시간을 갖는다. 

국회 국제입양포럼도 

21일에는 국회의사당을 둘러보고 의원들과 환담을 나눌 예정이다. 오후 2시 국회의회관 2층 소회의실에서는 '해외입양 70년, 해외입양을 다시 생각한다'를 주제로 국제입양인 포럼이 열린다.  

이날 포럼은 캐나다 입양인 키무라별(입양인문화기록보관소 설립자, 아티스트)이 '해외입양 70년, 해외입양을 다시 생각한다'와 한국의 한정윤 인권변호사가 '국제입양법·입양특례법·아동복지법 제·개정 현황과 제언'을 주제로 각각 발제한다. 

이어 리사울림(스웨덴 웹툰작가), 우마피드(노르웨이 인권운동가) 등 2명의 해외입양인들의 입양 사례 발표를 한다. 

토론은 제24대 한국헌법학회장을 지낸 고문현 숭실대 법대 교수(한국ESG학회 회장)가 좌장을 맡는다. 토론에는 시모나은미(네덜란드 입양인), 전홍기혜(프레시안 이사장), 박선권 국회입법조사관, 한정윤 인권변호사, 외교부 인권사회과장, 보건복지부 아동복지정책과장 등이 토론을 통해 70년 맞은 해외입양 역사를 짚어본다. 아동인권, 입양인 인권과 정체성, 해외입양제도 개선 방향 등을 토론한다.  

KUDU 대동예술제는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 한국문화재단, 한국여성사진가협회, 한국국제스토리텔러협회, 뿌리의집, 사진예술, 국악방송, 사진바다가 공동후원한다. 

해외입양은 국격의 문제

박찬호 KADU 대표는 " KADU 대동제는 민간 주도의 역대 최대 행사다. 특히 입양인을 위한 우리 전통예술 공연은 일찍이 없었다"며 "이번 대동예술제를 통해 무너진 국격을 바로 세우고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우리가 할 일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해외입양은 1950년대 재난처럼 여겨졌던 전쟁고아, 혼혈아, 미군 사생아 등에게 해외의 양부모와 연결시켜준다는 명분으로 시작돼 어느 듯 70년의 세월을 맞았다. 가난한 나라에서 OECD 가입국이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으며, 그 숫자는 2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아동의 해외입양은 1970~1980년대 절정을 이뤘다. 지금도 숫자는 줄었지만 연간 300명에 육박하는 해외입양은 여전하다. 한국이 송출한 아동의 숫자가 전 세계 입양의 약 50%를 차지한다. 

한편, KADU는 해외입양인 한국이름 지어주기, 해외입양인들의 희망촛불 켜주기 등 봉사를 하고 있다. KADU에는 사진예술가 박찬호, 박종면, 임안나, 윤정미, 아동문학가 임정진(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을 비롯한 문학가, 전통예술가 이미영, 국가무형문화재 김혜경, 전남무형문화재 김정희 등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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